쳔연기념물같은 어느 후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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쳔연기념물같은 어느 후배 이야기

9 2,020 2005.10.29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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쳔연기념물같은 어느 후배 이야기



30대 중반의 건장하고 젊은 낚시꾼인 그를 서울 다녀오는 길에 만났다.
바다낚시는 물론이며 민물낚시에도 일가견이 있어
낚시에 관한 한 두루두루 꿰고 있는
속칭 만물박사로 통하는 그는 내가 무척이나 아끼는 후배 중의 하나다.
특히 선후배에 대한 깍듯한 예절과 언행
세월이 흘러도 한 치 변함없는 진중한 사고
한번 가졌던 우정과 신의를 여간해서 쉬 내버리지않는
요즘 보기 드문 참으로 듬직한 젊은이다.


한 두번 만나 술잔 기울이고 웃고 떠들었다 하면
금새 형님, 동생 하며 보고싶네 사랑합네 펄쩍펄쩍 뛰다가도
일상의 사소한 일로 조금만 마음이 불편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배설하듯 관계를 팽개쳐버리는
마치 추운 겨울의 북서풍마냥 변덕스러운 사람들이 많은 이 시대
늘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그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내게 가벼운 흥분감을 느끼게 한다.


울산 근교의 작은 읍내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부친을 따라 어릴 때부터 저수지로, 수로로 낚싯대를 메고다녔던
그의 낚시경력은 이미 20년을 훌쩍 넘겼으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극히 단순하고 깔끔한 그의 낚시는
조금의 군더더기도 없는, 선이 분명하고 명료한 느낌을 주는 그런 낚시이다.
갯바위에 내리면 여기저기 옮겨다니질 않으며
오직 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낚시를 하며
집중력이 높아 남들보다 낚시시간은 짧지만 늘 조과는 한 수 위여서
어떨 때엔 진정한 고수의 풍모를 느끼게도 하는 그가
요즘 매우 바쁘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혼한 지 꽤 오래 되었지만
아이가 없어 마음고생이 만만찮았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드디어 아기를 출산한다는 소식이었다.
만나자마자 다짜고짜로 축하한다고 말을 건넸더니
드럼통같은 덩치에 쑥스러워 하는 모습이 꼭 어린애만 같다.
국도변의 한적한 식당에 앉아 그와 이러쿵저러쿵 살아가는 얘길 나누다보니
도끼자루 썪는 줄도 모르고 어느덧 캄캄한 밤이 되어버렸다.
아기가 태어나면 주의해야 할 점들과
출산 전 필요한 여러가지 챙길 것들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고나니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그는 낚시도 지독히 좋아하지만 사냥도 매우 즐긴다.
이름난 사냥개는 물론이거니와
온갖 종류의 덩치 큰 개들을 작은 시골농장에서 키우며
그 놈들을 훈련시키는 데에도 전문가 못지않다.
그 큰 덩치의 늑대같은 개들을 이끌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
산기슭을 헤매며 산짐승을 몰아부치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는 영락없는 현대판 원시인이다.


개의 심리와 생태에 대해 매우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음은 물론이지만
그놈들을 다스리는 기술 또한 탁월하여
그저 사고와 행위의 편리함, 찰나적인 대응을 우선으로 추구하며
극도의 개인주의에 함몰되어있는
인스턴트화 된 젊은이들의 즉물적 사고와는
궤를 달리하는, 참으로 유별난 친구이다.
얼마 전 원숭이 한 쌍을 키우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젠 집에다 경주마까지 한 마리 사들여
그 놈을 타고 산으로 들로 다니기도 한다니
도무지 낚시꾼이라는 사람이 온갖 개들이며 원숭이에다 말까지...


