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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Essay] 살아 있다는것은

해나 5 1,447 2015.07.07 13:41

 

Love You Every Second / Charlie Landsbor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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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같이 나무끝을 할퀴며 불던 삭풍이

언제 그랬냐는듯 봄기운을 먹음고 초목을 애무 하더니

급기야 실버들 가지마다 연둣빛 고운 옷을 입히는가 했는데

양지바른 길섶에는 냉이가 꽃을 피운줄 눈치도 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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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진행이 빠르다는 얘기이다.

해동을 한 시냇물이 얼음처럼 차가워도 이미 버들개지는 포동포동 살이 쪘고

산수유 꽃망울은 껍질을 비집고 노오란 속살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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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겨울내내를 고통스러워 하시는 어머니 곁에서 보냈다.

젊은 시절의 어머니는 그래도 골 안에서는 "곱다"는 평을 듣고 사셨는데

'화무십일홍'이란 말 처럼, 그 곱던 어머니도 100세를 눈앞에 두니

그냥 평범한 시골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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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하루 이틀'하며 병마와 싸우고 계시니 그 몰골이 어떻겠는가.
 

내 시골집은

너른 대청마루에 방이 다섯개달린 본채와 아랫채에도 딸린 방이 세개나 된다.

내가 조상님 제사를 옮겨 오기 전, 명절제사에 참석하는 가족들을 재워 보내기 위해

평소에는 방 한칸이면 될것을, 1년에 두서너번의 가족 모임때문에 존재했던 방들.

간병을 위해 가 있는 동안, 밤새 일어날 비상에 대처키 쉽도록

어머니와 아버지가 거처 하시는 큰방 옆 작은방에 내가 기거를 하는데

날이 밝을때까지 하루도 신경을 세우지않고 잔적이 없었다.

날이 채 밝기 전

어머니의 무사함을 보아야 안도가 되고 아침 8시 출근하는 간병사 아주머니가 오는걸 보면

그때서야 앞집의 개짓는 소리도 들리고 바람 소리도 들리며 집앞으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도 들린다.

'살아 있다는 것'의 소중함.

생활전선에서 마주하는 일상이야 그저 날마다 쫓기듯 바쁘지 않으면 무료함의 연속일테고  

간병을 하면서 맞는 일상은 실로 긴장을 풀수없는 순간의 연속일것이다.

쫓기듯 살다보면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실감도 느낄 새 없을것 같고

죽음을 앞둔 가족 옆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긴장 속에서도

그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아침마다 느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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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 왔다

지리산 천황봉엔 아직 잔설이 분분 하지만

내 시골집 울타리 산수유 가지에는 지난해처럼 노란 꽃망울을 터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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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활짝 겉옷을 풀어 제끼는 꽃들을 보며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어머니도 옛날처럼 인자한 미소를 흘리며 방문 열고 나오시기'를 기도 하며

오른쪽 산마루로 지는 석양을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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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ollip'과 '해나'는 동일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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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바람길 15-07-09 22:23 0  
노모님의 쾌유를 진심으로 바라며 오른쪽 산마루로 지는석양을 보지마시고 왼쪽 산자락을 비추는 일출을 보시기를.. 어디선가 읽은 글귀로 답합니다. "삶은 순간 순간의 이별이다."
해나 15-07-10 20:40 0  
감사 합니다.
어머니는 지금도 기운은 채리지 못하셨지만
그럭저럭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십니다.
'오른쪽으로 지는 석양 보다는 왼쪽에서 떠오르는 아침해를 보라'
새겨두고 그러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삶은 이별의 연속'이란 말씀두요.
물수 15-08-20 21:04 0  
촌집을 혼자지키시는 어머니가 갑자기 보고싶습니다ㆍ
여름 다지나고  가을오는데 어머니 한번 뵙고와야겠어요
고맙습니다ㆍ
해나 15-08-22 23:33 0  
고향집에 노모님이 계시는군요 물수님도.
자식들 키워 도회지로 보내고 외롭게 살고 계시는 부모님들은
자나깨나 자식들 걱정에 보고픔.... 그렇게
날마다 사립밖에 차 서는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살고 계시지요.
물수 15-08-20 21:05 0  
촌집을 혼자지키시는 어머니가 갑자기 보고싶습니다ㆍ
여름 다지나고  가을오는데 어머니 한번 뵙고와야겠어요
고맙습니다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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