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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덕 선생님을 그리며...

6 1,203 2005.01.0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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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덕 선생님을 그리며...



최수덕 선생님
초량동 산동네에 살던 절 기억하시나요?
출석 부르실 때마다 김일성이라고
아이들에게 놀림 받았던 절 기억하시나요?
아이들이 질투할만큼 큰 사랑을 받았던
짱구머리의 눈이 큰 아이를 기억하세요?
50점 만점 먹지 않으면 잠을 못이루던
한 해에 십 센티씩 무럭무럭 자란다며
머리 쓰다듬어주셨던 선생님의
그 따뜻한 질감을 잊지못하는 절 기억하세요?
교무실로 찾아가 자작시 점수 많이 달라고 떼쓰던 절 기억하세요?
전교석차 292등이었던 제가
국어만 만점을 먹어 아이들의 의심을 산 절 기억하세요?
선생님의 스타킹과 주름치마 색깔이며
어느 날 아침, 이후락과 김일성의 평양성명을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에게 알려주시며
선생님의 소원이 통일이란 것을 알게 된 어린 제가
그 아침에 느꼈던 흥분과 눈물 찔찔 흘리며
하느님, 부처님, 우리 선생님
북에 두고 오신 가족들과 꼭 만나게 해달라고
두 손 모아 기도하던 절 기억하세요?
그 아침 선생님의 폭포같은 눈물을 세세히 기억하는
이 못난 제자를 기억하시나요?



아, 선생님...
산동네 학교, 꼬딱지만한 운동장 한 귀퉁이
틈만 나면 농구장벽에 기대어
따스한 햇살에 졸기만 하던 제가
선생님을 얼마나 사랑하고 존경했는지 모릅니다.
매일 새 옷을 입고 교실에 들어서실 때
카멜레온이라고 아이들이 놀렸지만
선생님께선 올 사이사이에 가득한 분필가루때문이라고
최선을 다 해 설명해주셨던 그런 선생님이 전 너무 좋았습니다.
밀대걸레 자루를 들고 설치던 난폭한 교사들이
가난한 아이들 마음에 칼질을 해댈 때
선생님께서 발라주신 사랑의 연고가
아, 40년이 가까워오지만
지독한 그리움의 연고가 되어
회한과 눈물의 약이 되고 있습니다.
세상에 어떤 의사의 처방이 이렇게 오래 갑니까



이제 중년이 되어버린 우리들은 바보같이
사는 게 뭐라고, 그만 선생님을 새까맣게 잊고살았습니다.
그저 밤이면 밤마다 초라한 술집 구석에 앉아
탁한 술잔을 들고 위하여를 외치며
고작해야 남을 아프게 하거나 때로는 스스로를 쥐어뜯으며
가녀린 신세한탄이거나 아니면 먹고산다는 미명 아래
음모술수를 창의하며 참으로 부끄럽게 살았습니다.
혼자 사셨던 남천동 바닷가의 작은 아파트
가족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과 눈물을 달고 사셨던 선생님
그 초라하고 외로운 침대 위에 곱게 누워
쓸쓸히 혼자 떠나셨다는 게 믿어지질 않습니다.
선생님의 마지막 순간에
아무도 곁에 없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며칠이나 지난 뒤에 경비실에서 문을 따고 들어가서야
겨우 선생님의 몸을 추스렸다 하더군요.



아, 선생님
이젠 가족들과 만나셨나요?
철저히 혼자 떠나신 그 하늘나라에서
선생님의 절대고독과 그리움을 벗어던지셨나요?
못난 제자는 하루 종일 당신 생각에 취해 울지만
선생님, 제발 제게 얘기 좀 해주세요.
하늘나라에서
꿈에 그리던 가족들과 만나셨다고
제게 얘기 좀 해주세요.



Beethoven.Symphony no 3. Eroica 2 mov
오늘도 빌딩숲 속에서 난 바다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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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고기야 05-01-08 21:10
그리움만큼
나를 무섭게 만든건 없었다.

그리움이
묻어날때마다

왜 이리도
쓸쓸해지는지.
온 속이 다 창백하다.

가슴이 시려온다.

비가 오면 안되는데

바람이 나풀거리면 안되지.
실없이 소주병을 눕혀야 하니까..
숭어의꿈 05-01-08 23:47
잘 읽었습니다...
생크릴 05-01-09 11:39
가슴속이 따뜻해 지더니

뭉클 뜨거워지는

그 무언가의 뜨거움이 넘쳐납니다.

전인교육의 여유가 있어야 하건만

각박하고 메마른 작금의 교육을 생각하면...

이 아이들이 커서 무엇이 될런지 걱정이 앞섭니다.


가슴 뜨거운 글 잘 읽었습니다.

새해엔 더욱 건강하시고 가슴 따뜻한글 많이 주세요...꾸뻑!
빈가방 05-01-09 22:27
가슴 아픈 일인것 같습니다.
망자는 이승에 미련이 남아 있으면
49일 동안은 머문다고 하니 술한잔 이라도
올려 드리면 어떨까요.
꼭 향을 피우시고 ....
세월이 가도 잊혀지지 않을것 같아
걱정해 봅니다.
김일석 05-01-10 09:35
오랜만에 만난 후배에게 선생님의 마지막을 듣는 순간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아무도 없는 초라한 아파트 구석방에서 혼자 마지막을 인내하신 선생님~
부디 하늘에서 가족들과 함께 안식과 평화를 기도합니다.....
친절한 댓글 주신 님들께 감사합니다.
만조 05-03-11 16:25
초라한 아파트에서 안식을 가지셨다고요
그렇지만.최선생님께서는 모든분들에게 하나도 남김없이 나눠주시고 떠나신것같습니다.
마음이 아프시더라도 최선생님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고 슬픔을 나누시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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