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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줄다리기

9 1,682 2006.08.15 20:38

낚시란....
낚시대 한쪽 끝에는 미끼가
다른 끝에는 바보가 매달려 있는 것이다.


공산주의가 지배하던 소비에트 연방시절부터 해마다 해빙기만
되면 떠내려가는 낚시꾼들을 구조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소모할 정도로 골수낚시꾼이 많다는 러시아에서 전해져온다는
속담이다.


10여 년 전쯤 보았던 잡지의 기사를 기억해보면 다음과 같다.


낚시를 좋아하는 직장인들은 여름 휴가는 아예 포기하고 일부러
추운 겨울에 휴가를 낸단다.
호수나 바다가 얼어있어야 원하는 포인트를 갈 수가 있고
또한 그 위에 오두막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휴가
기간 동안 먹을 만큼의 식량과 보드카, 들짐승으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한 엽총 등을 준비하고 장기 낚시에 돌입한단다.


포인트야 두말 할 것도 없이 오두막 한가운데 뚫어놓은 얼음구멍
하나다. 어떤 이는 고기를 잡아 말려 근처 시장에 내다 팔고
보드카와 식량으로 바꾸는 이도 있단다.


그런데 문제는 휴가 기간이 끝날때쯤이면 해빙이 되어 얼음판이
갈라지고 떠다니는 유빙 위에 설치된 오두막이 떠내려가는데도
계속 낚시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급기야 애닳는 가족들이 당국에 구조요청을 하게 되고 구조용
헬리콥터가 출동을 하게 되는데....
낚시와 보드카에 취한 낚시꾼들은 낚시 방해하지 말라며
오히려 헬리콥터에 엽총을 난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단다.


우리나라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기에 더욱더 보는 재미가
있던 기사였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바보들이 있다.
어떤 이는 그런 바보들이 몇 백 만 명 쯤 된다고 추정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낚시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짐작컨대 필자를
비롯한 아주 얼마 안 되는 소수의 인원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소수의 사람은 항상 고정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잠재적 소비층이라는 말이 있듯이 평소에는 잠잠하다가도 근처에
밝은 불빛이 지나면 무작정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언제든지 동기와
기회가 부여되면 기꺼이 불나방이 되고 싶은 몇 백 만 명으로
추정되어지는 그들이다.
그러므로 그들 또한 언제든지 골수바보로 변할 수 있다.


노동과 수면 등 생활시간 외의 자유로운 시간을 뜻하는 레저
(leisure),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레저활동은 대체적으로 소비
지향적이다. 그러므로 경제 원칙 같은 논리를 따지지 않는다.


하지만 유독 낚시만큼은 경제적 논리를 따지는 이들이 많다.
잡지도 못하면서 왜 그 돈을 바다에 쏟고 오느냐, 그 돈이면
일가족이 횟집에서 대접 받아가며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돈이지 않느냐며 반문하는 비 낚시인들의 논리가 바로 그것이다.

낚시라는 레저활동을 어업이라는 경제활동과 구분할줄도 모르는
바보들의 시선으로 보니 낚시는 바보나 하는 일이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긴 대게가 열 번 가면 한두 번쯤이나 잡을까 말까 하니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비 낚시인을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촌놈
앞에서 도시놈 행세하는 또다른 촌놈처럼 보여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어디 비용뿐이랴!
한계까지 도달하는 체력 소모는 또 어떤가?
대부분의 낚시인들이 주말이면 한밤중에(수도권에서 남쪽으로
출조 할라치면 초저녁부터 출발한다.)출발해서 새벽 한 두시에
이른 밤참을 먹고 출조 하는 배에서 잠깐 졸다가 갯바위에 내려서
철수 시까지 낚시를 한다.
중간에 좀 쉬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쉬면 왠지 억울한 생각이
들어 낚시대를 놓지도 못한다.


단체 출조라면 그나마 귀갓길 버스 안에서 눈을 붙일 수 있지만
개인 출조 하는 낚시인은 그야말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운전을
해야 집에 도착할 수 있다.


