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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재연가(완결편)

곤장돔 1 2,656 2012.12.04 09:02
나는 마음을 다잡고 새우를 모두 갈아주고 다시 낚시에 집중하였다. 자정이 지날 무렵부터 입질이 붙기시작했다.



평균씨알이 8치에서 9치 정도로 그런대로 손맛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두어 시간 입질이 이어지더니 입질이 멈추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몸에 찬 기운이 스며들자 한기가 들었다. 차로 가서 조금 쉬었다 올까 망설이다 월척에 대한 욕심에 버티기로 했다. 깊은 산중에 혼자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것이 몸에 배인 탓인지 어둠에 대한 공포는 그리 느낄 수가 없었다.

잠시 그 아이를 떠올리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서 미소가 배시시 번졌다.

때묻지 않은 아이의 표정과 아이엄마의 얼굴이 교차되자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는 수많은 의문부호가 생기기 시작했다.

과연 그녀는 그 시간에 아이를 재우고 어딜 갔다오는 길일까?

그녀에게서 풍겨 오던 술 냄새와 짙은 화장품냄새...

술집에 나가는 것일까?

아이의 아빠는...?

그때 맨 좌측의 칸반대에서 어신이 왔다. 찌가 천천히 부드럽게 상승하고 있었다. 잠시 상승하던 찌가 멈칫하는 순간 챔질을 했다.



지금까지 잡았던 놈들보다는 제법 큰놈인가 보다.

잠시의 소란 뒤에 놈을 올리자 월척은 충분히 되고도 남을 듯 했다. 몇 일전 밑밥작업을 해놓은 보람이 있는가 보다. 근래 들어 최고의 조황이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이제 전을 걷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장 실천에 옮겨지지가 않았다.



아마도 한 마리만 더 하는 미련 때문이었으리라.

그때였다. 하얀색 옷차림의 한 아낙이 도로 쪽에 서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을 알아 볼 정도는 아니었지만, 직감적으로 아이의 엄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나가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다.



이 새벽에 저수지에 나왔다는 것은 나에게 볼 일이 있기 때문이리라...나는 엉거주춤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그녀는 내 쪽을 보고 손을 가볍게 들어 손짓을 하는 것이었다.

'무슨 일일까?'

나는 조금은 바쁜 걸음으로 도로가로 나갔다.

"저...아저씨, 어제 밤에는 정말 미안했어요...."

말을 먼저 건넨 건 그녀였다. 화장기 없는 그녀의 얼굴은 어제 밤의 그녀 와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순하게 뻗은 눈매와 잘 빠진 콧등,

다소곳한 입술모양새....

"뭘요?



제가 실례를..."

"우리 아이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제가 정말 큰 실수를 한 것 같네요.

죄송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따뜻함이 묻어 있었다.

"저..아직 식사 전이시죠? 집에 밥을 차려놓았는데 같이 가시죠?"

그녀의 말이 끝나자 나는 인사치레조차 하지 못하고 그녀를 따라 나서고 있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이는 아직 한참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간결하게 차려진 앉은뱅이 밥상이 정갈하게 놓여진 반찬과 함께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별다른 말없이 밥통에서 밥을 퍼고 있었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공기를 나의 앞에 놓으며 그녀는 먹으라는 손짓을 나에게 했다. 혼자 밥상을 받아먹기가 좀 멋쩍었지만 망설임 없이 나는 숟가락질을 했다.



밤참거리를 아이에게 주었던 터라, 사실 조금은 배가 고팠던 상태였다. 내가 밥을 먹는 동안, 그녀는 묵묵히 지켜보다가 국그릇에 뜨거운 국물을 국자로 더 담아주기도 하고, 밥도 한 그릇 더 퍼서 밥상에 올려주기도 하였다.



마치 아내가 남편의 출근을 위해 아침을 챙겨 주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그녀의 행동은 자연스러웠다. 이윽고, 그녀가 입을 떼고 말을 건넸다.

"찬이 입을 맞을런지 모르겠네요. 맛이 없더래도 많이 드세요."

"별말씀을...이렇게 신세를 져도 괜찮을지 모르겠심더. 정말 맛있게 먹었심더."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다시 입을 뗀 사람은 그녀였다.

