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떨어지면 숲과 함께 잠드는...

신상품 소개


회원 랭킹


공지사항


NaverBand
점주/선장 > 실시간 조황
b_hot_activegloat_200x80.gif b_hot_nios_200x80.gif

 

 

 

해 떨어지면 숲과 함께 잠드는...

7 1,905 2006.04.12 10:33


<b>해 떨어지면 숲과 함께 잠드는...</b>



식도염, 궤양, 지방간 따위의 증세로 두 달간 약을 먹어왔는데
그간 치료가 잘 되었는지 아침 일찍부터 병원으로 가
예약된 온갖 검사를 허둥대며 하노라니 진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
이틀 전부터 가족 전체가 극심한 감기증세에 시달리고 있어서
아이 학교도 하루 빼먹고 막내와 아내 모두 병원 구석구석을 아침부터 누비고 다녀야 했다.
온 몸이 떨리고 뼈마디가 욱신거리는 게 연방 기침을 해대며
꼭 마약을 먹은 듯한 느낌으로 이틀을 지냈는데
혈액, 소변검사, 초음파, 위내시경 따위를 때론 긴장하면서 때론 허탈해하면서
온갖 지루한 검사를 다 마쳤는데 결과는 그리 좋질 않았다.


아침부터 복잡한 병원 속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울화를 억제하고 있는데 결과마저 그러니 괜스레 서글퍼졌다.
치료기간 중에도 틈틈이 맥 주 몇 잔씩 마신 탓인 지
췌장과 간에는 여전히 지방이 곳곳에 형성되어 있다 하고
궤양과 식도염도 아직 깨끗하게 치료가 되질 않았다고 했다.
"그간 술을 드셨습니까?"라고 묻는 의사에게 "좀 먹었습니다."라고 대답하니 피식 웃는다.
"담배도 계속 피우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에도 역시도 "예!"하고 대답하니
마치 "그렇게 의지가 약해서 어떻게 건강을 회복하겠어요?"라고
꾸짖는 듯한 말투로 뻔한 경고를 하였다.
일부 궤양엔 세균감염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며 조직검사를 또 해야 했고
한 보따리나 되는 약 처방전을 받아들고 병원문을 나섰다.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몸살기운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카센타로 가 엔진오일과 필터를 갈고 기름을 넣고 울산을 향해 달리는데
몽롱한 느낌이 드는 게 온 몸에 땀이 축축해져 왔다.
“아, 오늘도 무척 힘들겠구나!” 탄식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오한에다 목이 잠기고 입술까지 부르터 수업시간 중 잠시 틈을 내
차에 가 한 숨 자기도 하면서 겨우 하루를 넘겼다.


요 며칠 사이, 동지의 부친상과 선배의 상이 있어 상가엘 세 곳이나 가게 되었다.
대개 문상을 하고나면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선후배끼리 그룹으로 모여
살아가는 얘기며 왁자지껄 술판이 벌어지는 게 우리네 상가의 모습인데,
올 들어 동지회 부회장직을 맡다보니 크고 작은 길흉사마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도록 하려니 연락할 곳도 많아졌고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아야할 일들이 부쩍 많아졌다.
워낙 바쁘게 살다보니 늘 꼴찌로 도착하여
혼자 썰렁하게 문상을 하고 돌아나오는 경우지만,
잠이 부족하여 다음 날엔 여지없이 졸면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영도지역에서 진보정당운동을 오랫동안 해왔던 후배동지의 부친상 문상을 끝으로
병원에서부터 시작된 힘겨운 하루를 겨우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인생의 마지막을 난데없는 병마와 싸우고 있는 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따님과 사모님께서 번갈아 전화를 받는 걸로 보아
이젠 직접 전화 받을 수도 없는 지경인가 싶었다.
담당의사가 뭐라더냐고 물었더니 “가망이 없대요!”라고 하였다.
도대체 가망이 없다니!
아무런 바램이나 희망, 그 가능성조차 없다는 것인가!


