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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수로

26 2,758 2005.06.22 11:42
1989년에 쓴[은어 낚시와 아버지]에서 나는 이렇게 썼다.

내가 열네 살이었던 아득한 여름날.
그때 난 태어난 후 처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영덕 강구 어판장 부두에서 은어낚시를 했다. 내 손을 꽉 채우던 한 뼘이나 되는 은어를 아버지는 반 나절동안에 무려 스무 마리나 낚으셨다. 나는 겨우 세 마리를 낚았지만 어찌나 재미있었던지 이튿날 홀로 낚싯대를 메고 강구 행 버스를 탔다.
대낚시로 손톱만한 바늘에 고등어 살점을 끼운 허술한 채비를 했다. 이미 부두에는 댓 사람 정도 낚시를 하고 있었고 그 사이를 염치없이 비집고 앉았다. 혼자여서인지 그날은 전혀 낚지를 못했고, 옆 사람과 줄만 엉켜 그걸 푸느라 진땀에다 반은 주눅이 들어 있었다.
출발할 때 아버지께선 왕복 차비를 쥐어주시며 어제처럼만 하면 제법 낚을 거라며 은근히 아들의 조과를 기대하셨다. 어린 마음에도 그게 걸려, 채비는 소홀히 한 채 서둘러 낚싯대만 휘둘렀으리라...
해거름이 다 되니 슬슬 걱정도 되고 원래 나서길 좋아하는 내 성격에 체면 또한 말이 아니었다. 채비를 거두고서 축 쳐진 채로 부두를 돌아 나왔다.
오징어 파시가 시작된 부두는 부산스러워졌고 어판장 모퉁이에는 아지매 좌판이 들어서 있었다. 그런데 좌판 대나무 바구니엔 내가 한 마리도 못 낚은 은어가 어여쁘게도 오징어와 함께 자리 잡고 있지 않은가! 흥정은 했는지 몰라도, 어쨌거나 오른쪽 어깨엔 낚싯대, 왼손엔 짚 줄에 끼운 여나므 마리의 은어가 망태기에서 춤을 추었다. 대신 읍내까지 물집이 생기도록 걸어야만 했는데도 휘파람은 저절로 나왔다.
신작로에 기다리시던 아버지는 대견스러운듯 망태기를 들어 보셨다. 그리고 이내 빙그레 웃으셨다. 그 의미를 알기까지는 십수 년이 걸렸다. 망태기는 어디다 쓰려고 낚은 고기를 꿰미로 엮었는가!
물집 잡힌 아들의 발을 보시며 어린 체면과 자존심을 읽으신 그때의 젊은 내 아버지.

오십천_은어_001.jpg

손에 닿을듯 한 그 시절은 이미 43년이나 지났다. 그날 이후 처음으로 영덕 오십천 은어를 낚으며 세월이 꼬챙이 뿐인 곶감같아, 야속한 땡볕 들숨에 해거름 한숨을 보태지만 강물은 무심하기만 했다.
세월을 비켜 간 사람들이 세월을 잃은 은어의 앙탈때문에 뒤늦게 철이 든 탓으로 객사는 면했다.
귀향, coming home.
청태만 먹으며 돌아오는 여정길.
뭐하러 갔다 왔는지 모르는 게 인생인데, 은어는 그들의 일생을 안다. 본능이 우주라는 것을.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으려 한다는 걸. 균형의 원리를 우주가 가르쳐 준다는 것을. 우주는 인간을 생략할 수 있지만 세상의 한 부분을 역류시킨 인간때문에 유예시킴을 본다. 그 인식의 오만함을 누가 말릴까!
그러나 중용을 남겨보면 균형이 주는 소중한 선물이 있다.
40년이 지난 오늘도 아버지의 추억을 알려 주듯이, 그날의 수박향을 풍겨주는 은어의 짝사랑을 앎이다.

은어_수로_004.jpg

***2005. 6. 22/경주월드

[음악/제가 즐겨 듣는 Michael Kamen의 Sandra입니다.]

은어구이_00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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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댓글
뽈라구 05-06-22 17:17
은은한 수박향이 제 가슴속에 가득 채워짐을 느껴봅니다.
월드님......감사드리구요........

너무 오랜만의 글 주심에 목이 석자는 나온듯합니다.

