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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직벽에서... 하늘엔 별이 초롱초롱하다. 연도 서북단 알마섬 직벽. 조금 물때, 파도는 없고 바람은 북서풍을 등지고 있어 거의 느끼지 못한다. 발 밑 수심은 18-20m 이상. 2호찌에 매달린 케미라이트가 꾸벅꾸벅 고개를 끄덕인다. 드문 드문 씨알 좋은 볼락이 왕방울 만한 눈을 부라리며 올라온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깊은 수심의 직벽 포인트는 호쾌하고 선이 굵다. 직벽 꼭대기에 쳐 둔 텐트 속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 고개를 돌려보았으나 캄캄한 어두움 뿐이다. 저 멀리 기름여 쪽에서 가끔씩 불빛이 반짝인다. 홀로 암흑의 갯바위에 서면 아주 작은 불빛 하나에도 마음이 쓰이고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쳐드는 아릿한 그리움이 있어 그만 훌쩍거리고 만다. 어젯밤, 섬진강 휴게소를 지나 혼자 달려오면서 Babara Hendrix의 그 애절한 목소리로 "오제의 죽음"을 들으며 나는 떠나간 한 친구의 모습을 깊은 그리움으로 회상하며 펑펑 울었다. 만취한 젊은 운전자에 의해 둘도 없이 소중한 친구를 저 먼 세상으로 보내고는 이놈의 세상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하도 허무하고 허무하여 필름이 끊기도록 퍼 마셨다. 도무지 몸과 마음을 추스릴 수가 없어 땅을 치며 꼬꾸라지기를 몇번이었던가! 벗을 떠나보내는 영구행렬이 시작되었을 때 난 그를 위하여 영구차에서 마지막 "Requiem"을 올렸다. "Requiem"... 아, 장송곡이 되어 친구가 가는 길에 내 손에 의해 플레이 버튼이 눌러졌다. 느닷없이 전화하여 "뭐 하노?" "별일 없나?" 하며 껄껄 웃던 해맑은 모습들. 새로 입주한 아파트의 거실벽을 2000여장의 LP와 CD로 채워놓고도 모자라 마누라 몰래 한장 두장 숨겨 들여놓던 그 친구의 작은 일상을 엿보던 기쁨도 이젠 없어졌다. 썪지 않는 물건을 함께 묻을 수 없다는 상주의 권고에 못이겨 친구가 좋아했던 탁구라켓과 운동화 그리고 친구가 좋아했던 Bach의 "무반주첼로"와 Pink Ployd를 몇장의 LP와 같이 태우면서 마치 우리의 우정이 불완전 연소되어 날리듯.... 그렇게 연기가 되어 산등성이로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는 얼마나 서러웠던지... 친구를 그렇게 보내곤 이렇게 바둥거리며 살 필요가 없단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차겁고 시린 언 땅에 친구를 묻고 돌아서며 미안해서! 너무 미안해서! 아, 봄이 오길 얼마나 기다렸던가? 매섭던 겨울이 가고 새 봄의 햇살이 눈부실 때 난 그를 잊기위해 몇달을 바다에서 살았다. 바람소리를 음악 삼아 이름 모를 갯벌레들의 인사와 아침 햇살 속 작은 바다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그렇게 치열하게 친구를 잃은 두려움과 고독을 이겨내고 있었다. 갯바위에 서기만 하면 "나는 무엇인가?" "사는게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가?" 회한에 몸부림치며 나의 곁에 없음에 깊은 그리움과 후회로 가슴을 칠 뿐이었다. 이토록 오랜 상심의 세월이 흐르고 있음에도 사그라 들 줄 모르는 그리움이여! 보고싶은 벗이여! 칠흑 같이 어두운 이곳 알마 직벽 어렴풋 시계를 들여다 보곤 갑자기 몸을 일으키니 모든 것이 새로워 진다. 이곳은 만조를 전후 하여 중치급이 한 두 마리 왔다가면 반드시 한번은 대물과 만나는 곳이다. 조금 물때의 야간에, 특히 만조 전후의 이곳은 채비나 기교 보다는 집중력이 우선이다. 이 바닥에 몇 없을 대물 감생이의 환영은... 나의 낚시 인생에 있어서 먼저 떠난 친구의 선한 미소와 더불어 변치않을 영원한 그리움이자 서럽디서러운 나만의 고통이다. 아, 그리고 나를 곧추세우는 가장 뜨거운 승부이기도 하리라! 내 마음의 영원한 벗 故 한창순을 추모하며... 알마 직벽에서...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떠난 친구를 떠올립니다. 비록 못난 모습이어도 제 순정을 담은 글이랍니다. 늘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