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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게실 ] 어째 이런 일이

아주 적절한 타이밍을 갖춘글

11 1,510 2005.08.23 09:32
전에 한번 휴게실에퍼다날랐었는데
지금은 이마당에 가장적절한 글같습니다
그래서 다시한번 카피하였습니다

인낚과 인낚회원은 일심동체가 아닐까합니다
인낚이없으면 인낚회원이없고
회원이없으면 인낚의 존재의미도없으니까

먼저읽어보셔서 감동은 덜하겠지만 음미하는뜻에서...

저는 결혼 8년차에 접어드는 남자인데요..
저는 한 3년전쯤에 이혼의 위기를 심각하게 겪었습니다.
그 심적 고통이야 경험하지 않으면 말로 못하죠...
저의 경우는 딱히 큰 원인은 없었고
주로 와이프 입에서 이혼하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더군요..
그리고 저도 회사생활과 여러 집안일로 지쳐있던 때라 맞받아쳤구요.

순식간에 각방쓰고 말도 안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대화가 없으니 서로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커갔구요..
사소한 일에도 서로가 밉게만 보이기 시작했죠..
그래서 암묵적으로 이혼의 타이밍만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린 아들도 눈치가 있는지 언제부턴가 시무룩해지고
짜증도 잘내고 잘 울고 그러더군요..
그런 아이를 보면 아내는 더 화를 불같이 내더군요..
저도 마찬가지 였구요..
계속 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이가 그러는 것이 우리 부부때문에 그런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요..
가끔 외박도 했네요..
그런데 바가지 긁을 때가 좋은 거라고 저에 대해 정내미가 떨어졌는지
외박하고 들어가도 신경도 안쓰더군요..
아무튼 아시겠지만 뱀이 자기꼬리를 먹어 들어가듯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었답니다.

그러기를 몇달..하루는 늦은 퇴근길에..
어떤 과일아주머니가 떨이라고 하면서 귤을 사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기에
남은 귤을 다 사서 집으로 들어갔답니다.
그리고 주방탁자에 올려놓고 욕실로 바로 들어가 씻고 나오는데,
와이프가 내가 사온 귤을 까먹고 있더군요..
몇개를 까먹더니 하는 말이
"귤이 참 맛있네"
하며 방으로 쓱 들어가더군요.
순간 제 머리를 쾅 치듯이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아내는 결혼전부터 귤을 무척 좋아했다는 것하고,
결혼후 8년동안 내 손으로 귤을 한번도 사들고 들어간 적이 없었던 거죠..
알고는 있었지만 미처 생각치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순간 먼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예전 연애할 때에 길가다가 아내는 귤좌판상이 보이면
꼭 1000원어치 사서 핸드백에 넣고
하나씩 사이좋게 까먹던 기억이 나더군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해져서 내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울었답니다.
시골집에 어쩌다 갈때는 귤을 박스채로 사들고 가는 내가 아내에게는 8년간이나
몇백원도 안하는 귤한개를 사주지 못했다니 맘이 그렇게 아플수가 없었습니다.


결혼 후에 어느덧 나는 아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신경을 전혀
쓰지 않게되었다는걸 알게 됐죠..
아이문제와 내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말이죠..
반면 아내는 나를 위해 철마다 보약에 반찬한가지를 만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신경 많이 써 줬는데 말이죠..

그 며칠 후에도, 늦은 퇴근길에 보니 그 과일좌판상 아주머니가 보이더군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또 샀어요.. 그리고 저도 오다가 하나 까먹어 보았구요..
그런데 며칠전 아내말대로 정말 맛있더군요..
그리고 들어와서 살짝 주방탁자에 올려놓았구요..
마찬가지로 씻고 나오는데 아내는 이미 몇개 까먹었나 봅니다.