혜량하시길 비오며..........더운날들......건강하십시요^^*
맨꽝 05-06-22 22:21
글 잘 읽었읍니다
항시 좋은 글 올려주시어 감사드립니다
좋은밤 되십시요
경주월드 05-06-23 11:41
오십천은 너무 평화로웠습니다.

밀짚 모자 쓰고 두 칸 민물대 드리운 조우는 이미 함박웃음입니다. 첫사랑 가시내같은 삐진 앙탈을 살살 달래며 낚아내는 은어, 금새 다소곳합니다.^^

보마다 세 군데 은어의 귀향길이 있어, 물살을 타는 도약이 마치 서핑을 보는듯 합니다.
하지 땡볕은 오십천의 한갓진 강물이 달래는데...
돌수로를 튕기는 물사래를 날개로 덮는 사냥꾼의 그늘의 덫에 긴장합니다. 아뿔사, 철없는 녀석이 왜가리의 인내에 걸려 들었군요.^^

(뽈라구님, 맨꽝님께 오십천 수박향을 보냅니다.^^)
웃어요 05-06-23 15:27
안녕 하세요?
십수년전 진주 문산 고속도로 다리 밑에서
맡은 수박 내음... 좀 있다 그게 은어향 인줄
그때 처음 알았었죠 전 신기 했습니다
거리가 좀 있었는데도 멀리 까지 그 향이
전해져 오더군요 님의 글을 보고 문뜩
그때가 생각이나 몇자 적어 봅니다
항상 행복 하시고 좋은 글 계속 남겨 주시길.....
칼있어 마 05-06-23 15:46
하이구! 경주월드님 글 올리시길 기다리다 목 빠졌습니다.
좋은 글 자주 올려 주시길..,
요즈음 사천에도 은어가 올라옵니다.
한동안 사라졌다가 하수종말처리장 생기고 나니 물이 깨끗해졋나본니다.
몇년 전부터 매년 한번쯤은 진양호 상류 덕천강의 은어맛을 보고 있답니다.
다른 고기히도 먹은 덕분에 디스토마 약도 먹었었구요.
그윽한 수박향과 싱싱한 은어회 잘 먹고 갑니다.
어복충만 맨날행복하소서!
바다사랑 나라사랑 호국보훈 따로있나
갯더족을 몰아내고 깨바즐낚 실천하세!
-국사모 홍보대사 칼있어마의 6월 인낚캠페인-
겟방구 05-06-23 22:50
월드님, 기다리던 연재물을 달 따 안듯.. 소중히 봅니다....
역시나, 비릿한 글 향이... 심뇌적입니다......
자주 볼수있길 희망합니다....
경주월드 05-06-24 12:31
늘 낚시갈 때가 마음이 한 걸음 앞서 바빴는데, 올 때도 급한 이유가 있었지요. 현지꾼에게 배운 은어구이때문이었습니다.

피우기 어려운 숯불보다는 가스불이 좋습니다. 언젠가 낚시방송에서 은어를 굵은 소금을 뿌려 굽는 장면이 있었는데, 소금이 씹히면 고등어 맛과 별반 차이가 없지요.
물 반 대접에다 굵은 소금 반 홉 정도 녹인 소금물을 만듭니다. 굽기 전에 은어를 소금물에 흔들어 적셔 굽는데 싱거우면 약간 담궈두면 간이 맞습니다. 은어에 칼집을 넣으면 적쇠에 살이 붙습니다. 적쇠를 너무 자주 뒤집어도 붙습니다.
소금물구이는 껍질이 타지 않으며 서서히 익힐 수 있어 좋습니다.

구이 한 적쇠를,
웃어요님, 칼있어마님, 겟방구님께 드립니다.^^

(추가 사진 올립니다)
경주월드 05-06-24 12:37
두 마리가 남네요.^^
더불어정 05-06-24 13:24
은어를 보니
은어 낚시대 생각이 나는 군요.
한 5-6년 전 쯤 되었는가 봅니다.

영화 <흐르는 강물 처럼..>을 TV
명화극장을 통해 다시 보고는
그낚시 모습이 너무 멋있어
다음날 외제 낚시품 판매점을 찾아
은어낚시대 가격을 물어 보는데
제일 싼 것이 43만원에서 부터
450만원짜리까지 있더군요.

