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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도 육짜

14 4,277 2003.12.23 10:37
아아!
얼마나 기다렸던가? 꿈의 낚시터 추자도!
월급쟁이 박봉에서 마누라로부터 받는 용돈. 그것의 절반을 무려 6개월치를 모아 설레
이다 못해 날고싶은 마음으로 찾아 온 추자도!
우선ㅇㅇ민박에 짐을 풀어 대충 정리를 끝내자민박집 아주머니께서 거나한 매운탕
점심을 끓여왔지만 그 매운탕마저 나의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고기를 못낚아도
일분 일초라도 빨리 가보고 싶은 절명여. "오늘 제발 하루만이라도 그곳에 낚시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마음속으론 이렇게 빌고 있었다.그래야 내가 낚시할 수 있는 영광
이 돌아오니까. 저 멀리 보이는 절명여의 모습은 마치 인간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우람
하게 하늘을 향해 솟아있었다.먼저 일행중 나를 포함한 김사장과 모 조구업체 김 필
드스텝 이렇게 3명은 운좋게도 절명여 배꼽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신의은총이 배려
되었다.

절명여! 그 이름만큼 무서운 갯바위!
함께 내린 3명은 아무 말없이 자신의 채비하기에 여념이 없다. 언론 매체를 통해 추자
도가 소개될때마다 사자섬과 함께 빠지지 않는 메뉴. 그 유명한 포인트를 발아래 두고
서니 마음은 벌써 대물을 몇 마리나 걸었는지 모른다. 각자 나름대로 대상어종과 포인
트를 정해 밑밥을 치고 찌를 흘리기 시작한다. 이곳 절명여는 사시사철 대물과의 한판
힘겨루기를 하는 곳이라 채비도 단단히 중무장하였다. 나의 대상어종은 감성돔,채비는
1.75대에 4호원줄, 1.5호 구멍찌에 1.2호 수중찌, 목줄 두발 반(약 4m), 목줄에 B분납
3개, 원래 조류가 센 곳이라 B봉돌로 분납해야 채비가 안정될 것 같았다. 오늘 물때는
14물.난바다라지만 적당한 조류에 빠알간 선홍빛 찌가 조류를 타고 조금씩 흘러가기
시작했다.

낚시 경력 15년쯤 되는 김사장이 드디어 한마리 걸었다. 대의 힘새가 보통이 아니다
대물과의 한판을 위해 2호대로 승부를 걸었건만 무지막지한 놈의 저항에 질질 끌려 다
닌다.실력이 제일 형편없는 내가 뜰채를 들고 김사장 옆으로 가는데김 필드스텝이
한마디 한다. 옆으로 째는 거 보니 부시리다. 내비둬라. 한 5분 있어야 얼굴볼 수있
을끼다. 정말 한 5분 지나자 80~90cm정도 되어 보이는 미사일이 바다를 휘젓는다.겨우
뜰채를 이용하여 부시리 꼬리를 잡은 김사장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마디 한다."힘
좋네, 어깨가 다 뻐근하네" 그렇게 내뱉는 김사장 얼굴엔 손 맛이 웃음꽃으로 피어 있
었다. 잠시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허연 연기를 몰아내며 갯바위에 털석 주저 앉으
며 "어이, 고문관님도 한 마리 해야제"한다. 저 양반이 초장부터 누구 속 디빌려고…

