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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낚시꾼이다.
가끔씩 바다가 그리워 열병을 앓는 영락없는 낚시꾼이다.
살아가면서 늘어나는 뱃살만큼이나 역시나 늘어나는 것이 고단한 스트레스뿐인가 보다. 내 삶과 내 의지와는 전혀 딴 판으로 밀고 오는 스트레스에 때론 정신이 혼미하여 하루 왼종일 방안에서 뒹굴곤 한다.
그러다가 기회가 되면 어김없이 스프링처럼 구부렸던 몸을 일으켜 바다로 달아난다.

지난 가을쯤 비가 창가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하도 이뻐서~
바다!
그냥 가만히 두 단어만 떠 올려보아도 넉넉한 어머니의 품속 같이 따스하여 스트레스를 깡그리 끌어모아 바다에 던져두고 오면 몇날몇일이 시원한 여유가 밀려온다.
그 바다에 은빛 감성돔이 있어서 좋고, 탈탈거리며 앙탈지게 올라오는 볼락이 있어서 더욱좋다.
손맛도 즐기고 입맛도 즐기고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닌가 말이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감성돔이 숨어버렸는지 보이지가 않고 심심한 손맛이라도 달래려 볼락이라도 낚아 올라치면 집에는 한바탕 난리가 난다.

그림처럼 연인들이 우산을 쓰고 거닐고~
부러워라~
예전엔 선상(船上) 낚시라도 다녀오면 쿨러가 제법 묵직하였는데 요즘은 10여수를 넘기기도 벅찰때가 있다. 원래 볼락이란 천기(天氣)를 읽어 하루 물때에도 12번이나 입질 패턴이 바뀐다고 하였으니 본디 그 놈들을 낚아 올리는게 수월하지는 않을터이지만 그러고도 참 귀한 존재가 되었다.
그래도 명색이 낚시꾼이라고 작은 놈들은 올라오면 방생을 하는터라 조황은 더 부진할뿐이고 그나마 몇수를 낚아와 개선장군처럼 싱크대에 부어놓으면 어머니가 제일 먼저 달려오신다.
어머니는 올해 여든셋이다. 그런 어머니가 아들이 낚아온 고기를 이집저집 나눠주면서 즐거워 하시고 또 손수 장만을 하시면서도 즐거워 하셔서 낚시 갔다오면 횟감으로 썰어 먹을 몇 마리만 내 관심사고 나머지는 늘 어머니 몫이었다. 그런데 요즘들어 어머니와 아내가 볼락 때문에 적잖이 신경전을 하는것 같다.
참고로 아내는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서 바다와는 전혀 딴곳 사람이었다. 어려서는 생선이 워낙 귀해서 겨우 갈치나 고등어만 구경을 하였다 하니 그도 그럴밖에......, 깊은 산골은 아니더라도 교통도 불편했을 시기이고 입에 풀칠하기도 넉넉하지 않았을 시기이기에 산청에서 생선을 접한다는건 아마도 사치였을테지~
결혼초 아내와 횟집이라도 갈라치면 나름 신경이 쓰였었다. 생선회는 거의 먹지도 못할뿐더러 밑반찬처럼 나오는 것에만 온통 정신이 빼앗겨 정작 회는 먹지도 못하던 집사람이 시간이 흐를수록 회를 웬만한 남자들 이상으로 좋아를 하니 어디 낚시라도 갔다 오면 몇 마리라도 썰어 막걸리 한잔하는 기쁨이 낚시하는 작은 즐거움으로 되었으니......,

감성돔도 볼락도 아닌 붕어가 넘치던 때도 있었으니~
난 개인적으로 감성돔 낚시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아내는 조과도 부실한 감성돔 낚시보단 그래도 마릿수가 나오는 볼락낚시를 더 선호한다. 낚아온 볼락은 구이로 해서 한자리에서 8~10마리는 게눈감추듯이 먹어치우는 볼락 예찬론자이다 보니 아까운 볼락은 혼자서 많이도 먹는다고 어머니가 가끔은 핀잔을 주신다. 그러면 집사람은 “윤민이 아빠가 맛있게 먹으라고 낚아 왔고 또 신선할 때 먹어야 맛난다”면서 어머니도 함께 드시자며 준비를 하여도 잘 드시지 않고 몇 마리 따로 구워 방에다 간장과 함께 갔다 드리면 언제 드셨는지 생선 뼈만 발라 접시를 내어오신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면 잡아온 볼락이 동이나고 그때쯤이면 어머니는 가끔 그 많은 볼락을 며느리 혼자서 먹는다며 넋두리를 하시는데 그게 처음엔 며느리가 혼자 볼락 먹는게 아까워서 저러시는구나 하고 들리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이 추운 겨울날 잠 설쳐가며 고생하고 잡아온 아들은 출근한답시고 볼락구이도 제대로 못먹는데 며느리만 맛있게 구워먹으니 셈이 나셔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아들이 함께 못먹어 안타까워서 그러시는 구나 싶어지니 새삼 어머니의 사랑이 느껴진다.
나도 볼락구이는 참으로 좋아라한다. 가을에 전어를 숯불에 구우면 꼬리끝에서 머리끝까지 흔적도 없이 먹듯이 볼락도 숯불구이를 하면 흔적도 없이 먹어내지만 집에서 간단하게 하는 구이가 후라이팬에 식용유 부어 하는 것이라 살점 몇점에 막걸리 한잔 걸치고 나면 별시리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서서히 시간은 봄기운이 완연해 지고 있고 겨우내 작았던 볼락들이 점점 굵어지고 있으니 조만간 볼락낚시나 함 떠나야하겠다.

10여년을 키운 풍란을 대구 사는 누님이 오셔서 강제로 갈취를 해가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