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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산도에서 하룻밤을...

6 3,979 2005.07.20 16:14
쉰이 다 된 박가영감 오늘도 반술이 넘었다. 열 가구나 됨직한 조그만 어촌마을
아니 고향으로 오기전에는 부산에서 이름꾀나 알려진 일식집 주방장이었고 벌이
도 괜찮은 편이었다. 미용실 직원으로 일하던 인숙이를 마흔에 만나던 날. 소주
몇 잔에 실수한 것이 화근이 되어 영도다리 인근에 조그만 단칸방을 얻었을때만
해도 꿈속같은 시절이었다. 그런 박가에게 세상은 너무나 불공평했다. 늙으막에
오손도손 잘 살자던 다섯살 연하의 인숙이가 박가몰래 춤바람이 나더니결국은
박가가 평생모은 재산을 카바레 제비한테 바치고 둘이 야반도주 할 줄이야.

그날 이후로 박가는 하루라도 술을 뗀 날이 없었다. 빈손으로 고향 이곳 비산도
로 돌아오던 날 일흔이 넘으셨던 어머니는 몰래 눈시울을 적시면서도하나뿐인
아들과 같이 살게 됐다고 동네자랑을 일삼으셨다. 무려 석 달을 술로 지내고 나
서야 박가는 고향 비산도에서 그물질을 하게 되었다. 돈벌이가 예전 주방장만큼
되겠냐마는 화려한 도시와 사람이 싫어졌고 어머니 눈치밥이지만 나이도 반백이
니 공기좋은 고향에서 사는만큼 살기로 했다. 이젠 십년이나 지난 세월이었지만
소주 한 병이 아니고서는 잠을 이룰 수 없을만큼 알코올 중독기도 보이는 같다.

한산도를 마주보며 南西를 향한 비산도 마을에 어둠이 내려앉으니 방파제가로
등이 붉은 빛을 내뿜는다. 대문밖 가로등 밑에 씨강냉이 손질하는 어머니의손
길이 한 잔 제낀 박가의 눈에는 청승으로 보인다. "엄니! 내일해도 되잖우.야
밤에 뭐한다꼬 청승을 떨고 앉았슈!" 술 기운에 모처럼 고함을 지르고 어슬렁거
리는 강아지를 냅다 걷어차 버렸다. 지벅지벅 집을 나서는 어머니가 듣는둥마는
둥 하는 박가 등에대고 중얼거린다. "씨도둑은 못한다더니 성질머리 하곤죽은
지에비랑 똑같기는 쯧쯧." 쉰을 넘긴 아들도 어머니에겐 강가의 갓난아기로보
이는 탓일까. 방파제로 걸어가는 박가에게 어머니가 소리를 지른다. "물에 빠질
라 조심혀고 일찌기 들어와이~" 그래도 심술난 박가는 대꾸도 안했다.

"어디서 오셨시유?" "아~ 예, 마산에서 왔습니다." "고기 좀 잡았시유? 어디 좀
보자. 어라, 뽈래기를 잡았네." 우리의 첫인사는 그랬다.담배 한까치를입에
물어 불을 댕기고는 휘엉청 밝은 달을향해 허연 담배연기를 한숨쉬듯 내뿜는다.
"뭐 하는 사람이요?"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우고는 내옆에 앉으며 묻는말투
가 시비조다. "아~ 예, 은행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내가 객꾼이고 혼자 왔으니
수구리는 것이 상책이다 싶었다. 빙긋이 웃는 내가 맘에 들었든지 이전보다한
결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낚시 좋아하시는가 봐요?""녜,저는 마누라보다
이게 더 좋습니다."했더니 "어허! 이양반"하며 껄껄 웃어삿는다."우리마을 이
장이 낚시꾼 왔다가면 쓰레기 버리고 간다고 못오게 하는데,내 오늘은 특별히
봐주는 기요."하며 일어서더니 플라스틱 소주 댓병과 김치 한종지를 들고와서는
내게 술을 한 잔 권한다. 그리고는 십년이 지난 인숙이 얘기를 술을 치가며쉴
새없이 풀어나간다. "맘 놓고 얘기할만한 사람이 없었던 탓이었을까?, 들어줄만
한 사람이 없었던 탓이었을까?"서산으로 기우는 달빛이 비산도 바다를 지독히
도 밝게 비추던 그날 밤 박영감은 자신의 반백년 인생을 나에게 털어놓았다..

2005년 7월 19일 비산도 방파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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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자유인 05-07-20 19:08
소설같은 실화이며
실화를 소설같이 다듬어 주시는군요
까닭없이 마음이 허전해옴은...
저도 그 섬을 한 번 찿고싶습니다.
아기감시 05-07-21 10:03
듣는사람의 마음이 고와야 받아들이는것도 고와집니다...보통 저런 경우엔 시비가되어 다툼이 많은데...미녀사냥꾼님의 마음이 넉넉하여 받아들이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았나 봅니다...항상 좋은 마음 좋은 생각 많이 가지길 바랍니다...어복 충만하세요 ^^;;
6짜왕삼이 05-07-21 13:37
읽는 이에게 묘~한 느낌을 주는글이네요.
뭐랄까 한 섬마을에 당연히 있을법한 인물을
아름답게? 표현한......아! 몰라.. 하아튼 좋은글입니다
형님 같이한번가닊요 형수님 몰래 -황-
석금 05-07-21 15:29
미녀님~~더운 날씨에 영양보충은 하고다니신지 ㅎㅎㅎ.
그림이 그려지네요.
뽈라구웬수 05-07-21 19:38
어찌 !그리 글을 잘적는다껭.
칼있어 마 05-07-22 23:49
캬!
소설속의 이야기 같습니다.
님의 문장력도 소설 같구요.

어복충만 맨날행복하소서!
불법어로 바다황폐 뻥치기를 몰아내고
깨바즐낚 실천하는 인낚회원 좋아좋아 에나 좋아!
-국사모홍보대사 칼사마의 7월 인낚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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