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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와 어떤 초보 아저씨

4 4,637 2004.10.12 19:12
아랫돌 빼 윗돌 괸 사연’
어릴 적부터 지금껏 가까이 지내온 내 친구중에 재미있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 하는 짓은 주로 개그다. 쉽게 말해 움직이면 개그다.
그래서 나는 이 친구를 살짝살짝 건들어 즉각 나타내는 반응을 보며 재밌어 하곤 하는데 크게 짜증을 내지 않는 속이 넓은 가장 친한 친구중 한 놈이다.
생긴건 대충 개그맨 이혁재 비슷하지만 무척 능글맞고 술을 아주 좋아한다.
한번은 서울에서 공부하는 나를 만나러 또 다른 친구와 함께 서울을 다녀간 적이 있었다. 이글은 동행한 친구가 목격한 무용담을 근거로 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술을 좋아하는 이 친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여수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캔맥주를 몇 캔 꼴짝꼴짝 마셔댄 모양이다.
드디어 버스가 도착하고 출발할 때까지 화장실 갈 필요를 못 느낀 우리의 친구, 그냥 버스에 올라탔다.
지금부터는 1인칭 시점으로 쓴다.
좀 마셨더니 졸음이 온다. 한숨 자고나니 휴게소다. 화장실로 가 소변을 보고 다시출발.
그런데 얼마가지 않았는데 소변이 급해진다. 보통 맥주를 마실 때 첫 소변을 보면 자주 마려워 지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생리.
걱정된다. 휴게소에서 빠져 나온지 30분도 안됐다. 기사 생긴 것 보니 휴게소에 들르자고 하면 좀 전에는 뭐했냐며 쪽 줄게 뻔할 것 같고...
할 수없다. 일단 참자. 두 번째 휴게소까지.
순간순간 점점 팽팽해지는 느낌이 금방 차올라 오는 것 같다.
원래 땀이 많은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참았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는 법. 그것도 생리적 현상인데..
도저히 참을 수없었다. 슬그머니 맨 뒷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어떻게 뒷자리에서 해결해 볼 요량이었다.
다행히 주중이라 뒷자석에 손님은 없었다. 그러나 소변을 담을 용기가 없었다. 할수 없이 남은 맥주캔 두 개중 하나를 몽땅 마셨다.
그리고는 흔들리는 차속에서 흘리지 않도록 최대한 캔 주둥이에 밀착시켜 금속의 예리한 부분에 베이지 않게 조심스럽게 배출시켰다.
얼마 나오지 않았는데 금 새 다 찼다. 참을 때보다 더 마려운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다. 일단 마시자. 나머지 마지막 캔을 땄다.
두 번째 캔을 채우니 조금 살 것 같다.
이제 문제의 캔 두개를 어쩌지? 앞으로 가져가면 냄새가 날 것 같고. 일단 조심스럽게 의자 밑 모퉁이에 나란히 뒀다. 이따 휴게소에서 버릴 요량이었다.
조용히 그리고 태연하게 제자리로 왔다.
자리로 온 이후에도 휴게소가 절박한 심정인 나는 처음에는 앞자리 너머로 고개를 삐죽삐죽 내밀면서 휴게소 남은 거리가 씌여진 이정표를 찾기도 했는데 고통이 점점 심해져 이내 포기했다.
아예 최대한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자세가 뻣뻣해 졌다. 가끔 두 눈이 지긋이 감겼다가 떠지기도 했다.
얼마나 갔을까? 곧 휴게소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한 10분정도만 가면 될 것 같다. 안도했다.
그런데 이때 통로쪽에 무언가 움직임이 포착된다. 물이다.
마치 바닷물이 들어올 때처럼 앞으로 밀려왔다 다시 뒤로 밀리는 현상을 버스의 움직임과 같이 반복하면서 결과적으로는 버스 앞쪽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뒷 좌석쪽에는 승객이 없고 짐도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그렇다. 내가 버린 물이다.
재빨리 운전기사 쪽을 봤다. 아까 휴게소에서 얼굴을 보기는 했지만 뒷모습도 별반 부드러움을 느끼기에는 무리다. 다행히 아직 모르는 것 같다.
그래도 걱정스럽다. 일단 10분정도를 버티자. 왼발을 통로쪽으로 냈다. 움직이는 물을 막았다. 일단 정도는 덜 심하다.
발이 뻣뻣해 지려고 하는 순간 버스는 휴게소로 진입했다.
민첩하게 뒷자석으로 가 캔 두개를 양복 양쪽 안 호주머니에 넣어 통로로 걸어 나왔다.
불편하고 어색하다. 마치 헬스를 해서 양팔이 몸통에 붙지 않는 송창식 아저씨 폼이다.
그러나 지금 폼이 문제가 아니다. 흔들리면 젖는다.
발을 질질 끌 듯이 나왔지만 버스계단이 문제다. 다행히 맨 나중에 걸어 나와 조심히 그리고 천천히 어떻게 위기를 모면했다.
위 아래로 급했지만 화장실까지 가는데 무척 오래 걸렸다.
일단 모든 것을 정리했다. 소변도 보고 캔도 버렸다. 남은 것은 버스에 흘려진 나의 버려진 물.
그래도 여수까지 가야하는 나는 다음 사태가 걱정됐지만 일단 버스에 올랐다.
운전기사가 밀대를 들고 열심히 바닥을 닦고 있었다. 예상대로 표정이 좋지 않다. 이럴 때는 무조건 찌그러져야 한다.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운전기사는 힐끔 한번 째려보는 듯하더니 이내 다 닦고 운전대에 앉는다.
옆자리 친구는 아까부터 시작된 웃음을 아직까지 그치지 못하고 있다. 여수까지 오면서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내 생애 가장 먼 길이었다.