내가 묻지 않으면 말도 꺼내지 않던 아내가
" 이 귤 어디서 샀어요? "
" 응 전철입구 근처 좌판에서 "
" 귤이 참 맛있네 "
몇달만에 아내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잠들지 않은 아이도 몇알 입에 넣어주구요...
그리고 직접 까서 아이 시켜서 저한테도 건네주는 아내를 보면서
식탁위에 무심히 귤을 던져놓은 내모습과 또 한번 비교하게 되었고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뭔가 잃어버린 걸 찾은 듯 집안에 온기가 생겨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아내가 주방에 나와 아침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보통 제가 아침일찍 출근하느라 사이가 안좋아진 이후로는 아침을 해준적이 없었는데..
그리고 그냥 갈려고 하는데, 아내가 날 잡더군요..
한 술만 뜨고 가라구요..

마지못해 첫술을 뜨는데, 목이 메여 밥이 도저히 안넘어가더군요..
그리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도 같이 울구요..
그리고 그동안 미안했다는 한마디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부끄러웠다고 할까요...

아내는 그렇게 작은 한가지의 일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작은일에도 감동받아 내게로 기대올수 있다는걸 몰랐던 나는
정말 바보중에도 상바보가 아니었나 싶은게 그간 아내에게 냉정하게 굴었던
내자신이 후회스러워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후, 우리부부의 위기는 시간은 좀 걸렸지만 잘 해결되었습니다.
그 뒤로도 가끔은 싸우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귤이던 무엇이든 우리사이에 메신저역할을 할수 있는것이
주위를 둘러보면 아주 많다는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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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댓글
진돌이 05-08-23 11:03
짝짝짝짝.....................솔직담백한 감동적인글...잘보고갑니다..
돌왕 05-08-23 11:12
사람 사는 맛이 물씬 나는 글입니다.....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어설픈감시 05-08-23 11:12
감동적인 글 잘읽고 갑니다.언제나 늘 행복 하세요.
가슴 한구석이 찡 하네요.
참바다 05-08-23 11:48
가슴이 뭉클하네요......
흑기사 05-08-23 12:09
~~~
정말 좋은 글이군요....

요즘 모 CF에서.....

"그 집 아니는 어찌 그리 발표를 잘하냐" 고~~

대답은 ???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 ....

(^*^);;

~ 아내의 말을 귀담아 들어 줍시다 ~
흑기사 05-08-23 12:10
<수정>
아니 -> 아이
백만km무사고 05-08-23 13:37
가슴이 찌~잉 하네요..;;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한가정의 가장으로서 다시한번 나를 돌아보게 되네요.

오랜만에 인낚들어오니 인낚이 어찌 이리됐을꼬...했는데
아직까지는 정이 많이 느껴지는곳입니다.

돔사랑 05-08-24 00:00
물에뜬구름님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인낚에서 님과 함께할수 있어 즐겁구요
언제까지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시길...
중년신사 05-08-24 13:14
눈물납니다. 저도 아내를 무척 좋아 하지만 표현을 잘못해요.
상처 받는 말도 잘하구요.
이글을 통해서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하는군요.
앞으로 쭉 좋은

일만 있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해운조사 05-08-24 16:52
정말 가슴에 와 닿는 글입니다.
내 자신을 다시 돌이켜 봅니다.
가까이 있어 잘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니 진작 잘해줄걸하고
반성도 해 봅니다.........
물에뜬구름 05-08-24 19:26
댓글주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글의 주제가 부부간의 문제이므로 우리꾼들이 정말로 부부간의 정을 좀더 돈독히 할수있는 계기가 되었으면하는바램입니다
남들까지 얘기할형편은 아니고 우리꾼들의경우 특성상 특별히 가족을 소홀하기쉬워서요

아울러 요즘 이코너에서 발생한문제도 비슷한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알게모르게 사이트가 다소 산만해지고 약간의 권태감
그러던차에 간접적 상황 때문에 발생한 마찰
그리고 별로 특별나지도 않은 대결구도(?)
등을돌리고싶은 불신감...

이제 필요한건 귤이겠습니다
비록 우연처럼 비쳤지만 자신도모르는
사이에 과거에 자신의내면에스며진 가족사랑
그것이 귤로 나타난거겠지요

저는인낚에서 수많은 질문에대한 답변을 얻었고 그고마움을 이루표현할수없습니다
인낚사이트자체의 고마움도있지만 왕성하게 활동하시는회원님들의 활발한 글에 특히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번일은 인낚이 한걸음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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