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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 풍경

솔머리 2 2,937 2012.08.24 21:04
 
    날씨가 좋아서 집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자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이 상쾌하다. 오랜만에 바깥바람도 쐴 겸 집사람과 월명산 산행을 하였다. 두 시간 가까이 산행을 한 뒤 시내를 돌아 나오다 보니 평소에는 썰렁하던 시내에 사람들의 왕래가 잦다. 오늘 무슨 행사라도 있나? 아! 19일이다. 오늘은 5일장이 서는 장날이다.
    4일과 9일은 5일장이 열리는 비인 장날이다. 산행을 마친 후 옛날 생각이 나서 집사람과 함께 5일장을 둘러보았다. 60년대 어린 시절에는 5일 시장이 학교 운동장만큼 컸었는데 30여 년 만에 와보니 시장이 겨우 손바닥만 하다. 집사람과 시장 이곳저곳을 천천히 구경하면서 한 바퀴 둘러보는데도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장이 끝나가는 오후라서 그런지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도 많지 않고 파는 물건도 별로 없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온종일 시끌벅적하던 어린 시절 5일장의 정취가 나지 않는다.
    60년 중반 무렵,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마땅히 볼것도 없고 먹을거리도 없었지만, 5일 시장에 가면 먹을거리도 많고 볼거리도 많았었다. 이른 새벽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온종일 장사꾼과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사고파는 물건들도 많았었다.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학교가 파하면 동무들과 구경도 할 겸 5일 시장에 자주 놀러 가곤했다. 동무들과 시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물건들도 구경하고, 어쩌다 운이 좋으면 아는 친척들을 만나서 엿이나 사탕을 얻어 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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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아래쪽 입구 양 옆에는 오래된 월명상회와 철물점이 있었다. 도로 옆에 있는 월명상회와 철물점을 지나서 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입구 오른쪽에는 하얀 함석으로 만든 물통과 물뿌리개와 함석다라 등을 파는 가게와 빵집이 있었고, 왼쪽으로는 검정 고무신과 장화를 땜질해 주던 사람과 칼과 톱 등을 갈아주는 사람이 있었다. 입구 오른쪽 건물 가게에는 막걸리와 국수를 팔던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었다.