"은어의 종류가 다양해서 낚시대 가격도
이렇다 다양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되돌아 왔습니다.

형님!
더운 날씨에 몸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찬바람이 나면 뵈올까 합니다.
8월까지 낚시대를 접고
해외 여행이나 가족들과 몇군데 다닐까 합니다.

경주월드 05-06-26 09:38
찬 바람이 나면 가을인데...

나도 꿈이 하나 있는데, 아직 힘이 있을 때, 실크로드 돈황, 앙코르와트, 싯다르타가 붓다가 된 성지로.
꿈이 아니었으면...
거제우연낚시 05-06-26 18:03
이렇게 자세히 보긴 첨인데...
이쁜 고기군요.
오래전 작고하신 아버님이 그리워 집니다.
가슴안에 바위처럼 자리하신 그분이....
kgb 05-06-27 15:19
월드님,오랫만이네요. 언제나 님의 글을 보면 우리의 옛모습과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너무 평온하고 아련한 고향속에 묻히는 듯 평화롭기까지합니다. 지리적 여건때문에 이리도 상봉이 어렵지만 늘 마음은 같이 동행하고있음을 기억해주기바랍니다.무리한 부탁인 줄 압니다만.......
경주월드 05-06-27 19:46
우연 아지매^^ 점주를 겸한 낚싯배도 하시는 것 같은데요...
사람 상대하다 보면 가슴미어지는 일이 한두번이 아닐 겁니다. 가끔 바보처럼 사는 것이 제 경험입니다.
그러나 님의 글을 보면, 이미 초월하신 것 같기도...^^

***

kgb님께서 늘 저를 기억해 주시니, 오히려 저가 흥감스러울 뿐입니다. 어느날 서로가 불쑥 찾아갈 날이 있을 것같은, 그런 기분입니다.
님의 댓글에 괜스레 기분좋은 오후입니다.

해군을 제대한 저의 愚子 세 째가 오늘 공무원으로 발령지에 첫 출근을 했습니다.
동해시 해경함정 근무, 독도 수비도 한다니 너무 대견스러워 요즘 제가 칠불출이 다 되었습니다.^^

kgb 05-06-27 22:30
해군을 제대한 아드님이 있었네요, 이제 알았읍니다.
해군에 미쳐 있는 나,지금도 가끔씩 세일러복(쎄라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떠 오릅니다, 그러고보니 테 후임수병입니다.

"이 수병! 발령을 축하하네! 부디 해경함장으로 고속 승진해서 해양경찰청장까지 하기를 앙망하네" 이렇게 아드님에게 전해주시구랴. 꼭........
바다만 걸리내 05-06-28 22:22
오늘 맘이 영 안닌데 님에글 읽고 제 마음을 추스려 봅니다
그냥왔다 가는 인생인데 욱하는맘으로 화를내고 얼굴을 찡그리고 지나고보면 암것두안닌것을.....
인생 !
뒤돌아보면 한뭉큼도 안일듯싶은데...
한웅큼속에 옛기억들이 나를 미소짓게함니다
낼은 밝은 마음으로 웃으며살자고 나스스로다짐해 봅니다
지나고보면 또후회하겠죠??
인간이기에..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님에글 두딸을 둔 가장으로써 아버지에 젊은날
다시한번 생각함니다 꾸벅
저도 우리아버지만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대왕암 05-06-29 15:07
이렇게 큰 은어도 있군요.
오래전 월성원전 옆의 대종천에서 어항으로 새끼손가락만한
은어를 어항으로 엄청 잡았었는데
작년에 갔더니 그 많던 은어들이 지금은 거의 안잡한다더군요.
주변 가게에서 팔고있는것도 섬진강에서 공수 해 온거라 하고...

수박향 나는 월드님 글에 흠뻑 빠졌다가 갑니다
감사합니다!
경주월드 05-06-29 18:29
kgb님,^^
지금 통화했는데, 새벽 여섯시 동해 출항, 현재 독도 주위를 순찰중에 있답니다. 풍랑이 세고 視界가 흐리다 합니다.
님의 덕담 전했습니다.^^

***

바다만님,
'내일은 밝은 마음으로...'라는 님의 글에 저도 다짐합니다. 문득'Gone with the wind'의 '스카렛'의 대사가 떠오릅니다.
'그래,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거야!'
힘든 세상을 향한 긍정적 다짐의 절규였지요.

