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무한 2005 [주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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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무한 2005 [주왕산]

15 2,381 2005.11.02 21:15

논들 서리를 본 지가 아득하다..
가을걷이 후 논바닥 짚단의 된서리를 보면 만추임을 안다. 이쯤에서 데고지 감이랑 곶감도 달아지고, 색깔에 속기만 했던 깨양(고염)도 꿀맛을 낸다. 시금하던 배춧잎도 구수해지고 주먹만한 뿔거지로 허기 달랬던 시절이 그쯤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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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된서리를 얼마나 더 볼 것인가마는, 도평 마을일 쯤에 아침의 이른 연기를 만난다.
부디 짚불이기를... 아니 소깝단이기를...
밥물 넘는 서말찌 솥전을 훔치던 어머닌 잿불의 감자를 도시락에 담으셨다.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게 폐 비닐 태우는 매캐한 연기일지라도 오늘은 무서리 짚단이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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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는 마음을 조금만 늦추면 아침의 색깔을 만난다.
늘 조급하게 놓쳤던, 아예 지나치기만 했던 '朝前'의 시간을 소중하게 만난다. 내 아이들은 나처럼 늦게 깨닫지 말기를 바라지만 그걸 알려주면 페어 플레이가 아니다. 지식이 아니고 정서이기에 스스로 고생하며 넘어 갈 숱한 '구멍난 양말'의 답습을 거치면 어느날 주왕산 가는 새벽길에 그 색깔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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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처럼, 주왕처럼 사는 것 보다 유기적인 것이 낫다. 그러나 기암의 정기를 받은 장군암은 역시 늠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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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리 녹아나자 주왕암이 보인다.
곧 화살의 과녁이 굴을 관통할 것이다.
그 먼 길을 고려 땅엔 왜 왔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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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과 백학이 살았다는 학소대의 위용에, 잠시 저잣거리 심사가 괜시리 요동을 친다.
욕지도 본섬에도 홍학의 학소대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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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수대의 김주원은 애절함보다는 초연함에 있다. 권력은 세습과 이단의 두 얼굴이다.
이단의 변형이 선출이라는데...
아는지 모르는지 급수대 단풍은 오늘도 화장끼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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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봉이 된 떡시루보다는 김주원의 망부석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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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돌너머 억겁의 폭포가 휘모리로 몰아치더니 세상사 속아지를 2폭, 3폭이라며 두 번이나 받아낸다.
이제 여울이 샛강으로, 낮을수록 겸손한 강물의 중모리가 될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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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리매기 가는 길 여울 위에
새색씨 연지볼같은 단풍이 물서리 세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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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리매기에서 좌로 가면 산길 십 리길 가메봉이다. 어디로 후릴 것이냐, 이왕이면 주봉이 버티는 우측으로 후리며 칼등고개를 탄다.
거문도 동도의 칼등바위는 이도 안 났네.
70도 경사에 밧줄을 묶어 놓았는데, 이참에 썩 괜찮은 속담이 생각나다니...
'샘물을 마실 때는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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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그참,
곰 쓸개에 빨대를 꽂아 즙을 빨아먹는 인면수심을 여기서도 보네.
인간은 사철 송진을 빨아내고, 재선충은 살을 뜯고...
애국가, 남산위의 저 소나무는 과연 가사가 바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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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다.
뒤에 일반미 한 가마에 정부미 반가마를 보탠 무게가 중력과 씨름을 한다. 이참에 비슷한 근수의 선배 한 분이 생각히는데, 늘 소탈하신 모습이다. 면도때문에 속을 뻔 했다. 나는 이 분을 일반미라 이름 지었다.
고지가 저기 보이지만 지척이 만척이라 물보충만으론 충전이 안된다. 스무 척에서 열 척으로 줄인 일반미가 미소를 보낸다.
한 척이 '백팔'이라, 별 쓰잘데기없는 '번뇌'로 바윗돌에 앉아 부처님을 그리는데 아뿔사, 새똥을 맞다니! 아니 새똥밑에 내가 있었네.
얼레! 쌀가마가 추월을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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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주봉아래 기암의 또 다른 모습을 보며 칠부능선을 내린다.

