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의 바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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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의 바다 2.

8 1,847 2006.01.15 02:53
Landscape3.jpg


상념의 바다 2.



7.

어머니가 무덤 속에서 나와
내게 던지는 돌멩이처럼
포말에 뒤덮인 바다를 보고 있자니
뼈마디가 욱신거린다
그래서 어쩌면 아이들에게
가끔 모진 돌팔매질을 해대는지 모른다

바다를 모르는 아이들
아직도 아들을 두들겨 패는 어머니와
아직도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아들
핏물로 뚝뚝 떨어지는
사랑의 유전법칙을 아이들이 과연 알까


8.

달빛 쏟아지는 갯바위
지렁이를 물고 혼절한 볼락 한 마리와
한 마리 노래미 속에도 바다가 있고
대 끝 케미라이트를 흔들며 올라와
숨 몰아쉬는 은빛 감성돔, 그 눈빛 속에도
바다가 있다

바닷속에 든 또 다른 바다
수줍음과 맹렬함, 배신과 증오, 불면증...
그리고 지독히 고독한
집채만한 바다가 있다


9.

날이 새자 바람은 수면을 흔들어 깨운다
바람이 일으키는 하이얀 띠는 수평선을 찢는데
늙은 해녀가 불쑥 고개 내밀고
난 깜짝 놀라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진다

바람이 있고 파도가 있고
물고기도 있고
무덤 속 어머니도, 아이들도 바다에 있건만
아, 바다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바다는 고요한가
찌개가 끓어 넘쳐도 멍하니 바라만 본다


10.

바다는 언제나 수평선이고
사람은 언제나 수직선이다
어딘가에 있을 교점을 난 본 적이 없다

웅성거리며 포구에 모여
눈으론 비아냥거리면서도 입으론 웃기만 하고
뱃전에서도, 갯바위에서도 꼿꼿하게 서서
셔터를 누르며 "김치"를 외친다
일 초도 안 되는 순간
그 짧은 미소로 뭘 알 수 있을까
배시시 웃는 웃음은
하나같이
일억분의 일도 되지 않는 편린일뿐...


11.

어느 날 아버지는
허옇게 때리는 파도를 보며 바다가 운다고 했다
어린 내 손을 잡고 바닷가를 걷다가
까칠까칠한 볼을 비비며 들려주는 바다는
아침이면 만나는 마을 어귀 햇살처럼
아름답고 포근하기만 했다
여덟 남매의 일용할 양식을 포기하지 않고
매일 바다처럼 울며
아버진 우릴 키워주셨다

삶은
바람도 파도도 아니며
꽃도 노래도 아니며
잘 차려입은 신사의 따뜻한 미소가 아니라
눈물로 지은 밥을 매일 같이 먹어야 하는
핏물이 배인
꽁꽁 매여진 사슬이며
남루한 아버지의 외투란 걸 난 배웠다


12.

칠흑 같은 밤바다에 불꽃이 인다
별빛마저 잠든 밤
저 멀리
횃불로 타오르는 노동이 있다
이 깊은 나락의 시간
황량한 바다 위에서 몸을 던지는
아, 저들은 누구인가

정갈한 침실의 꿈을 위해
초록빛 정원에 만발한 향기를 위해
아이들 책가방 속 영양만점의 도시락을 위해
노예처럼
노예처럼 밤바다를 밝히는
아, 삶의 위성항법장치를 따라
변절치 않고 타오르는
아름다운 노동의 불꽃이 인다




김광석...부치지않은편지
오늘도 빌딩 숲 속에서 난 바다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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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댓글
여가람 06-01-15 21:1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 나의 바다는어딘지....
nonanda 06-01-16 18:31
*김일석님 건강하시죠?!
좋은글 노래 잘~감상하고 갑니다....
6자대물 06-01-16 19:25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김일석 06-01-17 02:02
여가람님, 노난다님, 대물님, 반갑습니다.
기질적인, 미련스런 청승끼 탓에
불꽃같이 튀는 생각을 붙드느라 간혹 이런 글을 쓰곤 합니다.
5년 뒤, 10년 뒤에도 그런 느낌이 부지불식간에 일런지 알 수가 없습니다만
부족한 글, 챙겨 읽어주시고 격려의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해를 활기차게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섬원주민 06-01-17 23:55
아직도 처절한 문제의식을 갖고 사시는 일석님!
먼 갈치잡이 배에서 비춰 오는 노동의 소중한 불꽃을 보고 갑니다.

새해 만사형통하세요.
김일석 06-01-18 09:11
섬원주민님, 반갑습니다.
하시는 일은 순조로우시지요?
카메라가 말을 안들어 밤새 주물럭거리고 있습니다...^^
따뜻한 봄이 오면 그 바다에서 뵙도록 하십시다~
건강하시고요~
거제우연낚시 06-01-21 01:16
좋아하는 김광석..
생각할때마다 늘 아까운..^^*
노랫말이 어쩌면 저렇듯 이쁘고 현실적인지 그의 노래를 그래서 잊지 못하고 있네요.
그리고 님의글..
더러는 답답한 제 가슴을 뻥뚫어 주시는..^^
김일석 06-01-25 23:07
우연님, 반갑습니다.
답변이 너무 늦어 죄송합니다.
워낙 바쁘다보니 며칠 들여다볼 수가 없었군요~
아내의 수술이 2월 2일 예약되어 있답니다.
수술 끝내고 건강 회복되면 아내와 함께
애기들 선물 하나 사들고 거제도 바람 쐬러 가겠습니다.
내외분 건강히 잘 계시고
귀여운 아이들도 방학 씩씩하게 잘 보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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