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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포도에서...

하 선장 22 4,222 2007.05.05 16:07
 '추포도에 사는 섬사람은 행복할 거다.'
나 혼자만이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 들에게 전기와 전화가 없을 거라
믿고 싶기에... 소낙비같은 대중매체의 비참함을 피할 수 있다고 믿고 싶기
에... 이제 전기를 버리고 진화에 대해 역행을 하며 살아야 할 것 같은데...
그 것이 나와 내 후손의 미래가 달려 있으리라 상상하며......
 
 4월 30일. '추포어화'를 떠올리 듯 한 낮인데도 대멸의 새끼들이 지천에 깔린
다. 곧 농어의 무리가 뒤 따라 골창마다 모기떼처럼 덤빌 것이다. 40대 중반
을 넘어 출조가 시들해 버린 내게 참돔 본류대 낚시의 매력이 다시 그 열정을
더해 준다. 작년과 재작년, 동료의 성화에 못이겨 또 다시 따라나선 추자도!
그 때 했던 것이 참돔 본류대 낚시였다. 어신찌를 제외시킨 흘림낚시의 새로
운 장르가 고기와의 만남의 순간을 더 짜릿한 흥분으로 나를 태워준다. 사오
월에 추자도의 대물참돔은 거진 개인 기록을 갱신시켜 주기도 한다. 추포도
북편의 오동여로 사리의 조류가 도랑물처럼 흐르는데, 우리는 반사되는 봄자외
선을 귓볼 여불떼기로 한껏 맞으며 조금 있으면 만날 애인을 기다리듯 서 있다.
"자, 물 죽기 전까지 제일 앞에서부터 노래 일발장전 허시오!"-시커멓게 그을린
가이드 김선장의 점잖은 농담이 추포도 절벽 해풍 맞은 고목들속에 갇혀 버린다.
서먹서먹 해가 구름속에 숨고는 이내 이슬이 내린다. 일기예보가 오늘은 재수없
게도 맞다. 연휴를 보내고 다 떠난 월요일의 추자바다는 인적이 드물어 서럽다.
그래서 내리는 이슬비가 눈물처럼 고요하고 짠맛으로 얼굴을 적시는가 보다.
시간이 적막하다. 대물을 기다리는 이 순간의 시각이 그렇게 무겁다는 거 아는
사람은 다 알 것 같다. 누가 칼로 몇 번을 찔렀는지 아무도 모르게 조류속도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다. 이 때다! 조용하게 일행들은 자기의 방식대로 채비
를 깊은 수심으로 하나 둘씩 내려 보낸다. 100m가 넘는 가슴속의 수심에 자리하
고 있는 대물참돔을 맞이하러 조류속에다 염원을 태워 보낸다.
 
 어디선가 누구에게서 "낚시는 과학이다."라고 들은 적이 있다. 성급한 결론을
내리자면 '낚시를 과학적으로 하면 안된다.'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낚시의 미
학은 '기다림'이다. 우린 줄곧 출조의 시작에 문지방을 넘으면서 '한판싸움'
'승부' '파이팅'이라 고함친다. 그러면 동료들도 '아자, 아자!'라고 흥을 더해주
는 모습이 다채롭다. 우리는 고등생물이고 대상어는 상대적 약자이다. 그리고
우리는 또 준비된 무서운 무기를 옆에 낀 채 함정까지 만든다. 나는 이 들 약자
에게 승부 내자고 도저히 소리칠 자신이 안 생긴다. 대상어에게도 도망칠 궁리
를 내도록 그 구멍을 하나쯤 만들어 주어야 할 것 같다. 인간과 생물은 대결이
아닌 공존이다. 그 들에게 우리는 무지막지한 모습이 아닌 여유를 부릴줄 아는
형체로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낚시는 더 이상 과학적으로 발전해서는 안된다. 진
화에대한 역행이 이 낚시에서 절실히 필요한 때다. 쉽고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조법이나 조구의 발명은 이 쯤에서 멈춰야 할 것 같다. 소
재의 발전으로 인해 낚싯대의 기능이 너무나 훌륭하여 저절로 고기가 끌려 나오
는 게 요즘 실정이다. 참 대단하고 좋다. 낚시TV에 나오는 어느 조사의 목줄이
항상 가늘다고 느꼈는데-사람들은 그에게 시건방지다, 우쭐댄다 했겠지만-실은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다는 걸 뒤늦게야 알았을 것이다. 틈, 덫에 걸려든 그 들에
게 중무장한 우리 인간들은 틈을 열어 약자의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 것이
진정한 승부가 아닐까 싶다. 낚시는 잡아 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놓아 줌으로서
자연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후손의 미래가 아주 절박한 상황을 맞이하
지 않기 위해서도......
 
