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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의 연작시

5 1,443 2005.06.01 00:05
punggyung36.jpg


1.



이 지독히 메마른 땅에
이 지독히 불평등하고 치욕스런 땅에
그대 어서 오시오
삶의 채찍이 살을 찢고
동태눈까리같은 문화는
눈과 입을 가리는데
부르르 떠는 실낱의 영혼을 위해
그대 어서 오시오



움트는 새싹으로 와도 좋소
한 그루 잎 푸른 나무로 와도 좋소
내 질척한
한 줌 흙 되거나 이슬 되어
시퍼런 역사 껴안고
펄럭이는 깃발 위를 구르며
고개 쳐들고 반갑게 맞겠소



그대, 가녀린 미풍으로 와선 안되오
이름없는 꽃들과
이름없는 들판 위를
휘어감는 태풍으로 와야 하오
농투사니의 쟁기가 땅을 갈아엎듯
퍽 내리쳐 갈라진 것들을
다시 퍽 퍽 내리쳐
순 알기만을 남긴 채 싹 쓸어내야 하오



비틀고 숨기고 배신하고
사주하고 사주받는 손들을 내리쳐
아, 찬란한 유대와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시오
그 맑은 영혼으로
그대 오시오



punggyung58.jpg



2.



좀 봐요
아시아 대륙 동쪽 끝
미개한 빌딩숲 사이로
불꽃으로 오는 삶을 좀 봐요



걷어부친 팔뚝
옹골차게 쌍나팔 불며
도도한 숨결로 걸어오는
저 삶을 좀 봐요



punggyung37.jpg



3.



누더기 걸친 피붙이들이
으스러져 쌓이는 거리의 절규를 보라
거대한 궁전과 높은 탑을 세우는 자의
거짓을 말하는 혀를 보라



쉬임없이 부는 흙바람
온몸으로 숨가쁘게 둥지를 틀지만
정밀가공된 잿빛하늘은 희망이란 가면을 쓰고
그리도 가난한 자유와
그리도 짙은 그리움을 마구 뒤덮고 있구나



이렇게 탁한 하늘 아래에도
꽃은 제 빛깔로 피고
새는 제 목소리로 우는 법
비좁은 방구석에서
허구헌날 살 비비며
참으로 사람답게 살기 어렵다는 걸 보라



punggyung67.jpg



4.



터지는 설움을 아느냐
터지는 분노를 아느냐
갈라진 땅, 식민지 문화의 담벼락에
거리의 가로수에 새겨진
미쳐 떠는 들풀과 꽃이파리의
뼈아프게 흐르는 눈물의 깊이를 아느냐
시퍼렇게 살아 두 눈 부릅뜬 삶을 아느냐
훤한 대낮이거나 칠흑같은 밤이거나
무수한 전쟁에서 패배하고도
죽지못해 몇번이고 되돌아서는 피뭍은 알몸을 아느냐
귓전을 스치는 한숨소릴 아느냐



서러운 어머니의 각혈 말고
거리의 누우런 뺨들 말고
빈혈 속에서 태어난 핏덩이의 첫울음도 말고
뻔뻔스런 동의체계를 이루는 조간신문의 미담기사 속에서
툭툭 부러지는 삶의 뼈 마디마디는 더더욱 말고
브라보를 외치는 몇 잔의 술과
술 잔 위에 뜨는 파리한 패배의 찌꺼기 말고
오직 한곳으로 부는 바람을 아느냐
살얼음판 위를 휘휘 도는 바람을 아느냐



mycolor21.maemuldo2.jpg



Beethoven...Symphony no 3. 'Eroica' 2 mov

오늘도 빌딩숲 속에서 난 바다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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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조경지대 05-06-01 17:14
가슴속 저 깊은곳에서..
뭔가 끓어 오르는듯한 애절함을 느끼게 해 주십니다.

새로운 시대가 올것 같은 아련한 기대가
다시 스러지는듯한 이 시절의 비통함이 함께......
메아리 되어, 또 메아리 되어

칼있어 마 05-06-02 09:43
으악! 온몸을 져미는 감동! 독재를 향해 칼춤을 추던 과거 김지하씨(지금은 약간 실망했지만)의 표효보다 훨씬 날카로운 언어적 조형미가 넘칩니다.
반했습니다.
오늘도 빌딩숲 속에서 난 시집을 주문할까부다!
어복충만 맨날행복!
"바다사랑 나라사랑! 호국보훈 따로있나
갯더족을 몰아내고 깨바즐낚 실천하세!"
-국사모 홍보대사 칼있어마의 6월 인낚캠페인-
환경캠페인 주문하시기 전에 먼저 만든 문구라 좀 약하지요?
저도 반풍수 환경운동 쬐끔 했는데..., 요즈음은 이놈의 낚시때문에 무늬만 환경련!
김일석 05-06-02 11:07
조경지대님, 칼있어마님, 반갑습니다.
서정은 몇 걸음 앞서가려고 몸부림하지만 삶은 늘 제자리 걸음입니다.
갯바위에서 꼭 만나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국사모 유일의 대사님이신 칼있어마님..^^
매사 적극적이신 모습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더욱 반가울 듯합니다.
화이팅하세요~!
거제우연낚시 05-06-13 02:08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오나 감명깊은 영화 장면이나 가슴에 닿는글귀로 인해
온몸 닭살이 돋을때가 있더이다.
지금이 그렇습니다..
그저 혼자하는 넋두리 끄적이길 좋아하는 편이지만..
저는 언제쯤 저런글을 쓸수 있을련지...
출렁이는 파문 안으려니 버겁습니다...건강 하세요^^
김일석 05-06-13 04:13
우연낚시님,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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