여가활동을 통하여 심신의 묶은 찌꺼기를 버리고 재충전의 기회로
삼는 게 레저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임에도불구하고,
운전이며 포인트 싸움, 잡어에 시달리거나 냉수대에 미끼 목욕만
시키다가십중팔구 오늘도 빈 바구니에 아쉬움만 가득 담아
귀갓길에 오르는 당신!
당신은 참으로 바보이십니다.

그러면서도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담에는 또 어디로 갈까를
고민하신다죠? 이궁~


여기까지는 그래도 봐줄만 한 바보다.

낚시자리(2).jpg
저기 저 바보는 누구일까?

오전 9시, 벗어둔 구명복에서 카메라를 꺼내다가 문득 바라본
온도계(구명복에 늘 걸려있다.), 무려 섭씨 58도!
설치한 파라솔 밑에 앉아보지만 땀은 쉴 새 없이 흘러내린다.
거기에다 양 손에 길이 10미터 민장대를 들고 앉아있으려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성게미끼를 만진 손으로 수건을 들어 땀을 닦아내다보니 성게 가시가
박혔는지 얼굴마저화끈거린다. 11시까지 세 마리의 돌돔을 수확해서
철수하긴 했지만.... 계란마저도 익어버릴 온도(철수할 때는 벌써 섭씨
62도였다.)에서 몇 시간을 버틴 나는 바보 중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상바보다.


귀가 후, 이마에는 접촉성 피부염이 촘촘히 돋아났고 염증이가라앉을
즈음 몸살로 두 번이나 병원을 다녀야 했다.


쉬는 날,
에어컨디셔너가 잠시 쉬는 틈을 놓칠세라 땀은 연신 흘러내리는데
땀 닦아내며 바라본 창 너머로 오늘도 불볕은 여전하다. 오늘도 남쪽
어디선가는 낮 최고기온이 체온보다 더 높은 37도가 넘어 간다는데....


이 땡볕 아래 달구어진 갯바위에서 낚시대를 사이에 두고 물고기들과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 바보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딩동댕~(핸드폰 문자오는 소리)
“모레 오후 2시 어청도 출조합니다. 연락 바람”
필자는 어느새 낚시장비가 가득한 베란다 창고 앞에 서있다. 그리고
혼자서 중얼거린다.

‘돌돔을 쳐, 아님 부시리를 쳐? 참 고민되네....’

흐이구~이 조두(鳥頭)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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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煥鶴 06-08-16 01:09
ㅎㅎㅎ 한번 웃습니다.
언젠가 한겨울 방파제 끝에서 하루죙일 벌벌 떨다가 빈망테로 돌아오다
방파제 입구의 구멍가계,언손 호호불며 오뎅 한입 무는 저보고
주인장이 그럽디다 "이추븐데 바보처럼 와 그러느냐고요"
I Q 가 100 에서 조금 부족하여 낚시하는 그돈으로 회 사먹는 지혜가 없다 하여지요.
그래도 저는 목숨 걸고 헥헥 그리며 바위산 타는 등산가 보다는 낫지않습니까?
그랬지요..^^
등산은 먹을 것도 안생기니까요..ㅎㅎ
무진장 비오는 무인도에서 밤세 비 맞어며 벌벌떨면서
내가 이짓을 왜 하는가 이젠 두번다시 오지않겠다 이 를 갈았지요.

베란다에 세워둔 낚시가방을 물끄러미 보노라면~
섬이 보이고 바닷물이 출렁이고 빨간 찌가 쑥.....
좀 부족한 낚시꾼은 5 짜 감셍이 이빨 간직할 꿈을 꿉니다.
자신이 바보인줄 모른체.....^^

노콘씨 06-08-16 09:42
"~"
노난다 06-08-16 09:52
태공바위님!
님의 진솔하신 말씀에 동감에 박수에다 마냥 바보가 되여 허허얏꼬 웃어봅니다!
옆에 동료들이 멀보며 저리? 돌 았 나? 하는 눈초리~ 또 바보가 되는군요!

