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늦은 시간,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데 낯익은 풍경이 눈에 쏙 들어왔다. 여수 안도였다.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있었는데 바다 속을 온통 불가사리와 성게들이 뒤덮고 있었다. 해녀는 전복대신 성게 몇 마리만 건져 올라왔다. 성게가 전복의 주식인 해초들을 다 먹어치우기 때문이라 했다. 자연은 스스로 질서를 유지하며 상처를 치유할 능력이 있을 터인데 왜 숲은 사라지고 사막만 남았을까. 바닷속은 불가사리와 성게만 살아남을 만치 갯녹음 현상이 심각했다.

안도의 어부부부가 그물작업을 하기위해 바다로 나가는데 갯바위에는 빈틈없이 낚시꾼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혹시 그 틈에 나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 들어 금오열도에 꽤 자주 출조를 했었으니까. 어부의 아내는 저 많은 낚시꾼들이 항생제를 섞은(파우더를 일컫는 듯) 밑밥을 사용하기 때문에 바다를 오염시킨다고 했다. 그물질을 하다가 선상 낚시를 하던 배의 닻에 그물이 걸려 찧기고 말았다. 부부는 낚시꾼에게 사과하고 도망치듯 그 자리에서 황급히 사라졌다. 굴러 들어온 돌이 밖힌 돌 뽑는다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좀 씁쓸했다. 김을 생산하는 신안군 병풍도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는듯했다. 바다 환경이 많이 변하여 수확이 매년 급감한다는 것이었다. 한때 국민 반찬이었던 명태가 동해에서 사라진 것이 벌써 몇 해 전 이야기가 아닌가.

사정은 이웃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11년째 고기잡이를 해오던 중국어민은 수년 내에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했다. 그런데 일본의 굴 양식업을 하는 한 어민은 몸소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을 하였다. 산업화가 우리보다 빨랐던 일본은 30년 전부터 적조가 심했던 것 같았다. 일본 어부는 적조를 예방하기 위해 산에다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 결실은 곧 나타나 5년 후에는 전보다 오히려 수확량이 훨씬 많았다. 바닷가가 아닌 산에 나무를 심었던 이유는 어민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단다. 아마도 바다를 살린다며 산에 나무를 심는 모습을 보고 다들 미쳤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전 일본열도에서 ‘숲은 바다의 연인’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한다.
일본 오끼나와 바다는 예전에 산호로 뒤덮힌 아름다운 바다였으나 지금은 산호가 모두 사라지고 사막으로 변해있었다. 스쿠버 동호회원들은 바다를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취미활동도 하면서 산호초를 심고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다 속을 살리기 위해,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자비를 들여 환경운동을 하는 일본사람들이 존경스러웠다.

인낚에서 ‘쓰레기 수거용 봉투제작’, ‘뻥치기 근절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계시는 분들은 일본의 한 어부나 스쿠버 동호회원처럼 말보다는 실천을 통해서 미래를 걱정하는 이시대의 진정한 선각자가 아닐까요. 이분들을 존경합니다. 진심으로...

MBC의 ‘제4의 물결, 바다’를 시청하고 FTV를 돌리니 피싱투데이에서 로얄경기연맹 회장 취임식 장면을 단신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거물 현역 국회의원 권ㅇㅇ씨가 낚시인의 권익보호 어쩌고저쩌고 하는 순간 일본 어부가 오버랩 되면서 ‘낚시인의 의무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