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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기다렸다...

5 2,579 2005.04.18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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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기다렸다...




내 아기가 젖을 뗄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아장아장 걷기를 기다렸다
이마에 주사기를 꽂고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 때
어서 병실에서 나가
작고 예쁜 요람에서 재롱떨기를 기다렸다



아기가 따문따문 책 읽기를 기다렸고
의젓하게 책상에 앉아 공부하기를 기다렸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일찍 집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다 나중엔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아이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한참 뒤, 둘째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기다렸다
꼭 같이
또 그렇게 난 기다렸다



노인성 치매로 말년을 매일 혼절하셨던 어머니
허구헌날 머얼건 미역국에 약을 떠먹여드리며
조금이라도 생각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6년을 기다리다가 아들도 못알아보시는 어머니
아버지가 계신 하늘나라로 어서 가시기를 기다렸다



부서진 허리를 부둥켜안고 스스로 세수도 못했던 몇달을
난 누우런 병실에 누워
반드시 내 힘으로 머릴 감고
내 힘으로 옷을 갈아입고 걷게 되기를 기다렸다



뇌하수체 이상으로 시티촬영을 밥먹듯 하던 아내에게
수십 알의 스쿠알렌을
담당의사 몰래 아침저녁으로 입에 넣어주며
아, 그 지긋지긋한 병원냄새를 맡지 않아도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앰블런스를 타고 헉헉 대며 응급실로 갈 때에도
반드시 집으로 돌아갈 것을 기다렸다
머리에 대롱을 꽂은 채
말을 더듬는 아내의 등을 두드리며
꼭, 나랑 꼭,
여름바다에서 낚싯대를 드리울 수 있게 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한 때
나라가 좀 더 도덕적이고 당당해지기를 기다렸고
동지들의 눈물겨운 투쟁과 헌신이 보람있을 때를 기다렸다
때론 살다가 억지와 비아냥거림을 만나 잠시 비통해하거나
허접스레 수군대는 말을 전해들으며
때론 하루 이틀 잠을 설치더라도
언제나 정정당당하게 해결되기를 기다렸고
사랑한다고 몇 마디 말을 나누지 않아도
서로 아끼고 위하고 있음을
깊은 가슴으로
느낌으로 깨닫게 되기를 기다렸다



또 언젠가는
더 넉넉한 수입이 내 주머니로 들어오기를 기다렸고
큼직한 아파트 거실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꽃을 가꾸며 살게 되길 기다렸다



날 거쳐간 꼬맹이들이 잘 자라서
"선생님"하며 날 다시 찾아오는
그런 진실한 설레임과 기쁨을 기다렸다
그러다가도 문득 바다가 보고싶으면
물때 달력을 보며 주말을 기다렸다



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형님과 아우
선생님과 제자, 학부모와도
겉으론 쉬 말하지 않아도
진심으로 서로를 믿으며
세월이 가도 변함없이
오손도손 사는 모습을 기다렸다



그래, 그렇지
가만히 기다리니
기다린 만큼 다 되었다
그저 말없이 있어도 기다리니 다 되었다



내게 찾아온 고난과 슬픔이
때론 견디기 힘들지라도
난 여전히 기다릴 것이다
힘에 겨워 가쁘면 가쁜대로
숨을 몰아쉬면서도
때론 무덤에 가져가야할 것들이 있으면
꼭 부둥켜안고
내밀하게 난 기다릴 것이다.




노고지리...찻잔

오늘도 빌딩 숲 속에서 난 바다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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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눈부신은빛 05-04-18 20:47
좋은 말씀입니다!!
기다림--- 희망(환희)이군요 ㅎㅎ
대왕암 05-04-18 20:54
김샘의 기다림은 낚시에서 얻은 소득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주 소중한...
사소한 일에도 늘~ 허둥대며 살아가는 저는
언제쯤 그런 기다림의 진득함을 터득 할 수 있을런지...

힘들고 아팠던 기억들 조차도
아름다운 한 편의 詩로 만들어 내시는
김샘이 한없이 부럽습니다 ^^*

저도 기다립니다 샘하고 거제에서 거~하게 취하는거...^^*
김일석 05-04-19 04:44
그래요~
언젠가 날 잡아서 거하게 취했으면 합니다....^^
거제수바우호 05-05-14 18:31
눈물나게 아름다운 기다림입니다..가슴한켠이 찡해져 오는걸 보니 저또한 한동안 허리를 다쳐 누워있었던 남편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파보지 못한 사람은 그아픔에 강도가 얼마인지 모르듯...
잠시 추억의 자락속으로 스며들어 머물다 갑니다.
칼있어 마 05-06-13 11:54
근데 이 글을 나는 왜 못 봤을까? 이제야 보게디네요.
저는 또한번 님과 갯내음 맡으며 이슬이 대여섯병 자빠트리며 밤새울 날 기다리겠습니다.

어복충만 맨날행복하소서!
"바다사랑 나라사랑! 호국보훈 따로있나
갯더족을 몰아내고 깨바즐낚 실천하세!"
-국사모 홍보대사 칼있어마의 6월 인낚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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