최악의 실물경기 속에서
책임이 무거운 직장일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면서도
집안을 거의 동물농장으로 만들어놓고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게 과연 무얼까?
왜 그리 동물들을 좋아하는가 물었더니 대답은 "그냥 좋아서요"란다.
가장 현대적인(?) 일상에 충실하면서도
온갖 동물들과 교감하며 원시인처럼(?) 산으로 들로 나돌아다니는 그를
심리학을 눈꼽만큼이라도 공부한 내가 분석해볼 때
그는 분명 매우 순수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회사 내에서 많은 사람들의 인사와 노무관리를 맡아오며
그가 일 속에서 경험해왔을 자잘한 좌절과 회의가
동물들에 대한 유난한 애정으로 표현되는 걸까?
아무튼 주인에겐 충성을 다 하는 동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삶에 대한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보상되진 않았을까 싶다.
아무래도 그는 요즘 보기드문, 거의 천연기념물쯤 되는 사람이다.


그와 밤을 지새었던 욕지도 갯바위에서의 추억은 이제 아련한 옛날이 되고 말았다.
후배든 선배든, 동행한 꾼에게 부담스런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늘 먼저 밥을 하고 찌개를 끓이는데 익숙한 나에게 마치 텔레파시가 통하는지
내가 그 일들을 하기 위해 움직일라치면
재빠르게 라면을 끓였고 커피를 타주었던 그였다.
내가 한 마리 걸기라도 하면 어느새 뜰채를 집어들고 곁으로 달려와
씨익 웃으며 기분 좋게 축하를 해주던 사람.
동틀 무렵, 무수한 섬들 사이를 비집고오르는 태양을 보며
세상을 다 산 시인처럼 외마디 감동을 내뱉던 그였다.


오랫만에 만나기라도 하면 마치 지방의 촌스런 깎두기(?)라도 되는 양
허리 숙여 공손하게 인사를 하여, 인사를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스러운 존중심을 서로 갖추게 하는 그는
참으로 진정한 낚시꾼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이 천연기념물 같은 후배에게 오랫동안 2세가 없어
내심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던 그가 이제 기적적(?)으로 아기를 가져
난데없는 기쁨과 활력을 되찾게 된 것을 마치 내 일인 양 기뻐하며
건강한 출산과 양육으로 더욱 평화로운 가정을 잘 꾸려가길 바랄 뿐이다.



길...조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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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거제우연낚시 05-10-29 22:59
살아가면서 만나는 많은 인연중에
유난히 氣가 통하는 만남이 분명 있다고 들었습니다.
님과 그분의 넘치는 기운을 아낌없이 주고 받고
소중히 가꿔 나가시는 모습....

보는이도 흐뭇함에 젖어 봅니다.
아이가 늦은 저로써...
지나간 가슴 조림이 언뜻 스쳐 그 부부의 심정을 헤아려 봅니다.
진심으로 축하 드리오며...

거제에서...
nonanda 05-10-30 00:01
*저도 축하을 드립니다!
얼마나 기쁠까? 세상 다 얻은것 같을건데!
애기가 있으면 동물들을 줌 멀리해야 된다 하시지예
삼실할매가 샘 낸다고 어른들이 그라시든데....
煥鶴 05-10-30 03:26
귀,달펭이는 좀 차도가 있어신지요?
짧은 만남의 시간에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아직도 대단한 그분은 그곳에 진을치고 계신지도 묻고 싶습니다.
날씨가 제법 차가울텐데...
혹,그곳에 계신다면 안부 전해주십시요.
그날 맛깔스런 된장에 회,한점 쇠주한잔 잊지않는다고요..^^
건강도 빨리 회복하시구요....
김일석 05-10-30 03:58
우연낚시님, 반갑습니다.
요즘 감생이철을 맞아 바쁘시겠군요~
사는 게 뭔지, 바쁘기만 하고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쪼록 우연낚시를 찾으시는 분들과
행복한 시간 넉넉히 보내시길 바랍니다.