노래미 입 찢어진 사연
내 친구는 낚시가는 것도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종류의 물고기이든 잡은 고기 먹는 것을 좋아한다.
오로지 한 마리라도 감생이를 잡는다는 나보다는 낚시꾼으로서의 자세는 돼 있다고 인정한다.
한번은 장대들고 청개비달아 동네 앞바다 방파제에서 낚시하던 시절.(20대초반) 친구 녀석 꼬드겨서 함께 예의 그 방파제로 간적이 있었다.
당연히 친구는 소주 두병(예나 지금이나 이 녀석 주량은 알아준다)에 쌈장, 마늘 칼 등을 들고 따라나섰다.
나는 테트라포트에 올라 낚시를 하고 친구는 편평하게 시멘트로 발라진 곳에 퍼질러 앉아 낚시하는 것을 구경했다.
노래미가 올라왔다. 바늘이 잘 빠지지 않자 친구가 빼준다고 한다.
그때까지 나는 고기를 낚기는 하지만 겁이 많아 고기를 잡고 바늘 빼는 일을 싫어했다. 혼자면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처리하지만 아무튼 그랬던 것 같다.
친구가 바늘을 빼주니 정말 좋았다. 그러기를 여러 차례. 노래미 몇 마리가 잡혔다.
잠시 후 먹게 될 사시미를 생각하니 친구는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즐거운 표정으로 바늘을 빼줬다.
몇 마리 올라오자 빨리 떠서 먹자고 친구가 보챈다.
얼마쯤 지나 입질은 없고 보채던 친구가 조용하길래 뒤돌아 봤다.
친구의 게슴츠래한 눈이 보인다. 약간 풀렸다. 벌써 회 떠서 몇 잔 걸친 후였다.
친구는 음식을 먹을 때(씹을 때) 마치 생각에 잠긴 듯 한 곳만 뚫어지게 응시하면서 씹는다. 그 모습을 봤다.
지금은 약간 눈이 풀려 게슴츠레한 눈빛이다. 정말 맛있게도 음미하면서 먹는다.
이 때 고기가 물었다. 이번엔 좀 크다. 낚싯대에 걸린 채 버둥거리는 노래미를 친구에게 보냈다. 그 눈빛으로 회를 씹던 친구는 이제 귀찮다는 표정이다. 마지못해 고기를 잡고 이리저리 바늘을 빼려고 시도한다.
그 상태로 몇 초가 흘러 낚싯대를 든 채 다음 바늘에 끼울 청개비를 찾고 있는데 뒷쪽에서 뿌드득하는 소리가 들렸다.
노래미 주둥이에 친구의 양손 검지손가락이 잔뜩 힘을 받은 채 걸려있었다.
바늘이 빠지지 않자 귀찮아진 우리의 친구가 바늘을 빼기 위해 그만 노래미 입을 찢어버리는 참사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꽁트는 꽁트일뿐 따라서 이부분에 대한 비난은 사양)
나는 이 참사를 본 후 낚시대를 접었다.
그리고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한 곳을 응하며 열심히 회를 씹는 친구 앞에서 소주잔을 기울여야 했다.

