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농익어 지쳐가고
초겨울 칼바람이 문지방을 넘어 설즘
울려대는 전화벨..
사모님의 글 눈 인사만 하는 거제 사람인데
목포 사는
친구들이 놀러 온다하니
주말에 예약 하고 싶습니다 시길레
지금 이쪽 조황이 한며칠 별로 입니다 했더니
저희는 그런거 그다지 개의치 않습니다
바람도 쏘일겸 한번 찾아 뵙고 싶어서요.
전화기 저편 들려오는 목소리가 마치 따스한 봄볕에 날아오는
실바람 처럼
부드러운 젊은 조사님이시다
사뭇 궁금증이 쭈삣하고 촉수를 세워
그럼 한번 뵙고 얼굴 도장 찍을까요
진담반 농담반 으로 답례를 했지만
점주란 입장이 고기가 안나면 어찌 편하기만 하던가
걱정으로 물든 남편의 모습을 보노라니
울긋불긋 단풍구경 못했다고 서운하지만은 않고
오랜 단골님들은 우리집 월중 행사표만 봐도 다 아는 사실
조황이 좋으면 빼곡한 울창한 숲에서
조황이 안좋으면 훤한 민둥산 인것을..
누구보다 남편의 우직한 고집을 잘아는 내가
고기가 안나와도 괜찮타니까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위로의 말치곤 쌩뚱맞고 멋없어
해 놓고도 무안해 눈치만 슬슬 보고 있으니
내일 부터는 예약 받지 마라
받아논것은 연락해서 오시지 마라하고 조황 봐가며 전화해라
안그래도 그럴참이였는데
그소리가 왜 안나오나 했지요
약속한 날..
첫 방문이라
선 걱정 불안한 마음은 하루내내 가시방석이 따로 없고
들어서는 남편의 어깨가 저무는 해만큼 무거운걸 보니
뻑뻑한 한숨이 새어 나오는데
님들 얼굴은 미소로 가득해 내려 앉은 어둠이 무산하다
사모님 걱정 하셨지요 우리 너무 많이 잡아 무거워요
하면서 쏟아 붓는건 정갱이 한 쿨러
비록 대상어는 못잡았지만 손맛은 징하게(많이) 봤당께요.
특유의 전라도 사투리에 애교까지 덤으로 얹어 귀여운 막내 동생 같다.
이거라도 썰어 한점 하실랍니까..?
미안함이 묻은 남편의 말에
네사람이 동시에 아~~그러면 좋지요
낡은 원탁에 빙 둘러 앉아 주고 받는 이야기
처음엔 죄송한 마음에 경황 없어 느끼지 못한 무딤들이
살가운 한마디 한마디에
미동조차 아까워 귀를 쫑긋 세웠다.
살면서 만나지는 수 많은 사람 사람들..
그 틈새 비집고 들어서는 인연이란 두글자
그안엔 두사람만 있어도 니 목소리 내목소리 크기를 재는 사람들도 부지기순데
네사람이 짜 맞추지 않아도 같은 소리를 낸다는거
그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또 다른 감동이였다.
마치 고단한 몸 푹신한 의자에 기대어 듣는 편안한 음악 같기도 하고
양보와 미덕으로 잘 훈련받아 군더더기 없는 멋진 군인을 연상케도 하였다.
유쾌해지는 마술에 걸린듯
넘실 넘실 너울을 만드는
그것은 행복 이였다
사람과 사람이 주는...
사람과 사람만이 주고 받을수 있는...
너와내가 아닌 우리라는 언어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사람들
그 향기 좋아 거나하게 취하련만
시샘 많은 시간이 담장 넘어 이리저리 기웃기웃
바람난 숫 총각마냥 안절 부절 못한다
마음과 마음이 통한다는것
그것은 먹지 않아도 든든한 돈으로 살수 없는 뿌듯한 그 무엇...
바다의 인연으로 만난 우리..
한없는 상상처럼 끝없는 이야기를 쏟아내는 바다...