주왕산_051.jpg

청운동을 돌아 나오니, 한때 청송벌을 평정한 방앗간이 이리저리 꿰맨 세월을 걸쳐 입었다.
키만한 동테는 아직도 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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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옥양목 물들인 치마자락이 기다린다.
변방의 소군묘처럼 가을 여인이 펼치는 민물못을 주왕산지 무부지(主王山地 無鮒池)로 바꿔본다.

주왕산_068.jpg
그냥 그렇게 가을에 묻힌다.

주왕산_085.jpg

산정무한의
가을을 전합니다.

***경주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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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댓글
kgb 05-11-02 21:51
만추의 주왕산이 월드님의 필치에 녹아드는 듯합니다.
님과 같이 거니는 것처럼 산길,물줄기마다 정겹게 눈앞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앞으로 클로즈 업되고 있습니다, 적절히 느린 음악과 함께...
한가롭고 평화로운 님의 심성이 투박하고 무딘 내 속을 감싸는 듯
온세상, 온 풍경이 뒷걸음질치는 가을과 함께 더 없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생크릴 05-11-02 22:36
안녕하세요?

지금도 눈에 선 합니다.

대학졸업반때 주왕산 여행갔었는데

입구통로 산꼭데기 바위가 박수동씨 만화의 고인돌 같이 생겼더군요.

이 가을에 딱 어울리는 산이라 생각 됩니다.

멋진산 사진과과 음악이 너무나도 맞아떨어 지는군요...

환절기에 건강하시고 좋은 음악과 글 항상 감사 합니다.



공상두 05-11-03 00:06
1983년이었던가? 4년인가? 201특공여단 시절 주왕산 침투 방어 작전 때

땀 흘리며 처음 나의 눈에 비친 주왕산은 경외심 그 자체였습니다.

다시금 옛 추억에 빠질 수 있게 도와주신 경주월드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초장만머꼬 05-11-03 00:07
경주월드님^^*
일상 생활에 바쁜 저가 가만이 앉아서 작은 금강산을 감상 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진한장,글하나.. 그 하나마다 사연이 있을줄...
경주월드님 손필을 제가 잠시 흠모해 봅니다^^*

이십여년전..
대학시절때 친구들과 버스로 비포장된 길을따라 주왕산에 갔었는데,
왜이리 먼지...
내릴때 보니 하얀먼지로 뒤집어서고...
민박집에서 어찌나 군불을 지펴 주던지,
조선왕조 비련의 단종임금의 고통을...
다음날 민박집 할머니 '간밤에 안추웠능교?'
꽁보리밥에 구수한 된장국 정말 생각납니다.
좋은 글과 사진 잘보고 갑니다.
건강하십시요. ^^*




경주월드 05-11-03 20:39
님들 반갑습니다.

'방폐장 유치'로 축제 분위기입니다.
'개발과 보존'의 논리로 국책사업이 수차례 무산된 전력이 시민들을 결집케 한 동기였습니다.
찬,반 모두가 지역사랑을 위한 한마음이었겠지요.
훗날, 사가들이 평가할 일이지만, 오죽하면 핵쓰레기장이라도 유치하여 그걸 호구지책으로 삼겠습니까.
기실 모두가 도시기반 조성사업인 SOC겠지만...

잔치술 사흘 간다더니 내일까지 취하겠습니다.^^

정감넘치는 댓글 주신 모든 님들,
너무 감사합니다.^^



경주월드 05-11-03 21:43
주왕산 주봉 코스는
상의-대전사-장군암-기암-주왕굴-1폭-3폭-2폭-학소대-시루봉-사창골-후리매기-칼등고개- 주봉-대전사로 도는 일주가 편하겠습니다.

동동주 맛은 신통치 않고, 거기에다 국화(실은 구절초)를 띄워 '국화주'라며 권하는데 정종에 막걸리 섞은 맛이었습니다.
그러나 산채 비빔밥에 곁들이는 고사리, 취나물, 콩비지는 일품이라 한 보따리 사왔습니다.

연중 낚시지만,
길지않은 단풍 시즌에, 한두 번의 가을산행, 어떨까요.
단풍을 낚는 연목구어를...^^
거제우연낚시 05-11-03 22:34
아쉽게도 전 사진은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마음이란 눈이 있어 가을산의 옷 갈아 입음이 고운 자태로
시야를 가립니다.
절로 신음을 토해내게 만드는 필지에 아짐 넋 놓고
잔잔한 연주곡에 마음 빼앗깁니다.