앙~아!! 수제를 안 갖고 왔네!!
금요일. 그러니까 10월 8일 그 친구를 다시 꼬드겼다.
토요일 금오도나 가볼까 했는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어려운 경기에 돈 들여 꽝치고 빗속에 고생하는 것보다 가까운 오동도방파제(우리는 오방이라고 부른다)나 가보려던 참이었다.
나의 귀한 친구,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흔쾌히 따라 가겠단다.
새벽에 도착한 오동도방파제는 바람이 엄청났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첫 방파제 끝 쪽 본섬과 맞닿는 곳 뿐.
그런데 바람은 피할 수 있으나 잡어 입질조차 없다. 친구가 보챈다.
돌산 모방파제에 고기가 나온다니 그리로 가잔다.(여기서 고기는 감생이 뿐만 아니라 모든 어종을 말한다. 우리 친구가 먹을 수 있는 고기면 다 고기다)
그런데 여기서 내 친구보다 웃기는 아저씨를 만날 줄이야!!
우리가 도착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40대 초반~후반으로 보이는 아저씨 3사람이 도착했다. 가까운 곳으로 취미삼아 낚시를 다니는 듯하게 보이는(본인 역시 그러한 시절이 있었기에 결코 비하하려는 뜻은 아님. 원투대에 찌를 달았음. 낚시하는 일거수 일투족이 전문 꾼은 아닌 듯 보였음. 특별한 소품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고 구명조끼 등 일반적으로 갖추는 장비는 없음) 이 아저씨들이 비좁은 방파제를 뚫고 점점 우리 쪽으로 밀고 들어온다.
나누는 얘기를 살짝 들어보니(들렸음) 얼마전 이곳에서 삐까리 몇 마리를 낚은 모양이다. 하필 그 자리가 내가 선 자리인 모양이다. 내가 선 쪽으로 계속 밀어부친다.
별 입질도 없고 해서 나는 그 자리를 그분들께 양보키로 했다.
그리고 곧이어 대를 접는 순간 나는 하마터면 크게 웃을 뻔했다.
다음은 아저씨 두 분의 대화내용
아저씨A: (밑밥통을 열며)앙~아!!! 수제를 안 갖꼬 왔다.(주석. 앙~아= 안타까움을 나타낼 때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여수 사람들의 감탄사, 수제=수저의 전라도 사투리)
나: (속으로)점심을 싸오신 모양인데 수저를 빠뜨린 모양이군....
아저씨B : 무슨 수제??
아저씨A : 밑밥 떤지는 수제 말이여!!!
아저씨B와 나 :(--;;
순간 나는 속으로 웃으면서 어쩌면 수저가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보통 밑밥주걱이라고 하는데 주걱생긴 것 보다 수저 생긴 것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다만 일반화 된 표현이 아니라서 웃음이 나왔을 뿐 그 아저씨 잘못은 없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나는 낚시 가방을 다 챙겨두고 그분들과 친구가 낚시 하는 것을 구경했다.
문제의 A아저씨가 원줄을 터져먹었다.
찌가 둥둥 떠간다. 구멍찌가 가까운 곳에 떠있었으나 뜰채가 없는 그분들은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나는 찌를 주워줄 요량으로 뜰채를 조립했다.
잘 알다시피 방파제에서 접어 둔 뜰채를 다시 조립해 찌를 건지기란 조류 도움 없이는 확률이 낮다.
나 역시 찌를 건지지 못했다. 괜히 미안했다.
뜰채를 다시 해체해 가방에 넣고 있는데 그 아저씨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아저씨A: 아저씨, 모자있소?
나: 예?(속으로 자기 모자 있으면서 내 모자는 왜 찾지?)
아저씨A: 모자 말이요. 모자!
나:....(속으로)무슨소리지? 머리에 쓰는 모자를 찾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은 들었다. 그렇다면 뭘 말하는 걸까?
아저씨A: 낚시할 때 쓰는(전라도 사투리, 여기서는 ‘사용하는’이 정확한 표현) 모자 말이요?
나는 그때서야 이분이 찾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것은 반달구슬이었다. 이번에는 정말 웃음이 터져 나오는 줄 알았다.(이 역시 일반화되지 않은 표현이라는 데서 오는 웃음임. 결코 그 아저씨 비하할 뜻 없음.)
나는 또 터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반달구슬을 두어개 더 드렸다. 그 아저씨는 섭섭하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않고 저쪽으로 가버린다.
그래도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대신 웃을 수 있게 해 주셨으니까....
돌아오는 길에 친구녀석에게 그이야기를 해줬더니 죽는다고 웃는다.
나는 속으로 ‘짜식 너도 겁나게 웃겨 임마!!’

