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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애수.

울산블루탱 10 2,522 2010.12.16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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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옛날, 원도권 2박3일의 설레였던 그 출조.
빈작의 조황으로 이어지다 배 떠나기 전 마지막 날의 짧은 오전낚시에서
급기야 대물을 걸었다. 그 입질에서 온갖 그리움과 떨리는 전율들은 비로소 깊이 하늘로 날아간다.
그러던 잠시 놀라움과 공허가 소름을 돋게 한 후
놓침에 대한 인간적 허망이 뼈를 저리게 만든다.  그렇게 섬을 빠저 나온 후
입질의 아쉬움과 그리움은 여전히 내 몸 언저리를 돌아 다니며
구석구석 아련한 시간을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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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 '사라짐', '슬픔'이란 단어들중에서
슬픔이란 낱말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참 인간적인 작용에서 나온 말인 것 같다.  우주의 근원을 따지어 보면 이 낱말은 아주 필요없게 되는데,
만물에서 부분적으로 사용자가 있다면 그 건 바로 휴먼이지 싶다.
그나마 디지털로 내리 꽂는 다음 세대에서는
이 슬픔이란 낱말이 더 이상의 효력을 버리게 될지 우매한 미련이 감돈다.
새로운 세대의 디지털감성이란 게
속도에 태워져 있기에 뒤를 돌아다 보기가
힘들지 않을까? 
어허, 나도 벌써 중년이구나. 
베이비붐 세대의 끝물쯤이다. 시대의 잦은 변태속에서 변혁기로 있다가
사상의 이중성으로 종종 가치관 당착에 앓아 눕기도 했는데,  
이젠 이 애수마저도 
시간의 가속도로 인해 디지털에 잠식당하여서는 
건조한 종이사포처럼
기억의 저편에서 썩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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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서 
간간이 하늘을 올려다 볼 때, 남자의 어깨에 무게가 짐겨져 있을 때
난 어느 원도권 잃어버린 그 대물의 입질을 더듬는다.
틈틈이 단물을 길어 올려야 되는
샘 하나를 남길 수 있다면, 절대 그 곳에다 다시 채비를 넣지 않을 것이다. 
갈 수는 있지만 가지 못하는 곳, 갈려고 하지 않는 곳으로
기억의 지문을 펴고 
초승달같은 미소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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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촌댁 아재는 오늘도
찬 바람을 등에 지고 반 보리밥으로 쇠주를 말아서
떨리는 손에 숟갈숟갈 입으로 넣고 있다. 겨울해가 온기를 찾을려면
아직도 몇 각이나 더 가야 하는데, 얼마나 기가 딸렸으면 
어제 먹은 취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뒤안간에서 저러고 있을까?
열살쯤 먹은 개구장이 옆집 아이의 부랄을 
종종 장난삼아 만지던 그 손아귀도 겨울밤 문풍지같이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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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자도 어젯밤 사시나무 떨듯 
부숴진 여닫이 방문으로 비집고오는 삭풍에 많이도 움쳐렸을 것이다.
부촌댁 아재의 발광이 한번씩 도질 때면 
그 때마다 피난민처럼 건너와 옆집의 우리집으로 숨어 자곤 했는데,
그 날은 무슨 이유인지 엄마와 둘이서
다 팽개쳐진 마른 방안에서
겨울밤의 야생이 되었다. 문고리에 가늘게 걸린 명줄도 아니고,
살아야만 되는 무슨 기이한 숙명도 아닐 것인데 
옆집의 또래남자가 보는 숙자의 형편은
삶이 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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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로 시집 온 숙자의 엄마는 이를 때면 밤새 운다.
알코올 중독의 남편때문이 아니라 천갈래로 찢긴 자기 신세가 서러워
울엄마 앞에서 볼줄기로 짠물을 내리면서까지 목놓아 울곤 한다.
그러면 숙자도 지엄마 옆구리에서 덩달아 하염없이 울고 갔다.
소꿉장난으로 하얀 모래쌀밥을 내게 해 주던
그 이쁜 가시나가 난데없는 소리로 눈물을 흘리자 
선머슴아인 내 얼굴도 괜시리 뜨거워 진 건 왜였을까?
태풍이 지나간 가을의 해안가는
마치 방금 서재를 정리한 것처럼 바다와 모래, 육지가 선명한 구분을 지으며 
그림같은 형상을 만들곤 한다. 그러던 어느 때, 숙자는 나를 이끌고
그림속으로 옥같은 조개를 주우러 갔다. 태풍속에서 밀려나온 진줏빛 조개는
지천에 깔린다. 그  포근한 온기와 상큼한 바다내음, 그리고 풍요는 
혈관속으로 흐르는 숙자의 아픔을 조용히 달래 주었지 않았을까?
집으로 들어가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숙자로 인해
나도 저절로 농땡이가 되었고, 옆집의 고약한 부촌댁 아재는 나를 맨날 못살게 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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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간혹 볼 수 있었던 숙자는
이미 여자가 되어있었다. 기울어져가는 가세를 부담하기 위하여
중학교를 겨우 마치고는 일찍 부산의 그물공장으로 갔는데, 하나밖에 없는
친오빠의 학비를 보태기 위해 
그토록 떠나기 싫은 엄마곁에서 헤어져 낯선 거리의 노동자가 되었다.
지방 법대의 장학생이었던 오빠가
아마 숙자에게는 하나의 프라이드였을 거야. 그 오빠에게서 숙자는
또 하나의 아픔이란 걸 그녀도 아마 알았을까?
턱걸이로 겨우 시내 고교에 입학했던 시골의 옆집 또래아이가
명절의 숙자를 보았을 때는, 그 녀가 그 아이를 무척이나 부러워하고 있었다는 걸
수 년이 지나서야 겨우 알 수 있었다.
바람이 세월을 밀고서는 긴 고개로 넘어왔을 즈음, 
옆집 또래아이가
비로소 그녀의 아픔을 느꼈을 때 숙자는 없었고
부촌댁 아재도 이승의 사람이 아니었다.
훗날
그녀의 오빠가 검사가 되었는지, 숙자의 아름답던 긴 머리가 이제는 뽀글이가 되었는지
저잣거리로 소식없이 이사간 부촌댁은
순진한 까까머리 아이에게서
오랫동안 찾아 헤매일 패스워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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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댓글
갈매기사랑 10-12-16 18:34 0  
날씨가 안존나? 우째 첫사랑? 숙자를 다 생각하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흉내라도 낼 볼라카이 이 나이에 가랭이 찢어질라쿤다- 우짜노!~흉내라도 내는척 해야 영감소리 안듣제--ㅎㅎ
울산블루탱 10-12-17 16:27 0  
행님도 참, 우째 이런 조용한 코너까지
다 왕림하시고...... .
겨울밤이 너무 길지요, 갈매기행님?
저도 늙은 축이라 잠도 안 오고 밤은 길고,
잡생각은 와 이리 많은지 큰일이네요.
첫사랑 이전의 꼬마적에 얽힌 여자는
무슨 사랑이라 합니까요?
설마 행수님이 행님 첫사랑은 아니겠지요?
고령꿩 언제 잡으러 가실건가요?
혹 평일에 일 도모하신다면
참석 가능하고요, 대신 참돔 몇 마리 포장해서 갈께요.
조경지대 10-12-17 11:10 0  
"나도 이제 중년이구나"
..
...

