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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전상서

7 1,545 2004.11.19 10:52


  • 아버님 전상서


    이렇게 시작하고 나니 아주 오래 전 부모님 전상서로 시작하는 긴 편지를
    쓰던 때가 생각납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그리운 마음 담아 편지를 띄
    우고 했던,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그리운 부모님을 뵐 수 있었던 그때가
    이젠 너무 오래 전 일이 됐습니다. 그 시절 아버님 어머님은 젊으셨고 참
    으로 건강하시고 좋으실 때셨습니다.


    아버지, 샛노란 은행잎이 후두둑 떨어지는 은행잎 날리는 길을 지나서, 갈
    빛 너풀대던 플라타너스 몇 그루에 둘러싸인 작은 초등학교 앞을 지나서,
    꼭두방재에서 한 숨 돌리기 바쁘게 천지갑산 휴계소와 금소 책 바위를 지
    나서, 아버님께 가는 길이었습니다. 단풍철이라 일찍 서둘러서 길을 나선
    때문인지 도로 위는 한산하기만 했고, 가을걷이에 바쁜 농부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이미 산자락을 내려와 마을로, 들로, 길 위로 온 천지에 농염하고 풍만한
    아름다움으로 물든 가을빛을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미사어구로도 표현
    할 수 없음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아버님 계신 곳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수 천 수만 가지의 다 다른 가을빛은 어머님껜 당신 자신도
    모르게 자꾸 한숨만 나오게 하는 일이었나 봅니다.


    아버님 누워 계신 곳에 도착하자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았다' 하시는 아버
    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아버님, 아버님 떠나시고 처음으로 맞는
    아버님 생신이셨습니다. 해마다 큰아버님, 작은아버님, 고모님 까지도 오
    시고 전 날부터 온 집안이 떠나갈 듯 북적대다 오후가 되면 다 같이 불국
    사 단풍 구경 가는 것이 일이었는데 올해는 아버님 생전에 좋아하시던 음
    식 몇 가지 더해 생신상만 차렸습니다.


    설에 다니러 갔을 때만 해도 많이 좋아 보이시기에 올해 칠순 잔치는 해
    드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또 금방 일어나실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떠나실 줄 몰랐습니다. 아버님이 떠나신 사실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지만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버님은 영원히 저희들 가슴속에 살아 계시니깐요.


    각자 준비해 간 조그만 선물을 불사르면서 아버님의 큰 아들은 아버님께
    좋은 낚싯대 하나 사드리고 싶었다고 하는 말 들으셨나요?
    제가 다 기특하고 고마웠습니다. 그 마음 충분히 아시겠죠?
    이제 다 부질없는 일이지만 아버님 그리는 하는 그 마음이라도 전해졌으
    면, 저세상에서라도 부디 편안하셨으면 하는 바램이었습니다.


    대여섯 시간이 걸리는 거리에 비해 아버님과 함께 한 시간은 너무 짧았습
    니다. 돌아오는 길에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노란
    산국을 꺾었습니다. 아버님 떠나신지 얼마나 됐다고, 아버님 가신지 얼마
    나 지났다고 꽃을 보면서 감탄을 하고 단풍을 보면서 감탄을 하며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많이 야위셨지만 이제 편안하신 어머님과 다섯 자식들
    과 그리도 귀여워하시고 예뻐하시던 손주들과 남은 가족들은 예전처럼 가
    끔 모이기도 하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여기 걱정일랑 마시고 부디
    좋은 세상에서 새롭게 거듭 나셨으면 하는 바램뿐입니다.
    아버님 생전에 한 번도 하지 못했던 말 "아버님 사랑 합니다".


    2004년11월 아버님을 그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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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댓글
자유인 04-11-19 17:57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애틋하고 아름다운 글입니다
아득한 기억을 뒤 돌아보게 하네요
그리운 이름 아 버 지 ...
경주월드 04-11-19 19:13
꼭두방재
청송가는 길에 계시는군요.

거문도 길채비 하면서
님의 숙연한 思父曲을 읽습니다.

말미의 '사랑의 고백'이 산국과 단풍같습니다.

더불어정 04-11-22 12:59
향기님!
아버님 칠순 생신을 맞아
어머님과 아버님 산소를 찾은
감회를 님다운 필치로 아름답고
슬프게 묘사하셨군요.

떠나보낸 아버님이야
항상 마음의 한구석을 자리하고
계시겠지만 곁에 계신 어머님은
아버님과 자식들을 함께
보듬고 계실 것입니다.

살아 계신 어머님께
후회없는 삶을 보상하는
의미에서라도 어머님께
지금까지 한 효의 몇배를 더 추가해
효도하십시오.아버님 몫까지....
두원사랑 04-11-23 11:20
향기님~~..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이렇게 글로써 안부여쭈어 봅니다.
저도 부모님께 불효를 많이 했는데~~..

님의 글을 보면서~
가슴으로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 한번더 느끼게 되네요.
내내 건강하시고
가족들 행복하세요.
감시오짜 04-11-23 17:17
너무 슬프고 저희 아버님도 이른이 넘어셨는데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납니다
하지만 그게 항상 잘안됩니다 잘해야 겠다고 생각하지만......
부디 슬퍼 하지마시구 가슴속 깊이 묻어 두세여
모두 효도하면서 사세여 저두 아버님 낚수대 한대 사드려야 겠네여
항상 물어보면 다있다고 하시니....
향기 04-11-29 13:29

괜한 걸 올려서 여러 사람 마음 아프게 한 것 같습니다.
오늘이라도 아니 지금 당장 부모님께 전화드려 사랑한다고 하십시오.
까막산 04-12-03 21:02
아~ 향기님 너무 글을 잘쓰시네요.. 오랜만에 눈물을 흘려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새롭게 일깨워 주셔서....그리 길지 않은 인생길에 아버지께
왜그리 대들었던지..
향기님 앞으로 글 올리지 마십시요.. ㅎㅎ 글로서 사람 울리시니...
정말 오랜만에 좋은글 접했습니다.. 만사형통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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