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 시골마을에는 술만 취하면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행패를 부려 동네 뒷산에 어지간히도 도망을 가게 한 봉춘이가 있다.
봉춘이는 말을 못한다. 고로 듣지도 못한다, 동네 어귀 움막같은 곳에 혼자 기거를 하면서 남의 집 농사일을 거두며 그럭저럭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술만 취했다 하면 동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알수 없는 말을 하면 행패를 부린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봉춘이는 동네 구판장에 모여 있는 화투판에서 화투를 친다.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봉춘이지만 상대방이 뭐라고 하는 것쯤은 금방 눈치로 알아채고 화를 낸다.
장날이면 봉춘이는 그 시절 어지간히도 귀한 자전거를 타고 장터에 다녀온다. 그리고 장에서 사온 과자등을 우리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알아듣지 못하는 말과 (먹으라는 시늉) 손짓을 한다.
어느날 우연히 봉춘이가 살고 있는 움막에 들리게 되었는데 그 곳에는 봉춘이가 장에서 사온 라면이 1박스나 놓여 있었다. 당시 귀한 라면을 본 우리들은 그 라면 몇개를 훔쳐 맛있게 삶아 먹은 기억도 있다.
철부지 어린소녀는 그렇게 세월을 보내고 장성하여 도시로 나왔다.
가끔 시골마을에 들렸을때 보니 어느날 봉춘이의 머리가 백발로 변해있었고 이젠 술도 마시지 않는다는 동네 사람들 말이 전해온다.
어렸을때 몰래 훔쳐먹은 라면생각에 늘 맘이 편치 않았다.
언젠가는 제대로 한번 대접해보고 싶은 생각이 늘 맘속에 있는데 생각처럼 되지를 않았다.
시골형에게는 아들 둘이 있었는데 막내아들은 태어날때부터 약하게 태어나 잔병치레를 많이 했다. 형은 그 아들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어느날 형의 막내아들이 방앗간 앞에서 놀고 있던중 방앗간 앞에 있던 경운기가 후진을 하면서 마침 경운기 밑에 있던 형의 막내아들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아들이 경운기 바퀴에 몸이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위 사고장면을 목격한 봉춘이는 뛰어와 후진하는 경운기를 몸으로 밀어부쳤는데 경운기 위에 실려 있던 쌀가마무게등을 감안하며 보통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는 괴력을 발휘하여 형의 막내아들의 더 큰 사고를 당하지 않고 다리만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아마 봉춘이가 후진하는 경운기를 몸으로 밀지 않았다면 형의 막내아들은 그 자리에서 끔직한 사고를 당했을 것이라는 것이 동네 사람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그 이후로 봉춘이에 대하여 형은 아들의 생명의 은인이라며 먹을것이 있으면 수시로 가져다 주었고, 봉춘이가 이용하는 마을우물이 말라버리자 형의 집의 지하수를 이용하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몇해전 어머니의 생신이 있어 시골에 갔는데 봉춘이가 오고 있었다.
봉춘이는 이미 백발이 허연 노인으로 야윌때로 야윈상태로 몸마저 잘 가누지 못하며 비틀거리며 왔다.
이것저것 음식을 챙겨주고 물끄러미 바라보니 인생무상이다. 젊었을때 그 패기는 다 어디로 가고 백발이 허연 노인이 되어 이젠 음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니 말이다.
동네사람들은 봉춘이를 위하여 독거노인으로 추천을 하여 면에서 매월 일정금액이 나올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봉춘이는 음식을 잘 해먹지 않는다고 한다.
작년에 시골에 갈기회가 있어 봉춘이의 근황을 물으니 봉춘이가 마을사람들에게 쓰라고 하며 그 동안 면에서 받은 돈을 몽땅 내놓았다고 한다. 금액은 그리 많지 않지만 정부보조금을 받은 봉춘이로서는 2년이상 먹지 않고 모아야 하는 돈이라고 한다.
마을사람들은 그 돈을 한사코 사양을 하였으나 막무가내 돈봉투를 던져 놓고 며칠째 움막에서 나오지를 않는다고 하였다.
얼마있다가 시골에 전화을 할일이 있어 형에게 전화를 했더니 형이 상가집에 갔다고 한다. 무슨상가집이내고 물으니 봉춘이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사망을 했는데 가해자가 누군지도 모른다도 했다.
형과 네 사람들이 불쌍한 봉춘이의 장례를 위하여 모두 돈을 걷고 장사준비를 하여 3일장을 후하게 치루어 주었다고 한다. 인근부락 사람들까지 모두 힘을 합쳐 근래에 보기드문 전통 상여등으로 장례를 치루어 주었다고 한다.
일생동안 자신이 어디서 태어났는지조차 모르고 벙어리도 살아간 봉춘이의 삶이 참으로 얄궂다고 생각했다.
젊어서는 어느누구도 손대지 못할 패기가 있었는데 나이가 먹고 결국은 자신의 맘속에 있는 회환을 모두 갚고 세상 사람들의 아무 원망도 듣지 않고 저 세상으로 갔다.
지금 나는 죽는다면 세상 사람들의 원망을 듣지 않는다는 자신이 없다.
뒤돌아 보면, 뒤돌아 보면 봉춘이의 삶보다 못하게 살아온 나 자신이 부끄럽고 오로지 나를 위한 삶을 위하여 모든 시간을 다 보낸것 같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라도 남을 위하는 맘으로 살아야 겠다는 생각속에 작년에 돌아가신 봉춘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