가끔 엉뚱한 상상을 곧잘하는 난
세상 사람들이 온갖 시름 바다에게 던져 주니
마음이 넓은 바다는 그걸 다 받아 삼키느라
퍼렇게 멍이 들어 시퍼럴꺼라며 혼자서 주절 거린다
어릴때부터 바다가 좋았던건 아니였다.
문만 열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나고 자라 익숙한건 사실이지만
막연한 향수처럼 아주 가끔 그리운..
단지 그것뿐이였다.
살아오면서 누구나 어떤 계기가 있듯
철없는 아이처럼 뜻도 모른체 좋았던 바다는
또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기억 저편...
용서란 것이 뿌리를 내리기도 전 미움부터 틔우던 오만방자 했던때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고 미움의 줄기에 뒤엉켜 꽥꽥 비명을 내지르던 나를 보고
동생이 해주던 충고는 평생을 잊지 못할 것이다.
“누나...바다는 세상 맨 낮은 곳에 있고 넓기도 하지요
사람이...
용서란 마음을 열면 그 드넓은 바다도 가슴에 담을수 있지만
그 마음을 닫아 버리면
아무리 작은 바늘이라도 그곳을 통과할수 없지요..“
그 말을 듣는순간 찌르르 울리는 전율
그때부터..
작지만 내속에 나만의 바다를 만들고 싶었다
미움이 불쑥 불쑥 커다란 기둥을 만들면 난 주문을 외운다.
바다...바다...바다...바다..
그럼에도
분노가 내 안에서 하늘 높은줄 모르고 날뛸땐 그 파란
바다 이름이 새까만 먹물이니
한심 곱으로 한심스럽고...
언제 어디서 어떤 계기로 논란이 시작 되었는지는 몰라도
내나라 내땅 대한민국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들..
서로 보듬고 이해하려 노력해도 모자랄 살이 속에
지역을 들먹이며
서로 으르렁 거리고 쥐어 뜯으며 피를 흘린다는게
얼마나 어리석고 부끄러운 일인지 ...
우리는
반성해야 할것이다.
조용한 시골 마을..
그 위로 앉은 초겨울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삭막한 이곳이
껴입은 외투처럼 두툼한 웃음 소리에 정겹고 따숩다
목포에서 거제까지 벗이 좋아 나섯다는거 외에
이름도 하는일도
아는것 없지만
바다가 좋고 낚시가 좋은 그것으로 넉넉한 이야기 보따리는
풀어헤쳐도 헤쳐도 끝이 없을거 같았고
발목을 잡아 당기는 시간만이 아쉬움에 원을 그렸다
언제인지 기약 할 수는 없으나 난 알고 있다.
그 좋은 벗이 있음에
그 벗 사는 동네
갯내음 맡으러 꼭 오리라는걸...
그래서 우연이라도 연이 닿으면 또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성질 급한 나는 얼마전까지 기다리는 것은 못할짓이란
생각이였다.
친구들과 수다중 기다림은 어쩌고 저쩌고 읊어대며
눈과 목소릴 이부자리도 아닌데 터억하니 깔라치면
난 목청을 가래떡 뽑듯 뽑아 빼고는
누가 그래 기다리는게 행복이라고..
그말한 사람 데려와봐
한번 따져 보게 기다리는 것은 사람 진을 빼는 것이제 뭐가 행복이여
두눈을 흘기면서...그래었다.
얼마나 세월의 옷가지를 더 걸쳐야 의연함이 절절이
흘러 내릴지 의문 이지만
갓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처럼
느린 걸음으로 서두르지 않고 나서 보리라
행복한 기다림을 맞으러...
삶의 무게가 새털처럼 가벼울순 없을 지라도
존재로 무거운 짐을 무의식 중에 얹어주며 살아오진 않았는지
깊어가는 겨울밤 나즉히 반문 해보며
삶의 언저리에서 내가 할 일은
그렇게 천천히 아주 오래도록 기다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