 초릿대 끝에서 오는 전율이란 첫사랑 첫손목의 감촉이다. 시선의 둘레가 횡간도
에서 검은가리의 반경을 수시로 넘나들고 있지만, 짐짓 마음의 눈은 깊은 물골속
에서 기다리는 선홍색 참돔과의 대면을 마주하고 있다. 출발전 울산에서 미리 구
입해간 빠알간 빛 포제로 전유동찌가 지금 구비구비 해저를 돌아 어느 깊이에 있
을 그녀의 입술 근처 쯤 도착해 있지 않을까? 강원도에서 600km 이상을 달려온 동
료들의 얼굴도 사뭇 진지하다 못해 기절할 수준이다. 오로지 참돔과 만난다는 일념
하나로 졸음운전에 속쓰림에 고생고생하며 도착해서 결국 채비를 흘리고 있는 이
순간, 비탈진 그 들의 마음이야 벌써 불이나서 새까맣다. 내리는 이슬비가 이젠 제법
굵어진다. 그 굵기에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시선의 촛점이 맞는 사람은 아무도 없
는 것 같다. 낚싯대로 연결된 오른손 검지가락의 열정이 수온 13.5도를 끓여 올리고
있다. 비교적 낮은 수온이라 참돔이 삐친 여자와 같으면 어쩌나? 아장아장한 유속이
한 90m쯤 잠수찌를 데리고 마중 나갔을 무렵에 25m의 바닥으로 저공비행을 하는 크
릴을 한껏 꿴 바늘. 비행이 해저에 곤두박질 칠 것 같아 견제로 날개에 바람을 달 무렵!
아, 이 소리! 아, 이 진동! 마음이 힘 들 때 들리는 소리, 삶의 어깨가 무거워 질 때 들리
는 진동. 왔구나! 순간, 대를 쥔 오른쪽 팔뚝이 쭉 딸려 나가며 가슴에 전율이 퍼진다.
촤르르~~~ 원줄이 풀려 나가며 베일을 닫는 손이 이내 떤다. 일년을 기다렸지. 이 손맛
을 보기 위해 산넘고 물건너 수백리를 달려 왔는데... 일단 대를 세우자. 대물이란 놈들
은 원래 초반에 감당없이 쭈욱 째 나간다. 초반에 그 녀를 꼬셔놓지 못하면 영영 이별이다.
근데, 이 놈이 길게 차고 나가질 않는다. 그래, 다행이다. 80이상 미터급은 애초 출발할 때
부터 포기한 상태라 3.5호에 3호 목줄을 연결해 두었다. 여유있게 손맛 보기에는 참 좋은
놈이 걸린 것 같다. 70정도 되겠는 걸. 낄낄거리는 드랙소리가 내 전신에 감겨있는 피로와
우울함을 털어 버린다. 낚싯대의 포물선속에 갇힌 추자도의 아름다운 섬들이 참돔의 압력
만큼이나 내 두뇌속에서 깊이 새겨져 흐린 날 아릿하게 떠오르지 않을까? 녀석은 자꾸 바
다의 집으로 되돌아 가려하고, 나는 그 걸 애절하게 막으려 하고......
 
 현대문명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길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 괴물처럼 인간의 손을 떠
나 쑥쑥 자라 커가고 있지 않는가! 인간은 미래를 파악할 수 있지만, 오작동된 문명
의 기계모습을 바로 수정하기에 인간의 도덕성과 본성으로는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아, 사람은 역시 망각의 동물인가 보다! 추포도의 해녀할머니는 아직도 전기와 전화
를 포기하며 살고 있을까? 가이드 김선장에게 그 걸 물어 볼려다 만다. 그 해녀할머
니 만큼은 세상의 복잡함과 추악함에서 벗어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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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댓글
여명 07-05-06 20:04 0  
올리신글 참... 어느 한구절 詩句 같읍니다.. 문학의 내공이 참으로 높으신분 인듯.... 아름다운글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한 나날 되시길~~
하 선장 07-05-07 13:47 0  
일년을 넘게 쉬다가
다시 처음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제일 먼저 댓글을 주시어
참 고맙습니다. 좋은 칭찬까지 주시니
멋쩍습니다. 행복하십시요!
더불어정 07-05-07 13:18 0  
"틈, 덫에 걸려든 그 들에
게 중무장한 우리 인간들은 틈을 열어 약자의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 것이
진정한 승부가 아닐까 싶다. 낚시는 잡아 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놓아 줌으로서
자연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한다."