김사장이 부시를 낚은지 한 30분쯤 흘렀을까. 가운데 자리잡은 김 필드스텝이 낚시대
를 하늘높이 치켜 세우는가 싶더니 이내 초릿대가 끌려 내려간다.그러나김 필드가
누구인가.1톤에 육박하는 체중,떡 벌어진 어깨,무지막지한 손 아귀힘. 낚시대가
부서지면 부서졌지 절대로 힘으로 질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이내 오른손으로 낚시대
허리를 받치며 쭈욱 뽑아 올린다.역시 대물은 한 방에 나가떨어질 정도로 약한 힘의
존재는 아니었다.다시김필드의 낚시대 끝을 사정없이 끌어당기는가 싶더니 드랙이
역회전을 하며 원줄이 풀리기 시작한다.주말과 휴일의 90%를 갯바위에서 산지어언
10년이 넘었을만큼 그는 이미 노련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다.팽팽한 원줄을 봐가며
살짝살짝 브레이크를 놓는 것이 대물의 힘을 빼는 경지를 넘어 낚시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한 십여분 실랑이를 했을까? 드디어 찌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도 쉽사리 어체를 드
러내지 않는 대물의 자존심. 허리를 받쳐 쭈욱 들어올리는 중간 다시 물속으로 쳐박는
마지막 발악.갑작스런 대물의 쳐박음에도 노련하게 낚시대와 몸을 낮추며 다시 쭈욱
낚시대를 들어올리자 80cm정도 되어보이는 참돔이 마지못해 끌려 올라와 입을 쩍쩍 벌
리며 힘들어한다. 수면위에 띄워 공기를 두어번 마시게 하면 이미 50% 이상은 잡은 고
기다. 그제서야 김필드가 한 마디 던진다. "어이, 뜰채맨! 뜰채 좀 대봐라! " "젠장
고기잡았다고 유세는 엄청 떠네, 빌어먹을!"

이후에도 두 사람은 중치급 참돔을 심심찮게 올리건만 나에겐 입질이 없다. 두사람은
신이 났는데 난 초라해지는 것 같다. 애써 마음을 감추려고 웃으며 담배를 한 개비 물
어 보지만 초조함만 더한다.채비가 잘못 됐을까? 채비 바꿀려면 또 10여분 흘러갈건데
에라 모르겠다.귀찮기도 하거니와 못잡으면 다음을 기약하는 마음으로 그냥 내버려 두
기로 했다.멀리 남해바다를 바라보며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을때 쯤, 미동도 없던
나의 찌에 어신이 살짝 왔다. 여걸림처럼 한 10cm정도 잠겼을라나.원줄을 사려 사알짝
당기니 스르륵 잠긴다. 스풀을 닫고 원줄을 사린 다음 힘껏 챔질. 에고 에고…
밑걸림이다. 절명여를 건 모양이다. 꼼짝도 안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꾸우욱 낚시대를
차며 끌고 가는데 장난이 아니다.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엄청난 놈. 이건 분명 육짜야
혼자 선 감당하기 힘든 그 놈의 힘에 두사람의 도움을 요청코자 큰소리를 지르기 시작
했다. "육! 육짜다아!"

남자답지 않게 60kg를 조금 넘는 내 체구가 걱정이 되었던지 김사장과 김필드가 한
걸음에 달려와 뭐라 뭐라 떠든다. "대를 세우고…, 드랙을 너무 조이지 마라!, 그쪽은
여다. 버텨!….갑작스런 대물의 저항에 정신마저 혼비백산이고오로지 내 머리속엔
무조건 이놈을 끌어내야 한다.낚시께나 한다는 사람들의 파이팅시 폼이 어쩌고 저쩌고
는 이미 내 머리속에 없었다. 오로지 올려야한다는 일념으로 릴을 감으려는데 릴이 꼼
짝도 안한다. 옆에 있던 김사장이 급했던지 버티고 있는 낚시대를 밑으로 내리며 소리
를 질렀다. "낚시대 내리며 감아!" 아아 이제야 정신이 좀 들었다.이마엔 벌써 땀이
맺히는 것 같았고 허리마저 뻐근하다. 한번 더 내리면서 감고 쭈욱 들어 올리고. 소위
"펌핑"이라는 것을 하라는 말인 것 같다.옆에서 게속해서 조잘대는 말도잘 들리지
않았다.다행히 응원군이 생겨 불안감은 다소 줄었으나, 그래도 "혹시나 목줄이나 나가
지 않을까" 하는 초조함이 머리속을 떠나질 않았다.