노난다님, 반갑습니다.
건강히 잘 계시겠지요?
시간을 만들어 한번 뵈어야할텐데요~
부디 건강 잘 챙기시고
남은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환학선생님, 반갑습니다.
그리고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이젠 거의 다 나은 것 같습니다.
이미 두번이나 낚시도 다녀왔는데 괜찮더군요~
보일러시설까지 해두신 걸로 보아
선배는 아마도 올 겨울을 바닷가에서 나실 모양입니다.
날이 밝으면 그곳에서 부시리 선상을 계획하고 있는데
선생님의 말씀 꼭 말씀 전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뽈라구웬수 05-10-30 13:45
짐승 좋아하는 분들중 악한 사람이 없습니다.
낚시. 동물, 사냥 정말 저하고 똑 같네요,
성격은 저하고 상대가 안되정도 좋은분 같네요!

일석님! 만남 이라는것 상대적으로 님들 좋은분이니
좋은동생을 만나것 같군요! 음악 저가 좋아 하는것에
좋은글 따뜻한 정이 흘려 읽는 동안 즐거워 습니다.

저가 개가 좋아 9마리중 불독 한마리는 남에게 그냥 분양 하고
8마리가 남아 있습니다 3마리는 소형견이고 5마리는 진도견
입니다.진도견은 모두 투견 혈통 으로사냥도 가능 합니다
저희집이 도시계획에 잡혀 있어 도시에서는
이개들을 데리고 갈만한 터가 없습니다
혹시 후배님께서 정말 진심으로 개을 사랑 하고 잘 키워만 주다면
무료 분양 해 주겠습니다 저희집 개중 1마리만 빼고
어느누구도 키울수 있습니다 품성이 모두 좋고 점잖 습니다.
참고로 전문 투견꾼이 고액을 주다고 팔아라고 하여도
팔지않아 습니다.
011-584, 4979
돌방구리 05-10-30 18:56
김일석님! 저는 최근 가입하여 '인낚에세이'에서 선생님의 글
관심있게 보아 왔는데, 읽을 때 마다 세상을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바라보시는 인정미 넘치는 분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쓰신 글 하나하나가 낚시를 즐기시는 모든 분들께
진정한 낚시인으로써의 지침을 제시하고, 좋은 낚시문화를
조성하는데 큰 몫을 하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인간관계는 상대적으로 작용한다고 보는데,
좋은 후배를 두신 것 또한 좋은 선배이셨기에 가능했을 거라고
추측해 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즐낚하시길 빕니다.
백도사랑 05-10-30 21:44
인낚의시인이신 일석님의글을보노라면 우리네인생살이의대선배님답게
때론 서민의마음을잘대변해주고 때로는 따뜻한마음의글을 느낄수있습니다
항상건강하시고 좋은글주심에감사드립니다
거제 칠백리 05-10-30 22:07
사람을 다스리고 배우고 가르침이 세상사에서 가장 힘들다고 생각 됩니다
어쩌면 그런 믿음을 줄수 있는 후배를 두신것에 부러울 따름입니다.
김일석님! 처음 뵙겠습니다.
아울러 후배님의 임신을 축하드리며 부디 순산 하시길 빌께요 *ㅊㅋㅊㅋ*
선 후배의 관계가 더욱더 발전하시길 기원하며 건강 하시고 즐거운 나날이 계속되시길 빌께요.
+-칠백-+
김일석 05-10-31 00:57
뽈라구웬수님, 반갑습니다.
글을 보니 님의 특별한 동물사랑을 잘 알 수 있겠군요~
님의 따뜻한 마음도 말입니다.
후배에게 의사를 곧 물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돌방구리님, 반갑습니다.
격려의 말씀,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백도사랑님, 반갑습니다.
우린 이미 저 여수 앞바다에 끈이 연결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더욱 반갑습니다.
언젠가 작금포구에서 만나게 되면 반가운 인사 올리겠습니다.

칠백리님, 웬지 아름다운 싯구가 떠오르는 반가운 닉입니다.
반갑습니다.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게 온 라인입니다만
인연이 닿아 부디 아름다운 거제도에서 뵐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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