조행기를 에세이로 승화(?)시킨
님의 글에 또한번 감탄을 자아냅니다.

낚시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게 하시는
님의 글에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합니다.
언제나 이런 정신으로 낚시를 하다면
낚시를 통해 자연의 섭리를 깨닫게 되는데
큰 도움이 되리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선장님!
언제나 아름다운 마음으로
삭막한 세상에 소금과 등불이
되기를 빌어 봅니다.

"전직이 선장이었든가?"를 의심케 하는
에세이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하 선장 07-05-07 13:53 0  
형님, 요새는 선장님들도 감성이
억수로 풍부합니다요.
여기 저기로 돌아다니며 형님과 낚시하던
그 옛날이 그립습니다.
지금은 저도 삶의 형편이 갑자기 변하여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그러나, 언제든지
형님 오시면 같이 있어드리겠습니다.
꽃다지 07-05-07 13:23 0  
더블어정 선배님 말씀처럼....
아~ 정말....멋진 글 입니다.
언제 가본지도 모를만큼의 추자여행..
다시 갈 날이 있을런지...
좋은 글 자주 만났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고.....언제고 만남을 위하여..^^*
하 선장 07-05-07 14:02 0  
꽃다지님, 댓글주시어 고맙습니다.
낚시로 인해 찾을 수 있는 보물이 참 많죠!
우린 항상 산에 가서는 나무만 보고 오죠.
몇년 낚시했더니만 추자도와 가거도, 그리고
욕지도를 사랑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출조끝에는 항상 방안에서 병이 듭니다.
좋은 곳에서 만나 꼭 쇠주한잔 합시다요.
허거참 07-05-08 08:13 0  
..중무장한 우리 인간들은 틈을 열어 약자의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 것이
진정한 승부가 아닐까 싶다. 낚시는 잡아 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놓아 줌으로서
자연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뽑아내고 싶은 구절을.. 가만히 보니 요 위에 더불어정님도 뽑아냈군요..ㅎㅎ

근데 참 묘하게도 이 구절은 가자미를 떼(群)로 좋아하시는 더불어정님에게 꼭 필요한 구절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ㅋㅋㅋ
제게도 쪼께 필요하긴 하지만도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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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체로 잘 오지않는 에세이 코너에 지나다가 우연히 들리게 되었는데.. 반가운 하선장아우의 글이 있어서 후루룩 읽어봤다오.. 오랜만에 아우님의 좋은 글 보니 너무나 반가우이..
나도 추자에 가본지 벌써 2,3년 된 듯한데.. 모처럼 호쾌한 낚시 하고 오셨구먼..부러버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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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상이나마, 게다가 뒷모습이나마, 예서 보니 반갑고도 왠지 모르게 눈물겹구먼..
며칠전에 김일석씨 만나 하선장 얘기..딸내미 얘기..등도 했었는데..
- - - - - -
에구..읍천이 그리 멀었던가..? !  ㅠ.ㅠ  ^^*
하 선장 07-05-08 13:09 0  
형님의 코를 고시는 소리가
그립습니다. 저도 이제 나이를 먹는지
지나간 일들이 자꾸 그리워 지네요.
말똥성게라도 한번 잡히면 옛날처럼
둘레둘레 앉아 날새는 줄 모르며 소주라도 하지요.
보고잡습니다!
靑明 07-05-08 08:36 0  
존 명 은 익히들어  알고있었읍니다만

