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어젯밤 제가 겪은 이 사실을 믿습니까?


하루 전날 밤 야간 꽃게 싹슬이파 아지매들이 동네 조개밭에서
꽃게를 한 다라이(이 물건의 우리말이 뭐죠?) 잡아 갔단 소식에,
수차에 걸쳐 좋지않은 물때에도 불구하고 사냥에 나서 황을 쳐왔던
저의 이빨이 으드득거렸더랬습니다.

작년에 이어 경기도서 온 노총각 3명이 지세포방파제에서 잡아 온
전갱이를 구워 소주를 너덧 병 비우다가 그들과 이 곳 후배를 꼬드겨
꽃게잡으러 가세라고 노래를 불렀더랬습니다. 새벽3시경을 넘겨야
물때인데 밤 1시를 넘겨 놀던 터라 이제 자면 못 일어난다 싶어
출동 10분 전! 구령을 외쳤습니다그려.

후레쉬, 갈빗대, 반디, 사진기, 쿨러를 5인이 나눠 들고 골목 골목을 지나
갯벌에 갔지만 아직 물이 덜 빠져 꽃게잡인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반디를 쥔 경기도 노총각님 문절망둑, 새우, 자잘한 벌떡게를 잡다가
장어 잡았다고 외치길래쳐 가 보았더니 가느다란 민물 뱀장어가 걸렸더이다.

한참을 그러던 중 후배가 좀 조심스런 목소리로 이거 고기 아이가? 죽었나
살았나억수로 큰데 빨리 그물 가꼬 와봐라 해서 반디를 들여 댔고 고기는
걸렸는데 54센티 농어였어요.
수심 40여 센티, 어구는 150센티 곱하기 70센티 그물반디, 증인 5인,
해부결과 입가에 바늘이나 외상 전무, 내장 무결, 쓸게 무이 홀딱함.
잠자던 농어 반디에 걸리다. 소주 세병에 농어회 먹고나니 3시...

물때를 맞았건만 그 놈의 잠탱이 농어 땜시 배도 든든 술도 흥청
꽃게잡이 물 건너 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