얼마나 감았는 지 가늠도 안되는데 찌가 보이는 가 싶더니 검은 은빛 어체가 바늘을
물고 유영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순간 김사장이 "육짜다"소리를 지르며 뜰채를 들고
안달을 한다. "감아 감아!, 대 세우고 조금더 조금더! " 한 번 더 꾸욱 쳐박으려던 감
성돔 육짜는 나의 버티기와 낚시대의 탄력으로 물위에 뜨올랐다.억울했던지꼬리를
쳐서 파닥거리며 애타는 몸부림을 쳐보지만 4호바늘은 정확히 입술을 관통하고 있었다
김사장이 뜰째를 접으며 "와이리 무겁노!" 두 사람도 신이났다. 자기들만 손맛보다 내
가 한 마리 하자 아마 축하인사인 듯 했다. 뜰채에 들어있던 고기를 꺼내 김사장이 내
게 전해주며 "6짜 등극을 축하한다" 웃으며 말했다. 이제서야 대물을 올렸다는 안도감
과 희열로 가슴이 벅차 올랐다. LPGA에서 박세리의 첫우승 느낌이 이랬을까?,이승엽이
56호 홈런을 쳤을때 이런 기쁨이었을까?아뭏던 말로 형언하기 힘든 기쁨에난 그만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육짜다아, 빵 좋다아~!"

육짜를 건네받아 들어본 첫 느낌. 이건 분명 괴물같았다. 겨우 왼손으로 감성돔 턱을
잡고 오른손으로 배를 움켜 잡았다.나의 손이 작긴 하지만 육짜의 배는 내 오른손으로
잡기엔 너무나 거대했다.아무리 봐도 내가 잡은 고기라고 여겨지지 않을만큼 거대했다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이 꿈틀하자혹시 놓쳐 바다로 방생하지나않을까 싶어 더욱
꽈악 잡았다. 그순간 하늘이 노했는지 벼락이 첬고 눈앞이 깜깜했다. 불빛이 번쩍번쩍
하는걸 보니 번개라고 생각했다.

두 평이나 될만한 침대위에는 마누라가 종아리를 문지르며 끙끙 앓고 앉았다. 그리고
바닥에서 자던 여섯살짜리 사내놈과 여덟살짜리 딸래미도 눈을 똥그랗게 뜨고 침대위를
놀란눈으로 보고 있었다. "무 무슨일이야? 애들은 왜 자다 일어나 앉아 있어?" 다리를
주무르던 마누라가 온갖 험한 인상과 눈을 흘기며 "몰라서 물어?"한다."모르니까 물어
보지?" 아직도 화가 안풀렸는지 입을 씰룩거리며 종아리를 가리키며 마누라가 그랬다.
"왜 자다말고 내 종아리를 두 손으로 꽉 잡고 놓질 않어. 그리고 육자가 누구야? 어느
년이길래 꿈속까지 애걸복걸 따라다녀. 아이고 내가 미쳤지. 조것들만 쳐다보며 집구석
에만 쳐박혀 있으니 이제는 바람을 피워~~" "얼마나 좋아하길래 내다리 놓으라고 등짝
을 그렇게 때리도 놓질 않구, 그 년이 그렇게 좋아. 그리좋으면 지금 당장 나가아~"
"아하! 그랬었구나."마누라 종아리를 얼마나 힘껏 잡았길래 무릅아래 손자국이 선명
하게 나 있다. 놀란 애들을 다시 자라고 이불을 덮어주며 힐껏 쳐다본 마누라 종아리.
"분명 빵 좋은 감성돔 육짜건만 어느 새 마누라 종아리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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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댓글
삼여 03-12-23 10:49
지금 바로 복권사이소!
꾼에게 있어 육짜꿈은 복권메니아들의 임신돼지꿈과 같은것입니다.
저는 맨날 볼락꿈만 꾸는데.....
복권담청되면 파스 1봉지 사서 사모님 장딴지에 붙여주시구료.
pin 03-12-23 15:55
ㅋㅋㅋㅋㅋ 진짜 복권사세요 아니면 그 꿈 저에게 파시던가 ㅎㅎㅎㅎ
미스타스텔론 03-12-23 17:06
바다낚시 5년째 2002년 가을 토요일 어머님 누나매형 조카들 다 모여 식사를 하고 일요일 온천에 가기로 게획하고 속으로만 일요일바다를 상상하고 거실에서 잠이 들고 다음날 밥을 먹으면서 둘째 누님이 하는 말 "물었다" 5짜다" 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꿈속에서 고함을 쳤다는 얘기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너무 실감나 처음에는 진짜인줄 알았어요. 나의 6짜는 어디에 숨었나------------------
수중찌 03-12-23 18:16
ㅋㅋㅋ.........육짜 조사의 등극을 축하드립니다!*^^

