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단상
(2010년 8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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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낚시하는 재미가 쏠쏠해졌다. 동네낚시터에서 감성돔 얼굴 보는 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열 번 정도 낚시를 가면 겨우 한두 번 정도 감성돔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금년 들어 갑자기 어복이 많아졌는지 감성돔 얼굴 보는 횟수가 부쩍 늘어났다. 멀리 배를 타고 나가더라도 얼굴보기 어렵다는 귀한 감성돔을 가까운 동네낚시터에서 볼 수 있기에 기분이 더 좋은 것이다. 우럭이나 숭어 등 잡어 손맛이라도 보게 되면 기분이 좋은 동네 낚시터에서 즐기는 나만의 낚시방법이다.
먼저 나는 자유롭고 편한 낚시를 좋아한다. 일상탈출을 위한 즐거운 낚시를 하려면 몸과 마음이 자유롭고 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출입과 이동이 자유롭고 시간 제약도 받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낚시하는 장소도 번잡하지 않아야하고 조용하고 깨끗한 곳이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낚시를 할 수 있는 도보포인트 낚시를 즐기고 있다. 반면에 배를 타고 나가는 갯바위 낚시는 출항시간에 맞춰서 배를 타야하고 또 갯바위에 내려서는 자리싸움을 해야 하며 정해진 시간에 철수를 하기 때문에 싫다. 무엇보다 배를 타고 나가면 항상 시간에 쫓기듯 낚시를 해야 되기 때문에 집중도 잘 되지 않고 낚시하는 재미도 나질 않기 때문이다.
다음은 간결한 낚시를 좋아한다. 내가 주로 다니고 있는 낚시터는 집에서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가까운 도보포인트에서 반나절 정도 낚시를 하기 때문에 언제나 짐이 가볍고 간편하다. 작은 낚시가방에 낚싯대 두 대와 밑밥 주걱을 넣고 뜰채와 함께 묶는다. 여기에 밑밥은 너 댓 시간 정도 낚시할 수 있는 크릴 석장에다가 집어제 한 두 봉지를 섞은 다음 작은 밑밥 통에 담아서 두레박과 함께 조금 큰 살림망 겸 보조가방 안에 넣는다. 그리고 약간의 먹을거리와 나머지 소품 등은 배낭에 넣어서 다니는데 작은 생수 2개와 빵 한두 개 정도다. 이동거리도 짧고 낚시하는 시간도 길지 않기 때문에 짐이 간결하고 가볍다. 그래서 처음 집을 나설 때나 돌아올 때나 늘 발걸음이 가볍다.
그 다음은 여유가 있는 낚시를 하는 것이다. 이제 낚시를 배운지 5~6년 정도 되었다. 처음 낚시를 배울 때는 낚시하는 그 자체가 좋아서 무작정 낚시를 다녔었다. 조과가 없어도 기분이 좋았다. 이후 2~3년이 지나고 낚시를 조금 알게 된 뒤로는 조과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조과에 신경을 쓰다 보니까 즐거워야할 낚시가 피곤한 낚시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요즘에는 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오직 낚시하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고 있다. 어쩌다 운이 좋아서 잡어라도 한두 마리 잡으면 좋은 것이고 못 잡아도 괜찮다. 이번에 잡지 못하면 다음 기회에 잡으면 되기 때문이다. 가까운 동네낚시터에서 작은 조과에 만족을 하니까 낚시하는 즐거움이 더 크다.
마지막으로 낚시일지와 낚시 앨범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낚시를 다녀오면 조과가 있건 없건 매일 낚시일지를 쓰고 있다. 3년째 일지를 쓰고 있는데 그 날의 물때와 바다 상황과 조과 등을 적고 조과에 대한 입질시간과 입질 지점 등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목표했던 대상어를 잡았을 때에는 그 순간의 흥분과 즐거움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어서 낚시앨범을 만들고 있는데 날짜와 시간과 어종과 크기 등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이 지난 후에도 낚시일지와 앨범 사진을 보면 그 날의 기쁨을 또다시 느낄 수 있어 즐거움이 배가되고 있다. 그리고 금년에 내 조과가 올라간 하나의 원인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낚시일지와 낚시앨범 덕분일 것이다.
참고로 조과를 올리기 위한 낚시방법이다. 먼저 자신의 낚시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낚시도 마찬가지이다. 꼭 감성돔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고기를 낚을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고 낚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똑같은 시간 낚시를 하더라도 자신감을 가지고 하는 낚시와 아무런 꿈도 없이 하는 낚시는 분명 그 결과가 다르다. 낚시하는 집중력이 다르기 때문에 조과도 차이가 나게 되고 낚시하는 즐거움도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즐겁고 신나는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항상 대상어를 낚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낚는다는 애기는 반드시 낚아야 하는 의무사항이 아니라 낚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사항인 것이다.
감성돔, 대한민국 낚시인이라면 누구나 낚고 싶어 하는 선망의 고기이다. 당찬 손맛과 함께 멋진 자태를 뽐내는 갯바위 왕자 감성돔, 멀리 배를 타고 나가더라도 쉽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그 귀한 감성돔을 가까운 동네 낚시터에서 자주 보게 되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 하지만 귀한 감성돔을 자주 본다고 해서 좋은 것만 아니다. 기다림이 길어야 만나는 기쁨이 더 크듯이 감성돔도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는 감성돔이라야 더 반갑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감성돔 확률은 20~30%가 적당하다고 본다. 이보다 확률이 높아지면 감성돔을 만나는 기쁨이 덜하게 될 것이고 반대로 확률이 떨어진다면 낚시하는 집중력도 떨어지고 피곤한 낚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30%의 확률에다가 손님고기가 10% 정도 더해 준다면 그야말로 즐겁고 재미있는 낚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