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2월은 강릉 사천항에서 양미리가 많이 잡힌다. 하지만 작년에 비해 어획량과 크기가 반으로 줄어 어민들은 울상이다. ⓒ미디어다음 김준진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는 “지구 온난화와 어획기술의 발달, 대규모 남획으로 지난 50년간 대형 어류의 90% 이상이 사라져 멸종위기에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자연모니터링센터(WEMC) 자료도 최근 25년간 민물고기 45%, 바닷물고기 30%가 줄었다고 발표했다.
해양 생태계 변화 속에서 동해는 한 중심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변화 속도가 예상치를 넘어 가파르게 빨라지고 있다. 세계 해양생물학계가 동해를 주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관측자료에 따르면 지난 60년 동안 동해 수온은 연평균 0.008도씩 상승했으나 최근 30년 동안에는 연평균 0.019도씩 올라가 표면수온이 약 0.6도 상승했다.
급격한 수온 변화는 동해 해양 생태계의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대표적 동해 한류성 어종인 명태가 거의 자취를 감춘 것이 한 예이다. 명태는 1996년 8,270톤에서 2001년 207톤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그나마 최근 잡히는 명태는 먼바다에서 어획한 것이다. 또한 동해 양식의 대표적 품목인 참가리비의 경우 “동해에서만 1997년 1,500여톤이 생산됐지만 2002년 수온상응에 따른 대량폐사로 50여톤까지 줄어들었다”고 동해수산연구소는 밝혔다.
반면 동해에는 새로운 어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홍치·도화돔·만새기·고너리류 등의 아열대생 어종이 어획되고 있다. 제주도 특산물인 자리돔은 위도상으로 상당히 올라간 울릉도, 독도 등지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다. 고래의 경우 99년까지는 연평균 100여 마리였으나 2000년에 170마리, 2001년에는 무려 870여 마리가 잡히는 등 최근 우리 연근해에 고래 숫자가 많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잇따른 이상 징후 발생하고 있어
보라문어, 초대형가오리 등 동해환경변화를 연구하는 동해수산연구소 자원환경과 황선재 연구사. ⓒ미디어다음 김준진
지난 10월 인터넷은 발칵 뒤집혔다. 동해에서 잡힌 ‘외계인’ 모양의 문어와 대형 가오리 사진이 공개됐는데 이러한 어종들은 동해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동해수산연구소 자원환경과 황선재 연구사는 “해당 문어는 ‘보라문어’로 태평양 일대에서 서식하는 아열대성 어종으로 밝혀졌다”며 “정확한 출몰 원인에 대해 다각적으로 연구중”이라 설명했다. 또한 대형 가오리는 폭 1.5m, 몸길이 2.5~5m, 무게 300~400㎏에 이르는 초대형 가오리로 정확한 어종을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난류성 생물인 해파리도 지난 여름부터 동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어망이 찢어지고 그물 안의 어류가 해파리의 독성에 죽는 등 어민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따뜻한 해역에서 주로 나타나는 ‘백화(석회질의 단단한 무절산호조가 해저의 암반에 사멸돼 흰색으로 변하는 현상)’ 현상의 범위도 점차 늘어나 동해어장의 약 15%의 바닥이 사막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의 생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박종수 환경관리과장은 “내년부터 해파리 연구를 시작하는 등 각 부처별로 해양 생태 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중”이라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피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중이다”고 밝혔다.
대비하지 않으면 큰재앙
최근 동해에 대형 해파리가 증가해 어민들의 피해가 심해지고 있다. 사진은 문어와 함께 잡혀 올려진 해파리들. ⓒ동해수산연구소 제공
전문가들은 이러한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는 결국 인간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 경고한다.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이 그것이다. 아열대성 전염병인 말라리아는 1995년 23건, 2000년 2,462건이 발생했고, 세균성 이질은 95년 107건에서 2000년 4,142건으로 증가했다. 육지 생태계의 변화는 곧 해양 생태계와 직결된다. 적조 현상의 확대도 비슷한 경우다.
남해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적조 현상은 육상 유기물이 장마 등으로 바다로 대거 유입되면서 발생한다. 적조 규모는 갈수록 대형화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강릉 앞바다까지 적조가 확대됐다. 이로 인해 양식 등 연안 자원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쳐 국내 수산물 수급의 불균형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의 먹거리가 달라질 수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유재명 박사는 “먹거리의 변화는 산업적 변화뿐 아니라 소화기 장애, 암발생 등 생리적 변화를 가져온다”며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 건강에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