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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달포쯤 앵콜맨이 보이지 않는다.
창 밖 놀이터, 헐벗고 메마른 버즘나무 가지엔
낯익은 직박구리 몇 놈이 분주히 오간다.
정확히 말하면, 딸아이는 그냥 아빠! 앵콜이다! 하며 날 창가로 끌어내지만
내 눈에는 그가 전혀 놀림감으로 보이지 않기에
나름대로 격의를 갖추어 앵콜맨이라 칭하는 것이다.
작년 겨울에 왔던 그 직박구리 가족 같으면, 걱정이다.
녀석들이 우리 집 렌지 후드 주름관에 또 둥지를 틀면 어떡하나 싶은 기우 때문,
그것도 털도 없는 새빨간 새끼 하나 들여놓으면,
그게 또 굴러 떨어져 막바로 참새구이라도 되면 내가 어미새 낯짝을 우예 보노 하는 근심
앵콜맨은 집 앞 선원, 일종의 사찰 같은 곳인데
전혀 사이비스럽지 않고, 육중한 품격이 느껴지는 신비롭고 고요한 공간속에 서식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정신의학적으로 문제가 있어 절에 맡겨진 듯 했다.
갑자기 직박구리 녀석들이 미친듯이 울어댄다.
앵콜맨이 나타난 것이다.
그는 거의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기에
사람이나 새나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화들짝 놀란 직박구리들이 떠난 놀이터에는
앵콜맨의 리사이틀 무대가 펼쳐진다.
직박구리들의 비명소리에 이끌려 창가에 선 나는
오랜만에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떡두꺼비처럼 생긴 앵콜맨이 오늘은 초장부터 작심한 듯
원더걸스의 텔미를 터트리기 시작한다.
놀라 도망 갔던 직박구리들도
콩닥거리는 가슴을 안고 하나 둘 돌아오고
놀이터엔 벌써 동네 꼬마들 십여명이 무리를 이루어
앵콜맨과 함께 텔! 텔! 텔! 텔~~미~~~ 를 외치며 흥겨운 룰라 춤을 추고 있다.
한 곡이 끝 날 때마다 터지는 앵콜! 앵콜!
창가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나도 저절로 스텝을 밟는다.
버즘나무 가지에 앉은 직박구리 녀석들도 달싹달싹 리듬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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