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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렀던 휴가를 냈다.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여 일기예보를 보자 내일과 모레 이틀 동안 돌풍이 불고 비가 내린다고 한다. 여기에 바다 상황은 너울 파도가 높게 일겠다고 한다. 할 말이 없다. 오랜만에 손맛 좀 보려고 몇 달 전부터 벼르고 별러서 휴가를 냈는데 말이다. 어렵게 휴가를 내고 이틀 동안 방안에 죽치고 있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비바람에 돌풍이 불고 너울파도가 치는 날 낚시하기도 힘들고, 어쨌든 어렵게 휴가를 냈으니 이틀 동안 방안에 앉아 있을 수 없지! 지난봄부터 한주도 거르지 않고 주말마다 마량방파제와 동백정 방조제로 출근을 했는데 바닷바람이라도 쐬고 와야지, 저녁 식사를 한 다음 낚시 가방과 밑밥 등 내일 아침 낚시 갈 준비를 해 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일찍 취침.
휴가 첫날, 핸드폰 알람소리에 눈을 뜨자 어느새 날이 환하다. 일어나 시계를 보니 벌써 5시 반이다. 바깥 날씨가 궁금해서 베란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오! 다행이다. 바람도 멎은 것 같고 비도 내리지 않는다. 부랴부랴 고양이 세수하듯 얼굴 눈곱만 떼어내고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 다음 낚시가방과 밑밥 통을 둘러매고 동백정 방조제로 신나는 낚시여행 출발~~
종천과 비인을 지나서 동백정 주차장에 도착하여 바다를 보자 이게 웬일이지? 어제 저녁 일기예보가 잘못되었나?! 어젯밤에 바람이 제법 불었는데도 바다가 호수같이 잔잔하다. 아무튼 다행이다. 낚시가방과 밑밥 통을 둘러메고 주차장 철망을 넘어서 배수구 옆으로 들어갔다. 언제 왔는지 한 조사님이 배수구 옆 테트라포드에서 열심히 루어낚시를 하고 있다. 서둘러 낚시가방과 짐을 정리하고 채비를 한 다음 싱싱한 미끼를 끼워서 힘차게 케스팅! 10여분 쯤 지났나? 조류를 따라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흐르던 1호 막대찌가 쑤~욱~ 바닷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입질이다. 재빠르게 챔질, 잠시 후 낚싯대를 세우자 힘없이 올라오는 15센티 정도 되는 아가야 감성돔이다. 집에 가서 엄마 아빠를 데려 오라고 방생, 이후 중들 물부터 만조시간까지 두 시간 가까이 열심히 밑밥을 주면서 낚시를 했다. 하지만 조과는 15센티 안팎 되는 아가야 감성돔 입질 몇 번뿐, 모두 이다음에 더 커서 오라고 방생,
만조시간, 흔한 우럭 입질도 없고 잠시 휴식도 할 겸 배수구 옆에서 루어낚시를 하고 있던 조사님과 인사를 나눈 후 조황을 확인해 보았다. 언제 잡았는지 두 뼘 가까이 되는 삼치를 대여섯 마리나 잡았다. 잠시 후 물돌이 시간이 지나고 초날물이 끝나갈 무렵 기다리는 입질도 없고 바닷물도 많이 빠지고 어쩔 수 없이 낚싯대를 접고 배수구 앞 홈통으로 자리를 옮겼다. 홈통 갯바위에 들어가서 다시 채비를 하고 낚시를 했다. 한 10여분 정도 낚시를 했나? 너 댓 차례 케스팅을 한 후 채비를 정열하기 위해서 천천히 낚싯줄을 감자 무언가 갑자기 두~두~둑~ 하면서 낚싯줄을 가져간다. 기다리던 입질이다. 오랜만에 챔질, 걸렸다. 묵직한 것이 무언가 큰 놈이 걸린 것 같다. 잠시 후 낚싯대를 세우고 줄을 감자 아래 배수구 쪽으로 내 짼다. 이곳 홈통은 숭어가 많은 곳인데 옆으로 내 째는 폼이 참숭어라도 걸렸나? 어쨌든 손맛이 제법이다. 오랜만에 1호 낚싯대가 활처럼 멋지게 포물선을 그린다. 낚싯대를 세우고 1~2분 정도 릴링 을 한 다음 물위에 띄우자 손님고기 농어다. 뜰채로 올리고 보니 두 뼘이 조금 넘는다. 손님고기 농어를 바닷물이 고여 있는 위쪽 물 칸에 넣어 둔 다음 다시 아래 갯바위로 내려가서 낚시를 했다. 하지만 고기들이 빠져나갔는지 더 이상 입질이 없다. 한 시간 가까이 열심히 낚시를 했는데 조과는 15센티 안팎 되는 아가야 감성돔 서너 마리 뿐, 이다음에 커서 오라고 모두 방생,
이후 중날물이 끝나갈 무렵까지 낚시를 했지만 기다리는 입질도 없고 바닷물도 많이 빠지고 아쉽지만 오늘은 이만 낚싯대를 접는다. 잠시 후 낚싯대를 접고 손님 고기를 넣어둔 물 칸으로 와 보니 어! 물 칸에 넣어 둔 농어가 보이지 않는다. 참 이상한 일이다. 손발도 없고 날개도 안 달린 농어가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지? 농어가 하늘로 올라갔나? 땅속 아니 바닷물 속으로 사라졌나? 아무튼 어렵게 잡은 내 농어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아 볼 수밖에, 잠시 낚싯대를 놓고 테트라포드와 갯바위 주변을 둘러보니 어라!! 이게 뭐야? 서생원이다. 테트라포드 아래에 토끼만한 커다란 서생원 두 마리가 나를 빠끔히 처다 보고 있다. 웬 서생원이 바다에 있지?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세상에 이런 일이!! 커다란 서생원 두 마리가 어렵게 잡은 내 농어를 맛있게 포식을 하고 있다. 이런 싸가지 없는 서생원 놈들 봐라! 얼른 서생원 놈들을 쫒아낸 다음 농어를 살펴보니 어느새 농어 꼬리를 절반 가까이 먹어버렸다. 아이 구, 아까운 내 농어....ㅠ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생선을 좋아하는 도둑고양이가 농어를 훔쳐 먹었다면 이해를 하겠는데 조그만 서생원이 두 뼘이 넘는 농어를 잡아먹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무튼 어렵게 휴가를 내서 이른 새벽부터 너 댓 시간 가까이 낚시를 하여 잡은 농어인데... 아까운 내 농어 돌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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