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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산나물

11 2,260 2005.04.19 21:36
나물 비빔밥을 즐기셨던 아버지는 마지막 점심을 드셨다.
소태고개 넘어 곰바우 모랭이 돌면 안골못,
어머니는 방죽에 앉아 계셨다.
섶 긴 어머니의 저고리가 따뜻하게 젖었다. 아버지는 내게 자전거를 사준다 하셨다. 취나물 바구니에 야꾹대만 수북한 채로 어머니는 하염없이 나를 안았다.
억센 아버지 손에 이끌려 방죽을 내려올 동안에 어머니 모습은 그만 자전거 동테에지워졌었다. 나는 손을 흔들었지만 어머닌 두 손으로 얼굴울 감쌌다.
야꾹대가 독초란 걸 어렴풋이 알았을 때, 아버지의 다른 여자는 새엄마였다.
자전거가 쉬 녹이 쓸자, 여섯 살 아이는 밤마다 꿈을 꾸었다. 목련 저고리와 어머니의 바구니를...
방죽에 앉아 세상의 끝을 잡으시던 내 어머니.
그리고 생잽이 청상을 운명으로 차곡차곡 접으며, 그해의 야꾹대 여름을 오십 번이나 포개셨다.

구름도 지치는 곰바우 돌아 저만치에 안골못이 보인다.
졸졸 따라오는 아내에게 재피닢과 까막바귀랑 삿갓나물도 가르치고 아버지 점심상에 마지막으로 올랐다는 산더덕도 일러주니, 아내가 글썽인다.
스물여섯에 온몸으로 전율했던 어머니의 이별을 우리가 어찌 알까마는 그 두 배의 햇수를 보낸 아내가 그만 취나물에 취해 방죽의 어머니를 읽은 것이다. 우처(愚妻)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귀한 산더덕도 아내 손에 넘치는데, 향기의 유혹에 금새 시어머니도 잊어버린다. 물오른 참나무골의 지천의 산채(山菜)탓이거늘...

아주까리 먹인 창호지 우산이 행여 물먹을까 봐, 동구밖 어머니는 맨몸으로 저녁비를 맞으셨다. 아버지의 큰 키에 맞추느라 어머니의 뻗은 팔이 종종걸음에 교대로 바빴다. 거나하신 아버지는 끝내 팔아름을 아니 하셨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양말을 벗기고 데운 물로 발을 씻기셨다. 초저녁에 데친 두릅 색깔의 삿갓나물은 빨간 초장과 썩 어울렸다. 어머닌 아버지가 늦은 저녁진지를 다 드실 동안 꿇어앉아 계셨다. 은근한 숭늉을 한사발 드신 아버지는 내 이마에 알밤을 주시며 이부자리에 드셨다.
어머닌 젖은 아버지의 양복을 대림질하시며 내게 푸근한 미소를 주셨다. 진지상에 남은 삿갓나물을 초장에 찍어 아들의 입에 넣어주시던 여름비 내리던 그 밤의 어머니, 이제사 생각하니 생애 최대로 행복하신 모습이었다.

어머니의 아주까리 우산처럼 생긴 삿갓나물, 그 어머니를 그리며 방죽에 앉으니 그만 콧날이 청양고추가 된다. 빈 망태기에 붕어대신 산채를 채우고들길로 내려서니 과수원의 샘터에 어머니의 목련 저고리가 소담스럽다.
그 저고리는 반 세기가 지나도 그날처럼 따뜻했다.

***경주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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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댓글
다낚어 05-04-19 23:08
싸~합니다
가슴이
웃어요 05-04-20 13:48
님의 사연이신지....
어떠하던 가슴 저 한쪽이
깊은 심연이라 그러나요?
아려 옵니다
내 아픔 같이....
잘 읽었습니다
고수 고수 05-04-21 10:27
우리네의 생은 언제나 그렇듯이
돌아보고 또 돌아보아도 아물거리는
저 넘어인듯 아쉬움과
채울수없는 그 무얼들 이랄까요.
좋은 글 좋은 음악 감사합니다.
겟방구 05-04-22 10:22
국문학의 진수를 봅니다...
은은한 음악을 타고 흐르는.. 영상이.. 차마 눈물겹습니다.
보곺은.. 어머니..
生 이란..... 결국은.. 체념케 하는 것 같읍니다..
인연도.. 가슴 속.. 온갖 기억들도...
경주월드 05-04-22 13:19
어머니는 강물입니다.
살아계실 동안, 님들과 저는 샛강일 뿐입니다.

강물이 낮은 것은 철없는 샛강들을 모두 품기 위함이지요.
겟방구 05-04-28 14:20
오불출에 목말라.. 자꾸 생수만 마십니다.......
경주월드 05-04-28 20:44
갯방구님,
시방 준비중입니다요.^^
칼있어 마 05-04-29 15:40
섶 긴 어머니의 저고리가 따뜻하게 젖어야했던 그 시절의 우리 어머니...,
세상의 끝을 잡으시던 어머니가 야꾹대 봄을 오십번이나 포개는 한 서린 세월...,
아버지를 마중하여 돌아오는 그 장면이 콧등을 시리게 하는군요.(그 시절 대개의 엄마들의 모습)
봄마다, 아니 날마다 경주님의 가슴에 "어머니의 목련 저고리" 가 활짝 피어 있기를...,
소설보다 시가 훨신 어렵고 깊은 감동이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깨트려줍니다.
사업번창 맨날행복!
거제수바우호 05-05-14 18:40
생각만으로 싸해진 가슴이 있다면 그건 분명 어머니란 이름을 가진 사람일겝니다.
힘겨움으로 보고픈 사람이 있다면 그또한 어머니 당신일게구요..
무릎이 닿도록 빌어보아도 갚지 못하는 빚이 있다면
그것또한 그분의 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감동으로 아름다움을 빚어 내시는 분이군요.감사히 보았습니다^^
경주월드 05-05-16 22:48
그렇습니다.
무릎이 닳도록 빌어도 못갚는 빚,

푸석한 골다공증의 어머니가 뼈와 살을 더 주시려 하네요...
거제우연낚시 05-05-21 22:25
어머니가 그리워지는날엔 자주 접하게 되는 글입니다.
멀리 바다한번 바라보고 고작 전화한통으로 안부를 전하는 불효여식 가슴이...메여옵니다...님에 댓글이 너무나 아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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