    샛길이 있던 시장 뒤쪽에는 호미와 낫과 곡괭이 등 농기구와 연장을 만들던 대장간과 고기를 팔던 정육점이 있었고, 가축시장 옆쪽으로는 국숫집과 빵집과 막걸리 집들이 줄지어 있었다. 대장간 앞 난전에는 갈치와 장대, 오징어, 꽃게 등을 팔던 어물전이 들어서 있었고, 어물전 바로 뒤쪽에는 참빗과 손거울과 은비녀와 고무줄, 이약 등 생활용품을 팔던 좌판 가게가 있었다.
    바로 옆 난전에는 경상도 나까상(나일론) 양말을 팔던 좌판과 맛나니 등 조미료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시장 가운데 양지바른 곳에는 빛바랜 토정비결 책을 펼쳐 놓고 운세를 봐주던 갓을 쓴 할아버지도 있었고, 춘향전과 심청전 등 옛날이야기 책을 늘어놓고 팔던 사람이 있었다. 시장 한가운데 간이막사처럼 지은 건물에는 주전자와 양은그릇 등을 팔던 양품점과 어린 시절 유명했던 말표 검정 고무신을 팔던 신발가게가 있었고, 옆 건물에는 옷과 이불과 비단과 한지와 벽지 등을 팔던 가게들이 들어서 있었다.
    신작로 옆가게에는 떡집과 음식점과 술집 등이 들어섰고, 중학교 앞 정류소 입구 난전에는 사과며 배와 참외, 오이, 수박 등 과일전과 무, 배추 등을 팔던 채소전이 있었다. 난전 바깥쪽에는 돼지와 염소와 닭, 토끼 등 가축들을 팔았고, 옆쪽에는 지게와 대나무로 만든 대바구니와 조락과 키와 빗자루 등을 팔았으며, 바로 옆자리에는 쌀이며 콩, 팥 등을 팔던 잡곡전이 있었다. 잡곡전 뒤쪽에는 겨울철 김이 모락모락 나던 빵집과 국숫집이 있었고, 그 옆에는 볼 때마다 군침을 흘리게 하던 사탕과 과자와 엿 등을 팔았었다.
    중학교 앞 위쪽 시장 건너편에는 약장수들이 천막을 치고 공연을 하면서 약을 팔던 넓은 공터가 있었다. 이곳에서는 이른 봄이나 추수가 끝난 늦가을 무렵 약장수들이 와서 천막을 쳐놓고 공연을 하고 약도 팔곤 했었다. 가축시장 옆 넓은 공터에 기다란 나무와 커다란 천막으로 무대를 만들어 놓고 춘향전과 흥부전과 심청전 등 연극도 하고 원숭이 쇼도 하곤 하였다.
    텔레비전은 물론이고 라디오도 없던 시절, 약장수들이 5일 시장에 와서 공연하는 날은 구경꾼들로 북적거렸다. 예쁘게 분장을 한 춘향이가 무대 위 형틀에 묶여서 구슬프게 연기를 할 때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고 이몽룡이 춘향이를 구출하기 위해서 "암행어사 출두야!"를 외쳐댈 때는 신명이 절로 나곤 했다.
    한바탕 공연이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에는 예쁘게 분장을 한 여배우들이 죽 둘러선 구경꾼들 사이를 오가면서 약을 팔곤 하였다. 그 당시 약장수들이 약을 팔 때 곧잘 쓰던 단골 레퍼노리가 있었다.
    "앞에 있는 애들은 저리 가라."라고 하면서 "여기 나이 많이 드시고 몸이 허약하신 분들, 밤에 잠잘 때 식은땀이 나고 잠을 못 주무시는 분, 그리고 아침에 소변을 잘 못 보시는 분들, 일단 이 약 한번 잡숴봐! 이 약 한번 드시면 안방에 있는 요강이 깨져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시면 기운이 펄펄 넘칩니다!"라고 일장 연설을 하면서 요상한 약을 팔곤 하였다.
    오랜만에 5일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니 시끌벅적하던 어린 시절 장날 풍경이 눈에 선하다. 지금도 어물전 옆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경상도 나까상 양말이 있습니다. 질기고 오래 신을 수 있는 경상도 나까상 양말입니다."하면서 신명나게 나일론 양말을 팔던 양말장수 목소리와 "맛나니 사세요! 맛나니!: 조미료를 팔던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가축시장 모퉁이에서 갑자기 "뻥!"하면서 튀밥을 튀기던 뻥튀기 소리와 대장간에서 뚝딱뚝딱 쇠망치를 내리치면서 연장을 만드는 소리, 이곳저곳에서 물건값을 흥정하는 소리와 오랜만에 이웃 동네 친구를 만나서 정답게 인사를 나누는 소리, 막걸리를 마시면서 술주정을 부리는 소리와 술에 취해서 고함을 지르며 싸움하는 소리 등 오랜만에 사람 사는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소박하고 정겨운 시골 사람들의 소리를 다시 한번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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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거제우연낚시 12-09-06 13:32 0  
흔히 저희 세대를 샌드위치 세대라고들 합니다. 지나간 것들과 다가오는 것들에 중간쯤이라... 맞는 말인듯 합니다. 어렴풋이 자친께서 앉아 젓가락 단장 맞추시던 대폿집도 뻥이요 소리에 놀라 귀를 막던 시절도 생각이 납니다. 아련한 향수가 펼쳐진 장날 구경 잘하고 갑니다
솔머리 12-09-08 18:09 0  
나이든 지금도 옛날 생각이 나면 가끔 재래시장에 가보곤 합니다. 예쁘게 분장을 한 약장수 공연도 보고 싶고 튀밥도 먹고 싶고... 어린 시절 추억이 눈 앞에 선합니다. 우연님 언제나 안전운전 하시고 하시는 일 모두 잘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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