추위에 얼어 붙은 시내 거리와 눈 쌓인
빌딩 옥상을보며

이글을  읽으려니.......
더 을씨년스런 느낌에
세월참 빠르긴  빠른가 봅니다.
2010년이 이제 보름 남았습니다.

저도  가끔은  아날로그시대가 그리워지는건
마찬가지이고,
갑자기 숙자씨는 ......  왜 찾으시는고?
울산블루탱 10-12-17 16:42 0  
조경행님, 오늘 바다에 나갔다가
남서풍 찬 바람에 볼테기가 다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요, 괜히 숙자 생각도 나고...... .
이러다 치매오는 거 아닙니까요?
낚시가 좋은 건 절로 상념에 잠길 수 있어서인데,
여기 동해남부는 겨울철 북서풍이 강한 지역이라
제대로 취미로서도 출항하기 힘드네요.
겨울철 뭐 마땅한 소일거리도 없고한데,
행님이 갈매기행님한테 고령꿩이나 잡자고
압력 한번 넣어보이소.
꿩 그 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하긴 뭐 행님이야 딴 데 눈 돌릴 사람은 절대 아니지 싶습니다요.
꽃다지 10-12-18 11:33 0  
새 운동화 신고 스케이트 끌면서 또랑 살얼음에 빠져
잉걸덩이에 발목을 맏겨 보았답니다.
아주 예전,
시골 신작로에 먼지가 뿌옇게 일었던 그때 였지요.