이렇게  뵙는군요

가슴에  와다는글  잘읽었읍니다

늘  건승 하십시요
하 선장 07-05-08 13:17 0  
청명님, 댓글 주시어 고맙습니다.
사진으로 미리 얼굴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허거참형님, 호미형님 그리고 몇몇 분을 제외하고는
주주클럽의 초기 멤버가 다 사라졌는 것 같군요.
저도 한 때는 종종 참여했는데, 요즘 왠지 시들해 지더군요.
혹 모르겠지만, 다음 주주정출 때 뵐 수 있으면
정식으로 인사 올리겠습니다.
행복하십시요!
호미 07-05-08 20:52 0  
역시~ ^^

글은  음식과  같아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의  우아한  풀코스도  좋지만
이빨빠진  뚝배기에  된장~한숟가락으로  끓여낸  그  맛도  일품이라~

아우님이  차려준  구수한  된장찌개에  보리밥  한그릇~

때마침  허기진  배~ 
채우고  가네~
하 선장 07-05-09 15:56 0  
형님, 농사 거의 끝났겠지요?
울산 정자해변 한쪽에서 누군가 노오란 참외 무더기를
만들어 놓았던데, 오가며 눈구경 하는 것도 그 쏠쏠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올해도 고생 많았지요?
남해로 출조 나가면 혹시 연락 함 주시지요.
당일치기 정도면 옛날 미조가 생각나서
함 따라 나서 보겠습니다.
마바리조사 07-05-10 22:28 0  
꼭 신춘문예 당선작을 본것같군요.
정말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 이십니다ㅎㅎ
늘 건강하시고 가네 두루두루 행복하세요!!!!
하 선장 07-05-11 12:14 0  
댓글, 고맙습니다.
제게 어울리지 않는 말씀이라 송구스럽습니다.
기교없이 막 휘갈겨 쓴 글에다
약간에 이슈까지 내포된 것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안티가 없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낚시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부시리인생 07-05-19 17:41 0  
마치 꿈을 꾸고 있는듯한 착각이 드는군요...

낚시는 자주 가지만 이제는 그 아름다움의 미학을 느껴보지 못하는

자신에게 타박을 하며,  님의 글을 읽고 애틋한 삶의 가치를 반추해

볼수 있는 기회를 주신 님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멋지게 사시는분 같아 제 마음이 절로 가벼워 지는군요...
하 선장 07-05-20 00:12 0  
댓글 주시어 고맙습니다.
오늘 느즈막히 군소를 삶아 동네형님이랑
안주 삼아 소주 한잔하고
푸념 돌아가며 집으로 왔는데, 어쩌다 컴텨를 열게 되었군요.
출조는 출발이 아름다운 게 아니라
돌아 올 때가 소중하다고 느껴 집니다.
올 해, 추억 많이 만드시고
중요한 한 때가 되시길 바랍니다.
수고하세요!
거제우연낚시 07-05-22 21:39 0  
오랫만에 조심스런 안부 여쭙니다.
님의 대명을 뵈오면 수줍어 지는 우연 입니다.
아침 이슬 받은 정화수 같은 글에
흠뻑 젖어 봅니다.
늘 무탈하시길...
하 선장 07-05-23 03:03 0  
오늘 오후의 옵빠님 글 속에
우연낚시님 사진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맞지요?
오늘 장인 제사에 내가 잡은 참돔을 제수음식에 올려 놓고,
또 그 것으로 동서 처남들과 한잔 했더니만 알딸딸 합니다.
돌아가신 우리 장인 막내 사위에게
꿈속이나마 로또번호 쯤 찍어 주실 겁니다, 아마......
댓글 주시어 고맙습니다.
바깥 어르신 웃음이 참 좋데요!
내내 행복하십시요!
삼매경 07-06-01 18:52 0  
가끔 존명을 들었읍니다
한편의 시 같은글 잃고 또잃고 많이생각 하고......../
내 가슴이 왠지 가득한 무언가로.....
감사드리고요 언제나 건승하십시요
하 선장 07-06-02 00:57 0  
댓글 고맙습니다.
요즘에야 제가 사는 고향 바닷가도
수온이 정상으로 올라 벵에돔 낚시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동해에 살거든요.
나이가 드니 젊을 때 무참히도 앗아간
벵에돔의 생명들에게 그 무게를 얹어 주지 못한 일이
종종 후회가 됐습니다.
한가한 원도 갯바위에서 맞는 늦가을 잔바람이 그립습니다.
바닷가에서 늘 행복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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