지난밤에 다녀가신 煥鶴 님의 댓글 역시 웃음이 나는건 어쩔수없네예~ ㅎㅎㅎ

땡볕에 앉아서 돌돔을 쪼우시는? 매니아분들을 보면은 놀랍다못해
존경심으로 우러러보는 평소의 저 입니다

그래도 후라이팬 보다 더 뜨거운 갯바위에서 노려보는 초리나 찌가 있는 분들이
마냥 부럽웁고.... 잡아온 고기 묵으려 온나꼬 연락이오면 한다름에 달려가서
침 튀기는 무용담?을 귓가로 넣어며 회 한점 입에 넣노라면...! 아~
아~ 내도 명색이 꾼이거늘 우짜다 이리 됐노? 내 자리 내 섬이 거기서 기다리는데...
이런 마음에 못가서 한? 이 되는 저 보다는... 훨~씬 나은 "덜 바보"인것 같네예~

오랜만에 태공바위님의 진솔한 글을 대하고 보니....
이까짓 여름도 이제 얼마 안남았구나~ 조금만 더 기다려라 ~곧 내가 그리가마..!
또 바보같은 투지을 가다듬어봅니다 ~ㅎ 바보들 참 만치예! ^&^

삼여 06-08-16 10:31
구구절절~~~
저도 바보가 되었습니다.
kgb 06-08-16 14:59
그래도 구월이 오면, 또 바보들의 행진이 이어지겠지요.
남들이 뭐라 해도, 우린 바보친구들 아닌가요,
그래도 우린 바다로 또 나갈 겁니다. ㅎ ㅎ ㅎ............
환학,노난다,삼여 님들 잘 께시지요? 부디 교통사고들 조심하시고요.
엊그제 ,바보 박거사 가족 면회하고 왔심더. 밝은 미소로 병문안 맞이하는데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죽을 뻔한 박거사 표정보고는 실감이 나지 않더군요.
우리 바보들은 절대 안전운행,갯바위 안전 조심해야하겠습니다.
생명까지 던지는 바보들은 아니어야 되겠습니다.
태공바위 06-08-16 20:17
하룻만에 많은 님들께서 댓글 주셨네요.

환학님의 재치와 여유가 부럽습니다.

노콘씨님 " ^.^"

삼여님, 다시 봄이 오면 그때 남해 갯가에서 한번 뵙지요.

kgb님 반갑습니다.

그리고 관심 표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모두들 감사드립니다.

노난다님, 더 큰 행보를 위해 쉬어가는 그 뜻 알 것 같습니다
자유인 06-08-18 12:54
백만명 바보중에 저도 포함되는것 같군요..ㅎㅎ

한겨울 따뜻한 아랫목 나두고 갯바위에서
오돌오돌 떨며 암벽 탐험가도 아닌것이
갯바위를 밤새 오르락 내리락 하며
팔굽혀 펴기는 또 왜그리 많이도 했는지..ㅋ

빵을 별시리 안좋아하지만 낚시만 갔다하면
빵~빠라 빵 빵 빵 빵조사가 되지요..

그래도 언제나 다음을 기약하는 바다가 좋아서
늘 바보가 되는가봐요..

올 가을 정출때 뵈올수 있기를..
거제우연낚시 06-08-21 23:32
글을 읽으면서 자꾸만 실없는 여자처럼 베시시 웃음이 납니다^^
바다를 좋아하는 어느 바보랑 십수년을 큰 무리없이 지내는걸 보면
저역시 더 바보에 속한듯 합니다.
푸른 바다 같은색 파라솔...
그아래 앉아있는..^^*
부신 태양만큼 음악도 글도 푸름으로 일렁입니다^^
태공바위 06-08-22 17:25
자유인님, 아직도 체력이 빵빵하시군요.
지푸라기 잡을 힘으로는 안되겠지만...
엇그제 고생한 것만 잊어버리면
다시 낚시 갈 힘이 생긴답니다.
우연님, 인낚 유명 인기인님께서 글을 남겨주시니 영광스럽습니다.
저 역시 회 떠줄 때마다 집사람 머리를 세뇌시킵니다.
당신 시집 잘 온거야.
언놈이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자연산 회 떠서 마눌 대접 하겠어?
안그래?
그대마다 배시시 웃는 집사람.... (확실이 세뇌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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