※ 실제 있었던 일을 적었습니다. 너무 지루했나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친구를 희화화 하려는 의도는 결코 아니고 오히려 사랑스러운 내 친구이야기를 해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초보꾼을 비하하려는 의도도 결코 아니니 비난의 댓글은 사양합니다. 그럼 모두들 즐낚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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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뱀의눈물 04-10-13 10:40
^^;;; 정말 잼있는 친구분이시네요...아주 친하신가봐요...부럽습니다 같이 낚시다니실 친구분이 있으시다니...

제친구는 장가가서 꽉 잡혀가지고 저랑 못놀아요...ㅡ0ㅡ
솔리테어 04-10-13 17:17
너무 잼나네요
저도 수학여행때 버스안에서 1.5리터 콜라피티통에 서너놈이 물버리니깐 금새 차올라 버스 창문열어 조금씩 버스옆면에 쏟아붓고 또 다른놈들이빈통에 물버리고 그렇게...
물론 뒤에 따라오던 같은 버스기사아자씨가 보고는 들켰지만 ㅋㅋㅋ

92년돈가 간만에 몫돈모아 추자가서 낚시하는데 현지가이드(김X진)가 제 채비를 보더니 "도매를 하지마라" 하고는 배타고 가버리데요
그래서 "도매"가 뭐꼬??? 한참 생각하다가 암만 생각해도 모르겠기에 그냥 낚시하는데
그 가이드가 또 다시 와서 제 채비를 보곤 "도매하면 고기못잡는당게~!"하며 화를 내듯하며 가버리더군요
"도매...도매...도매가 뭐지? 도마인가? 채비하고 회써는 도마하고 뭔 상관이래? 고기잡으면 썰어먹지말고 나중에 민박집에서 같이 썰어먹자는 말인가???"...하며
온갖 고민끝에 " 아~! 도래를 도매...라고 하는가보다"...라고 생각하곤
도래를 빼고 원줄과 목줄을 직접 묶어(그당신 직결이란 말이 없었을걸요?) 낚시를 했죠
근데 나중에 철수해서 알고보니 "도매"란 추자현지말로 "찌매듭"이란 말이더군요
그 가이드는 저보고 반유동 하지말고 찌매듭 (도매)를 제거하고 전유동을 하라는 말이었는데 그 당시 전유동은 추자일부꾼들이나 하는 거지 저같은 부산촌놈은 생판 들어보지도 못한 조법이었으니....지금도 전유동하면 그때 일이 생각납니다
근데 덕분에 대한민국에서 제가 최초로 원줄 목줄 직결한 조사가 아닐까?...하는 자부심도 갖고 있습니다 맞나요? 하하
수중강타 04-10-15 11:13
재밌게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사실 쓸데없는 글 쓴 것아닌가 했는데.
솔리테어님 글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참고로 우리친구 놈 운전면허 주행시험 보면서(예전에 시험장 한바퀴 도는 시험) 앞에가는 아줌마가 늦게 간다고 추월을 해버리는 골때리는 놈입니다. 당연히 둘다 떨어졌죠.^^^
뱀의눈물 04-10-15 19:33
우하하하....정말 엽기(?)적인 ^^ 친구분 욕은 아니구요

저도 친구들한테 골때리는 놈이다란 소릴 자주 듣는데...저보다 더 하신듯...^^

정말 잼있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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