지그시 눈을 감고 그려보는 풍경들..
그저 취해 봅니다^^*
그렇게 묻어나는 가을 향내에...
경주월드 05-11-03 23:16
아지매가 눈 뜬 장님이 되실 줄이야...^^

먼저,
제일 위의 '도구'를 클릭하십시요.
다음, 맨 아래의 '인터넷 옵션'을 클릭하시고
다시 맨 위의 오른쪽 고급을 누르시면
여러 항목이 나옵니다.
끝까지 내려보시면
'ㅁ URL을 항상 UTF-8로 보냄(다시 시작해야 함)'을 찾으시길,
앞의 네모 속의 체크 표시 V 를 지우시고
'확인'을 누르십시요.^^

다 하셨습니까.^^

이제 컴퓨터를 끄셨다가 다시 시작하십시요.
(새로고침하셔도 됩니다.)

잘 보이지요.
그럼 즐감하시길...^^
허거참 05-11-04 03:03
우와우~
정말 사진 좋습니다. 음악도..글도..^^
진짜로 주왕산 한번 올라가봐야겠습니다.
가긴 두 번이나 갔었는데.. 두 번 다 그 입구 막걸리집에 퍼져 앉아..
일행들은 산으로 올라가고.. 우리 ㅅ꾼들은 그저 그 맛 좋은 막걸리 감상에..ㅎㅎ.. 그리하여 아직도 그 유명한 폭포와 계곡을..노상 사진으로만 접하고 있습니다 그려..지금도 역시 월드님 덕분에..ㅎㅎ

언제나 결행을 하게 될는지..ㅉ..^^

[월드님 얼굴(사진) 뵈니 보문 막걸리 생각이 또 나네요..ㅎㅎ]
더불어정 05-11-04 09:40
짙은 가을에
상큼한 옷 매무새와
화장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주왕산.

형님의 색감있는 덧칠 덕분에
잘 감상하고 갑니다.
내년 가을에나 한번 쯤
간다는 계획을 세워 볼까????
거제우연낚시 05-11-04 11:32
^^* 그렇군요.이제사 보입니다.
인낚에 가입한지가 5월 중순쯤으로 기억되는데..
아짐 컴맹에 폰맹입니다^^
게으르고 우매한 탓에...^^*
하나하나 배우려 하니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기도 하네요 ㅎ
아까는 분명 안보였는데..
감사드리오며,,,멋진 풍경속으로 헤엄쳐 봅니다.
여행가고 싶네요^^*
돌방구리 05-11-04 15:36
마지막까지 자신을 불태우고
조용히 스러지는 단풍에서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하라는
대자연의 말씀을 듣는듯...

경주월드님의 글에서
항상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배우고 갑니다.

주왕산 무부지에는
붕어가 살지 않을까요?
붕어가 노니는 산정의
호수는 더 멋질것 같은데...
경주월드 05-11-04 21:28
허거참 선배님,^^ 저도 대둔산에서 전과^^가 있습니다.
막걸리와 도토리묵의 유혹이 고통이었지요.
아지매가 내미는 부추와 도토리묵의 환상의 미끼, 무침묵! 그 옆에 얼음 김 솟는 막걸리...
그걸 덥썩 물지 않는다면 인간이 아니지요.^^
굴과 오징어로 부친 파전은 또 어쩌게요.
재첩국도 있습디다요.

어쨌든 그날, 인간임을 포기한 다섯 명은 산행을 하고, 셋은 사람답게 살기로 술에 맹세를 했답니다.^^
경주월드 05-11-04 21:45
정님아,
내년 가을,
주왕산인가, 대마돈가.^^
섣달 출조는 포기하지 말고 보류하세.
단풍의 색조화장과 덧칠,
화장빨이 나남?^^

돌빵구리님,^^
님의 겸손에, 오히려 제가 배웁니다.
'호지무화초'에다 언감생심, 산과 붕어와 못을 집어 넣었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니, 글이 모자랍니다.^^
칼있어 마 05-11-11 22:51
감동의 서사시!
잘 감상했습니다.
요즈음 산행을 즐기시나봅니다.
부지런히 다니시고 건강하소서!

어복충만 맨날행복하소서!
비싼장비 욕심많큼 맑은바다 생각하여
철수길에 갯바위는 안방처럼 청소하자!
-국사모홍보대사 칼있어마의 11월 인낚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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