***

너무 오랜만입니다. 대왕암님,^^
관해동 계곡물이 乾川이라 대종천 은어 유역도 좁더군요. 양북 장항이라는 동네에 은어 양식장이 있습디다. 대종천 주변에서 팔고 있는 은어는 아마 그 동네 은어일지도...
아무튼 양식 은어는 호박향^^이라 '담박의 맛'도 덜 합디다.

영덕 오십천 은어는 지금이 제일 좋은 씨알입니다. 은어낚시는 그 지역마다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오십천 은어는 학공치 외바늘 낚시가 제격이었습니다.
대발 접씨에 은어회 가득한 날에, 님과 함께이기를 기대하면서...^^
웃어요 05-06-30 10:53
님의 마음이 담긴 은어구이 잘 먹었습니다
몇달전 인낚에 첨 들어 왔을 무렵 님의 글을 보고
왠지 한번 뵙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저 보다 연장자 신것 같아
따뜻한 형님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고 지나간 글들을
읽어면서 왠지 모를 질투심?? 같은거도 느껴 보고요
ㅜㅜㅜ가까이 할수 없을것 같은 어려움과 거리감도
느껴 보았다고 실토해야 겠네요
아직까지도 제 마음이 다 열리지 않아 속이 좁은 탓이 겠지요
이시간 그냥 솔직 하고픈 마음이 들어 몇자 적어 봅니다
내내 건강 하시고 행복 하시길 바랍니다

kgb 05-06-30 11:33
World님, 금년 휴가때에는 바다낚시는 잠시잊어버리고 울진 왕피천이나,원덕,근덕,아니면 월드님과 함께 은어를 찿아 '흐르는 강물처럼..'속에 흠뻑 빠져볼까나... 근데 은어낚시채비를 할 줄 알아야지.... 벌써 은어향이 코끝을 간지러울정도로 계곡이 그립습니다.....

*****충무공의 후예,이 수병에게 각별한 격려를 보냅니다.
"충무공정신 이어받아 조국의 방패되자" ('68년때 수병 구호)
경주월드 05-07-02 09:44
마음이 다 열린 겁니다, 웃어요님,^^
술맛의 진솔한 취향(醉享)을 미리 맛봅니다.
누룩이 잘 삭아 情誼가 됨을...

장마에 황토가 지나면, 은어 씨알이 굵어진답니다.
은어채비의 노하우,^^
휴가가 기다려 집니다. kgb님.

경주월드 05-07-03 16:59
잘 아실테지만 봄엔 치어 포획금지로 금어기이며, 늦여름부터는 산란기 금어기입니다.
참고로 수산청의 수산자원 보호령에 의한 포획금지 기간, 즉 금어기를 적습니다.

전국적 금어기---5월
경북, 강원------8월,9월
(6월,7월 2개월 낚시 가능)
기타 지역-------9월,10월
(6월,7월,8월 3개월 낚시 가능)

깨돔 05-07-05 21:02
글 참 잘 쓰셨네요.
저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20여년전에 이미 가신 아버님과의 동행출조!
경주월드 05-07-06 09:37
함부로 다가설 수 없어도, 쉬 느껴지는
아버지,
그 부정형의 정의(情誼)를, 아주 나중에 알았습니다.
겟방구 05-07-07 21:36
월드님, 오늘은 그냥 음악만 듣습니다.
노랑등대 05-07-10 01:03
월드님 ....
은어는 섬진 강 보담 경북 쪽이나강원도권 은어가
향이 더 찐하다더군요
오랩만에 뵙습니다
늘건강하시죠

님 에게 참 알수없는 그 무언 가 가 ㅡ느껴집니다
토속적인 월드님에공간
기 대합니다
경주월드 05-07-10 16:23
한참만입니다, 노랑등대님,
'두레마실'에서 '조류타기'님이랑 자주 뵈었는데...^^

삼 주일 정도면 팔월 금어기라,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요. 한 번 더 가려는데 날짜가 수월치 않습니다.
이번엔 강원도 동해까지 정했습니다만.
지난해 게재했던 '가산의 달밤'의 교정을 위해 평창, 봉평까지로 늘렸습니다, 추가하여 재게시 하겠습니다.

늘 읽어주심을 잊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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