어제...
지난 시절의 편지를 보았습니다.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그리고 첫이성 친구에게 받았던...

생각해 보았습니다.
불혹을 훨씬 넘은 그 친구들의 모습을..
지난 기억속 얼굴이 아직이라면..
분명 그 친구들은 제가 생각한 그 옛날 그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시려 오는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매서운 바람에 눈, 드러내어 자판 두들기는 손가락...
그리고 마음 한구석도 시려 옵니다.
겨울이 만들어낸 작품일지는 모릅니다.

닥쳐온 이 시린 계절에..
그것도 모자라서 오늘은 미리 맞으러 갑니다.
매도 먼저 맞는게 낳다는데...

사량의 옥녀는 마중나올지 ?


주말, 공장의 일은 그래도 잘 돌아 갑니다.
동해바다는 어떠 한지요?
울산블루탱 10-12-19 02:31 0  
편지를 쓰지 않은지 무척 오래 되었군요.
요즘은
휴대폰 메세지가 있기에 보내고 받는
아날로그 종이편지의 기쁨을
잘 느끼지 못하리라 봅니다.
젊은 시절
집배원아저씨의 이륜차 배기소리를
기다려본 적이 있나요, 다들?
또, 떠나는가 봅니다?
떠날 수 있슴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무조건 기억해야 됩니다.
사량도의 옥녀봉이 곧 감시를 두고
이른 말 같은데
옥녀의 절개를 고상히 여겨
황이나 치고 오시길...... .
거제우연낚시 10-12-20 09:10 0  
읽어 내려가는 동안 먹먹해지는 마음을 한참 매만지다...
아련한 기억들에 소름 돋습니다.
뵌적은 없지만 인낚을 통해 알게된 분이 있지요.
언젠가 제 댓글에 고향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려주셨던 분이 계신데
님에 글을 읽고 있으니 그분 생각도 납니다.
두분의 글속에 향기가 닮은듯 해서요.
범상치 않은 글솜씨에 우연이 매료되었지요.

모처럼 생체기 구석구석 쭈삣 쭈삣...
전율을 느끼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울산블루탱 10-12-21 14:00 0  
지난 주중
두 영감님들 '우연'의 덴마낚시에서
감시 좀 잡고 왔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여기서 '영감님'이란 제보다
나이가 많으면 다 그렇게 불리워 지니까
오해 없었으면 합니다요, ㅋㅎ...... .
그 분들이 뉘신지 아마 우연님께서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시절 이웃에 사는 가난했던 숙자가
비단 한 명뿐이었을까요?
어느 마을에서도
흔히 볼 수있던 그 때의 숙자는
시절의 슬픈 소녀일 겁니다.
요즘, 우연낚시는 잘 돌아 갑니까요?
이 쪽 울산은 서서히
비수기로 접어듭니다. 10년이 넘었지만,
이 낚시업은 해도해도 본전입니다.
입에 풀칠만 할 수 있어도 잘 사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요.
더불어정 10-12-22 06:14 0  
아날로그 애수는 이럴 진데
디지털 애수는 또 어떨까?
디지털 쪽에도 '애수'가 없지는 않을테니...

아날로그 애수가 '시골적'이라면
디지털 애수는  '도시적'일까?
아날로그 애수가 '낭만적'이라면
디지털 애수는 '시끌벅적'일까?

제 2편 <디지털 애수>가 기다려 지는
사진 마저도 아날로그적인
에세이 잘 보고 가슴 깊이 담아 갑니다.
울산블루탱 10-12-23 14:23 0  
흐르는 세월 앞에서
자꾸만 약해지는 형님의 모습을
봅니다. 훗날 내 모습을
형님에게서 반추되기도 합니다.
형님 스스로가 바로
아날로그 애수의 전형적인 표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알게모르게
많은 아픔을간직하고 계시지만 어디에다
시원하게 토출되어지지 않는
현실의 관습이 더욱 우울하게
만들 것 같습니다.
경주월드형님과 한번 통화해 보시지요.
월드형님께서 열기 잡고싶다 하시던데요.
차고 짠 해풍 한번 맞으시고
늙으신 형님들 주름살에 고인 보편적 애환이나
털어내고 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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