"어제 아이에게 대강 이야기를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너무 무례했던 것 같더군요.



전후 사정도 알아보지 않고...."

"아닙니다. 저는 그냥 아이를 집까지 데려다 줄 생각으로 왔었는데, 어른이 없다는 사실에 그만 방에까지 들어가게 됐심더. 제가 좀 오버했던 것 같심더."

"낚시를 좋아하시는가 보죠?"

"예...조금..."

"좀 잡으셨어요? 우리 애기아빠가 예전에 그 못에서 고기를 많이 잡곤 했었는데...."

"그래요?"

나는 그녀가 그녀의 남편이야기를 꺼낼 때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지만, 별 다른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남편에 대한 질문을 조심스레 꺼냈다.

"아저씨는 어디 일 나가셨습니까? 아이가 그렇게 이야기하던데...."

"..........예..조금 멀리 가셨어요."

나는 그녀의 떨리는 듯한 목소리를 가까스로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는 걸까? '

그녀의 표정도 많이 어두워져 있어 더 이상 말을 건네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자를 집어들어 머리에 얹었다. 그리고는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들고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그때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실...애기아빠는 교도소에 있어요...."

나는 이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꺼내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억지로 끄집어 낸 듯한 죄책감이 엄습했다.

그녀의 표정에 묻어있는 꼽꼽한 습기는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금방 터질 듯 눈가에 부풀어져 있었다.

더 이상의 말을 그녀에게 건넨다는 것은 나 에게도 아주 곤혹스러운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아 나는 조용히 일어나 그녀 를 뒤로하고 방문을 나섰다.



그녀의 시선이 뒤통수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고 저수지로 와서 잠시 앉아 있었지만 찌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차에 실었다.





차가 마을 앞을 지날 때, 그녀의 집 대문 쪽으로 나도 모르게 시선이 쏠렸다.

그녀가 서 있었다.

이미 그녀와 나의 시선이 마주쳐 있었다. 나는 차를 도로한편에 세우고 잠시 기다렸다. 내가 왜 차를 세웠는지 나 자신도 알 수가 없었지만, 그냥 차를 세워야 할 것 같아서였다.



그녀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는 알 수 없는 미소, 아니 미소가 아닌 애틋함이 묻어있는 표정으로 나 에게로 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가벼운 목례를 하고, 오던 길을 돌아서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차마 그 뒤를 따라 갈 수 없었다.

그 이후, 나는 그 저수지로 낚시 가기가 부담스러웠던지 발길을 좀처럼 그 쪽으로 향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육동 토박이 동생에게서 들었던 그녀와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대충 이랬다.

그녀는 육동이 친정이며 작년 이맘때 대구에서 이사를 와서 그 마을에 살고 있으며. 그녀의 남편은 무슨 일인지 몰라도 살인을 하여 무기징역형을 받고 복역중이라고 했다.



마을에는 여러 가지 그녀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무성했다고 한다.



그녀가 바람을 피워 남편이 그 정부를 죽였다는니, 그녀의 아이가 다른 남자의 아이라서 그녀의 남편과는 전혀 닮지 않았다는 말들이 나돌기도 하고, 그래서 친정인 육동에 들어오지 못하고 다른 마을에서 산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낮에는 용성읍에 있는 다방에서 차 배달을 하고, 밤이면 노래방을 전전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내가 느낀 그녀에 대한 이미지와는 너무도 동 떨어져 있는 이야기여서 당혹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그 이야기들은 무시하고 내가 느낀 그대로의 모습을 내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기로 했다.

그 다음해 봄에 나는 비오재고개를 넘을 기회가 있어서 잠시 그녀의 집 앞을 지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그 집은 사람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폐가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지금도 비오재 고개를 넘을 때면 그녀의 눈물 머금은 눈과 해맑은 아이의 얼굴이 겹쳐져 가슴 한 구석이 저려오곤 한다.(끝)



곤장돔 낚시 이야기 중에서 낚시정통소설 가져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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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대구초짜배기 12-12-04 18:18 0  
잘 보고 갑니다..반전을 기대했는데....마무리가 조금 쌩앵~~~합니다...
ㅋㅋ...역시 먼가 기대하고 기다려느데..그러지 않으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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