나도 꿈에서라도 빨리 육짜를 잡아야 할텐데.............ㅎㅎㅎ
거금도 03-12-23 22:26
ㅋㅋㅋ^^축하드립니다 아마 오는해에는 꼭 !!"육자"를 하실 겁니다
나도 꿈 속에서라도 그런 손맛좀 보았으면....ㅋㅋㅋ
자연지기 03-12-24 00:34
흐미...지금도 가슴이 벌렁벌렁 뛰고있네....흐미....꿈의 육자를 잡으셨다니 맨입에 마른침이 꼴깍
넘어 가고 있는데....ㅎㅎㅎ 꿈이 셨다니 애석함이여......그래도 소원푸셨으니 축하드립니다...
한참을 웃고 있으니 와프가 자다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네요...ㅎㅎㅎ
새해엔 좋은일만 가득하십시요...메리 크리스마스~~
요수거사 03-12-24 14:13
어쩐지.....채비부터 엉터리라더니....
수령섬 작은골창이나 큰골창...아니면 쇠코쯤에서 지금철에 육짜 잡았다면 조금 비슷할 겁니다. 배경 설정이 좀 잘못되었고, 시기와 장소도 적절치 않군요...조금 신경 쓰면 좋은 글일텐데...ㅎㅎㅎ
갯사랑 03-12-24 15:09
꿈의 육짜님~~~^^

메리 크리스마스~ㅎㅎㅎ
우철아빠 03-12-24 17:2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녀사냥꾼 03-12-24 18:00
요수거사님!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사실은 추자는 고사하고 제주도도 못가봤네요.
오로지 상상으로 글을 쓰다보니 채비나 시기 장소 설정이 사실과 안맞더라도
재미로 읽어 주셔요.
앞으로 더욱 좋은 조행기나 꽁트가 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인낚회원님들께 즐겁고 행복한 성탄이길 소원합니다. ^-^
더불어정 03-12-24 18:48
미녀 사냥꾼님!
님의 꽁트작가 가능성을
또 보는 것 같아
너무나 반갑습니다.

긴장과 희열로
전개되다가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님의
글솜씨.
정말 대단합니다.

전문가를 통해 조금만
다듬어시면
훌륭한 작가탄생을
볼 수 있을 것 같군요.

글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경주월드낚시 03-12-24 19:02
소제가 아주 좋습니다.^^
미녀사냥꾼 03-12-24 22:46
더불어 정님과 경주월드낚시님!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잘 지내시고 건강하시죠?
바다가 그리워 내일은 싸부님이신 또랑낚시님 모시고 바닷바람이라도 한번
쏘이러 다녀와야 겠습니다.
한 시간후면 성탄절인데 부디 산타로부터 건강함을 선물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얼마 남지않은 2003년
알차게 마무리 하시길 바라면서 언젠가 뵈올날을 기다리겠습니다. ^-^
푸른나라 03-12-25 01:20
참 오랜간만에 즐겁게 웃었읍니다
2003년을 마무리하면서
님의 글이 나에게 웃음을주내요
2004년복많이받으시고.대물꼭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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