월요일 오후...
별 할일도 없고해서 그냥 갑오징어나 해볼까??? 하는 생각에
퍼떡 머릿속에 떠오른 그곳으로 갔습니다.
월요일인데다 북서풍이 제법 세차게 불어서인지 이미 잘 알려진 그곳에는
두어분의 갑오징어 조사님들만 계셨습니다.
( 2008년인가???
밤새 오들오들 떨면서 호레기 낚시에 정신이 나간적도 있었는데...ㅎ)
요즘은 도통 와보질 않아서...^^
방파제 군데군데서 갑오징어 먹물이 보이고
전깃줄엔 주인 잃은 왕눈이가 걸려 있는걸 보니...
'그래...쫌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맞바람을 이겨내고 계신 고수...
한마리 건졌더니 화가 많이 났는지 방파제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주민분들껜 죄송하기도 한데...물을 부어도 씻기지가 않으니 원...--
한마리 잡은걸 들고 가서 자랑질하고 좀만 더 하고 가자고 꼬드겨 놓고선
다시 채비 투척...
.
.
.
입질이 없습니다.
아니...있긴 있는데...실력이 없습니다. --;;
그러던중...
방파제 끝쪽에서 갑오징어를 낚던 조사님께서 채비를 챙겨서 다가 오십니다.
살림망엔 씨알 괜찮은 갑오징어가 몇마리 보입니다.
'좋겠다....쩝...' 이러고 있는데...
"저기...갑오징어 가지고 가실래요?"
"예?...예?"
"저는 배타러 가야해서 필요 없습니다."
"아이고...그래도...그게...안되는데..."
"아닙니다. 가져 가세요. 어디다 넣어 드릴까요?"
"아...예...저기~~방파제 앞에 주황색 두레박안에...
근데...아...죄송해서...고맙습니다...."
"예~"
미처 제대로 인사도 드리기 전에 제 두레박에 잡은 걸 다 부어주고 가십니다.
'아...이게 ...아닌데...가..감...감사합니다...--'
집사람이 차에서 의아해 하는 표정으로 보길래...
"아...저분이 필요없으시다고 그냥 주고 가신다네..."
"진짜??? 와~ 대박...요즘세상에...인사는 제대로 했어요???"
"어...그게..."
"어이그..."
그리고는 그분은 차를 타고 홀연히 떠나셨습니다.
방파제엔 어느듯 한분 두분 갑오징어 조사님들이 나타나시고...
기분이 좋으니 갑오징어도 연달아 몇마리 더 물어 줍니다.
옆에서 거나하게 한잔 하신 어르신은 일행분들께
"그참...이 양반은 참~~잘 잡네...너거는 머하노???"
이러십니다. ㅎㅎㅎ 챙피하게시리...
집안 어르신께는 바로 잡은 갑오징어 가져간단 전화도 해놨고...^^
마음이 참으로 풍성한 오후였습니다.
이제 밤볼락의 계절이 다가온듯 합니다.
작년인가???
일타 삼피로 올라오는 호레기낚시에 여념이 없을때...
옆에서 한마리도 못 올리시는 부부조사님께
150여마리 잡은 호레기를 다 들이 부어드리고 걸어 올때의 마음...
아마도 갑오징어를 주고 가신 그분의 마음도 저와 똑 같았을거라
상상해 봅니다.
낚시...
참 좋은 겁니다.
갑오징어 잘 먹었구요...
갑오징어를 얻어서가 아니라 마음을 너무 편하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항상 안낚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