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사리열도 7
구룡
9
3,934
2014.02.27 15:31
飛龍天船(비룡천선)에서 대회시간 종료를 알리는 웅장한 북소리가 좌사리열도의 전역
을 뒤흔들었다. 飛龍天船(비룡천선)에는 해성조황을 위시하여 4대천왕이 초조한 눈빛
으로 앉아 있었고, 광랑연은 부하들을 시켜 각 포인트에 포진되어 있는 조사들을 승
선시키고 있었다.
구대문파의 조사들과 두 왜국의 조사, 그리고 구룡!
대나무 덮개가 굳게 닫힌 각 조사들의 살림망은 승선과 동시에 봉인되어 어느 누구
도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없었다. 다만, 중간 점점 때까지의 조과는 왜국의 겐쪼 사시
미와 첫째섬 떨어진 여에 내린 구대문파 중 海東派(해동파)의 장문인, 海魂(해혼)이
5짜에 가까운 놈들을 걸어놓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조과에 대해서는 그 누구
도 알 수 없는 상황인지라 계측결과는 그야말로 예측불허였다.
그러나 해성조황은 조사들이 승선할 때 광랑연의 부하들이 조과물을 들고 이동할 때
의 표정을 통해서 감성돔의 크기를 나름대로 계산하고 있었다. 최대어 한 마리를 제
외하고는 모두 놓아주는 것이 규칙이었기에 바구니 안에는 계측용 고기만 들어 있었
다. 따라서 바구니를 많이 들어본 광랑연의 부하들은 무게만으로도 충분히 그 크기
를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해성조황이 그들의 표정변화를 통해서 본 결과는 절망
적이었다. 나까무라 호사끼와 겐쪼 사시미의 바구니를 배에 올릴 때의 표정변화는 충
분히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심한 변화를 보였다. 하지만 구대문파 조사들
의 표정은 그리 희망적이지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제일 많은 기대를 걸었던 구룡은
아주 지친 모습으로 자신이 직접 고기바구니를 들고 승선하여 내던지듯 바구니를 배
바닥에 놓았기에 예측을 할 수가 없었다. 광랑연의 부하들이 바구니를 봉인하는 동안
에도 그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 멀어져 가는 좌사리열도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따
라서 광랑연의 부하들도 그의 조과에는 별 관심도 가지지 않았고, 그저 봉인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성조황은 감성추혼기의 국외유출에 대한 중압감에 못 이겨 깊은 신음을 토해내며
자신의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잠시 후, 광랑연의 굵고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지금부터 조림맹주님을 모시고 사대천왕들께서 직접 계측을 하도록 하겠습니
다."
주위는 순간 술렁거렸지만 곧 무거운 침묵이 선상을 지배하였다.
사대천왕들은 고기가 담겨져 있는 바구니를 놓여진 순서대로 하나씩 봉인을 해제시켜
나갔다. 그리고 신중하고도 엄숙하게 각각의 고기들을 계측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들
의 얼굴에는 어떠한 표정도 묻어있지 않았다. 계측이 끝날 때까지 흔들리는 비룡천선
에는 수많은 조사들과 사람들이 있었지만, 마치 유령선처럼 긴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
다.
나까무라 호사끼와 겐쪼 사시미는 강한 자신감과 함께 서로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잡은 고기에 대한 자신감은 충분하였지만, 이상하게
도 정체불명의 불안감이 심장 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을 숨길 수는 없었다. 특히 구
룡이라는 자가 비룡천선에 승선하면서부터...
마침내 사대천왕 중 제1대 천왕인 혜성의 목소리가 무서울 정도로 길고도 무거운 침
묵을 깨뜨렸다.
"존경하는 혜성조황님과 강호의 여러 조사 재현들을 모시고 제 3회 조림천황배 낚시
대회를 개최하였고, 지금 이 자리, 계측 시까지 불미스런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번 대회 우승자에게는 조림 천하 제1인자
임이 조림천하에 공포될 뿐 아니라, 그 징표로 감성추혼기가 주어집니다. 특히, 이
번 대회는 왜국의 대표조사 두 분이 참가하게 되어 명실상부한 천하 제1인자를 가리
는 대회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지켜보는 역사적인 자리
에 놓여 있습니다."
혜성은 잠시 뜸을 들이다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발표하겠습니다!"
"우승자는 조왕신기 구룡 70.2cm!,
2위 시마노연맹의 나까무라 호사끼 68.5cm!,
3위다이와 연맹의 겐쪼 사시미 65cm!"
발표가 나오자 선단은 거대한 환성과 함께 축포가 터지기 시작했다. 반쯤 체념했던
해성조황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하는 조사들과 함께 기쁨의 눈물을 보이며 구
룡이 있는 곳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리고는 그의 두 손을 꼭 잡았다. 하지만
끝내 말을 잇지는 못했다.
한편, 나까무라 호사끼와 겐쪼 사시미는 사색이 되어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
다. 다 잡은 우승을 앳된 조선의 무명조사에게 빼앗긴 것에 대한 분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본국에 돌아 가서의 일들이 어떠할 지가 너무나 자명하기에 두려움이 엄
습해왔던 것이다. 특히 다이와연맹의 겐쪼 사시미는 맹주에게 할복을 약속하고 왔었
기에 그 정도는 더욱 더 했다.
축제분위기에 가득찬 비룡천선이 육지에 다다르자 이미 소식을 전해들은 구대문파를
위시한 전국의 수많은 조사들이 선착장을 에워싸고 있었고, 조왕신기 구룡을 외치는
목소리가 이미 산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비룡천선이 사람들을 하나씩 토해낼 때마다 구룡을 연호하던 군중은 마지막
사람, 광랑연이 배에서 내리고 나서야 구룡과 두 명의 왜국조사가 배에서 사라진 것
을 알 수 있었다.(끝)
0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시면 "추천(좋아요)"을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