매일 독한 신약을 입에 털어넣으며 주사바늘을 몸에 꽂은 채
계측기 그래프의 진폭을 보며 삶의 마지막을 맞이한다는 건 너무 비참한 일이다.
그냥 깊은 산 속 호숫가에 텐트 하나 쳐놓고
새소리와 함께 일어나 싱싱한 푸성귀 데쳐 식탁을 차리고
살림망에 넣어둔 붕어 한 마리로 찌개 끓여 먹으며 해 떨어지면 숲과 함께 잠드는...
마지막을 그렇게 사시라 했건만
선배는 이렇듯 가망도 없다는 침상에서 암울한 마지막을 맞고 있다.
병원이란 곳이 시스템을 갖춘, 철저히 기계적인 곳이며
그 어떤 죽음도 그들의 시스템과 순서에 따를 뿐이어서
챠트에 ‘엑스파이’라고 기록되기만 하면 하루, 이틀 만에 모든 게 끝난다.


아, 다시 인간의 존엄한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후손들 앞에, 인생의 동지들 앞에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한 모습을 잃지 않는, 그런 죽음을 생각한다.


<center><img src="http://www.kisfish.com/photo/punggyung57.jpg" width=580 height=300>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Chris de Burgh

<EMBED src=http://www.seoulsan.com/music/thegirl.wma hidden=true loop="true" volume="0" austart="true"></EMBED>
2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시면 "추천(좋아요)"을 눌러주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7 댓글
nonanda 06-04-12 19:54
*김일석님!
선배님의 쾌차하심을 기원했었는데...
보내시려는그 마음의 애절함에 ...

마음 크게 자시기을 부탁드립니다!
참볼락 06-04-15 10:58
주검을 받아 들이는 자세도 꿈결같이 감미롭다면...
살아온 삶이 허망 하더라도,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귀를 간지르며,머물다 사라지는 바람결에 흔적없이 하늘로 오르리

암선고를 받고, 5개월만에 바짝 타들어 뼈만 남은 은인을 보며
정에 사무친 흔적에 보내기 싫은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만 그렁그렁
blue&sea 06-04-15 19:15
김일석 선생님 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몸을 잘 다스려 빠른 시간내에 건강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건강은 건강할때 지켜야 하며 한번 잃은 건강은 다시 회복되자 않느다는 것을 체험을하여 힘들게 살고는 있지만 선생님께서는 하루 빨리 쾌차하시길 빕니다..

그리고 위의 사진은 제가 한번은 가보고 싶은 주산지인듯하네요..
사진 참으로 좋습니다.
김일석 06-04-16 02:15
오랫만에 몇몇 커뮤니티 회원님들과 어울려
머리 좀 식히러 낚실 다녀왔습니다만
찬 바람에 몸살기운만 가득 안고 돌아와 밤 늦게 댓글을 봅니다.
선배님께선 결국 세상을 떠나셨습니다만 건강의 의미에 대해 많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blue&sea 님, 많이 힘드셨지요?
늘 조용한 미소를 머금고 계시던 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앞으로 더 건강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칼있어 마 06-04-18 10:21
육신이 건강하면 정신의 건강관리를 게을리하게 되나봅니다.
신체적 고통을 통해 정신의 건강을 더욱 챙기시는 듯,
항상 병마와 싸우시는 사모님이나 주위 분 들 모두 안타깝습니다.
나날이 건강을 찾아가시길 빌겠습니다.
김일석 06-04-18 22:30
칼있어 마님, 어떻게 얼굴 한 번 봐야할 텐데 잘 안되는군요~
4월 마지막 주말쯤 해서 여행 삼아 거제도에서 한 번 만날까요?
잠깐의 낚시도 함께 하면 좋겠지요~
가게 되면 전화드리겠습니다.
늘 진지하고 수수하신 모습 보고싶군요~!
거제우연낚시 06-04-19 09:29
결코 가볍지 않는 무게에 시려오는 가슴입니다.
쉬이 달지 못하는 댓글....
그저..두분 건강을 기원하면서...

선배님의 명복을 빌면서...
 
포토 제목
 


인낚 최신글


인낚 최신댓글


온라인 문의 안내


월~금 : 9:00 ~ 18:00
토/일/공휴일 휴무
점심시간 : 12:00 ~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