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길 곡예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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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 길 곡예운전

10 3,207 2005.07.11 14:12
쪼르륵~~
금요일 오후 1시라는 사상 유례없는 남편의 느닷없는 퇴근에 긴장한 아내의 눈빛
을 애써 외면하고,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 한 잔 따랐다. "무슨 일 있었어요?"
"일은 무슨.""거 참, 바쁠때는 하루 느긋하게 쉬어보는게 그렇게 부러워 보이더
니, 아무 하릴없이 세월만 보낸다는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 자조섞인 내 말에
나의 흑심도 모르는 아내는 위로랍시고 또 한마디 건넨다. "맘 편히 먹어요. 살다
보면 오르막도 내리막도 있잖아요." 드디어 기회가 왔다. 동정하는 아내의 말문을
막아야 다음이 순조롭다. 그리고 예상이나 한 듯이 소리를 뻑 지른다. "누가 그걸
모르나? 알면서도 속으로 삭이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지..."

부어 놓은 술잔을 입에 탁 털어넣고는 긴 한 숨을 쉰다. "휴우~, 세상 참 더럽다
온통 비겁한 놈들 뿐이고." 이쯤하면 아내는 내 심경을 이해하는 듯 더 이상아무
말도 못한다. 그리곤 와이셔스를 툭 던지고는 반팔 티셔츠를 갈아입고 아내에게 신경질적인 어조로 쏘아 부친다. "요 앞에 바람 좀 쐬고 올께." 신경질적인 남편어투에 뭔가 석연찮은 듯 하지만 쉬이 말을 못 붙이고 조심스럽게 그리고 최대한온화하게 묻는다. "어~디 낚시 가시게요?" 마지막 고비다. 여자의 이 작전에말리면 30분 연극이 수포로 돌아간다. 더 큰 소리를 내지르며 "미쳤어?, 이 기분에 낚시가게! 그리고지금 누가 낚시간대? 바람 쐬러 요 앞 방파제에 간댔지." "아~ 알았어요. 소리는 왜 지르고 그래요. 사람 간떨어지게. 저녁은 어쩔실래요?" 아내와의 기싸움에서도 강약을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 최대한 자포자기한 표정과 음성으로 눈도 못 마추며 현관문을 나서며 한마디 했다. "밥 맛도 없다. 기다리지 말고 얘들하고 밥 먹어." 늘어진 어깨로 힘없이 나서는 남편뒤에서 목구멍까지치밀어 오르는 아내의 하고자 하는 말을 고개숙이며 걷는 남편은 안다. "여보. 미안해…"

"늘 그렇듯이 오늘도 아내는 나의 연극이 안스러워 속아준 것일까?, 아니면 너무
사실적이라 실제 속은건지도 몰라?" 사실 이번 주는 내 생각에도 좀 심하다쉽다.
한 달에 세 번 출조라면 몰라도 월, 수, 오늘 금요일까지 주 삼회 출조가 되어버린
게 아닌가! 미안한 마음에 하늘을 보니 하늘도 잔뜩 찌푸려 있다.낚시점에들러
미끼를 사서 트렁크에 싣고고성의 어느 한적한 방파제로 차를 몰았다.방파제에
도착하여 민장대를 꺼내 미끼를 달고 던지면서도"지금 이 순간 무엇이 나를 여기
에 있게 했는지 참 알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그만큼고기를 잡겠다는 마음도
낚시를 하고픈 마음도 줄어든 것이 아닐까? 하기야 주 삼회 출조면 지겨울때도 됐
다. 오늘은 괜히 왔다는 생각이 꿀떡처럼 드는 걸 보니 죄 받는 거야...

두칸 반 민장대 초리대를 끌어당기는 어신을 감지하고 툭 쳐서 들어올리니 복어
두 마리가 복복거리며 올라온다. 옆에서 지켜보시던 동네 할아버지 허허 웃으시며
"복어가 천지 삐까리다"하신다. 아마 할아버지도 시간 때우시러 심심풀이로 나서신듯. 흐르는 구름이 하늘을 덮는 가 싶더니 이내 잔잔한 고성바다에 접시만한 원을 수도없이 만든다. 얼른 장대를 걷어 차에 싣고 운전석에 올랐다. 그리고 오늘저녁 낚시 오신다는 두 분에게 전화를 걸어 비가 많이오니 오지 말라고 말을 했지만 막무가내다. "칼을 뽑았으면 썩은 무우라도 짤라야 된다나!"어둠이 세상을 반이나 덮은것처럼 느껴지는 저녁 8시가 다 된 시각에 두 분이 오셨다. 줄기차게 내리붓던 비가 두 분 도착과 함께 멈췄다.채비를 하다 문득 하기싫다는 생각이 들어 낚싯대대를집어넣고 두분옆에서 눈낚이나 할 요량이었다.

두어 번 캐스팅했나? 하늘에서 또다시 비가 퍼붓기 시작한다. 얼른 차에 타 조금
기다려보지만 비는 그칠줄을 모른다. 두 분도 도저히 낚시 불가능이라 생각했던지
철수 하잖다. 그런데 "두 분은 집에 무슨 거짓말을 하고 왔을까?" 하는 생각이 뇌
리를 스친다. 방법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낚시꾼들의 수법이란 비슷할거란 생각
에 이르자 피식 웃음이 나온다.돌아가는 길은 멀기는 하지만 도로사정이 양호한
쪽으로 선택하고 내가 길을 안내했다.

"으으윽" 빗길에 갑자기 뛰어난 그 놈 때문에 급히 핸들을 꺾어 사고는 면했다.
"하필 비오는 날 이길로 올게 뭐람.도로옆이 논이라지만 보행자의 안전을 생각해서 육교나 횡단보도라도 좀 그려놓치. 건교부는 다 뭐하는 놈들인지 몰라." 그런 불평을 혼자 주절주절하는 사이 또 한 놈이 차가 달려오는데도 팔짝팔짝 도로를 건넌다 "아니 그 자리에 멈춰서기라도 한다면 바퀴사이로 빠져나갈 수 있는데…. 달려오는 차를 보면서 무단횡단할게 뭐야! 뛰는 속도와 거리를 가늠하여 두 바퀴사이로 넣고 지나는데 뒤 타이어에서 들리는 소름끼치는 소리. "퍼억" 개구리 배터지는 소리..
그런 사고장면들이 상상이 되면서 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국가는 개구리들의 교
통사고 예방측면에서 도로 양옆으로 바리케이트를 설치하던지, 도로밑으로 수로를 개설하여 개구리 가정의 행복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허! 그 놈! 지나가라고 차를 멈춰 세웠건만 팔짝팔짝 뛰던 놈이 뭔 베짱으로 도로
한가운데서 꼼짝도 안하네. 뒤따라오던 차에서 왜 안가냐고 빵빵거리고 나서야 팔
짝팔짝 도로를 건넌다.이 빗길을 술취한 사람 팔자걸음 걷듯 곡예운전을 이십분
동안이나 하고 나서야 4차선 대로에 진입할 수 있었다. 무심히 다니는 도로이지만
일년에 도로에서 죽은 짐승(개, 고양이, 고라니, 오소리…)들이 얼마나 많은가?
누군가 나서서 지금부터라도 도로설계를 선진국형으로 해야할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꼬마들이 달려와 "아빠"라고 외쳐댄다. "밥 먹었
어?"묻는 내 말에 "녜"하고는 자기들 방으로 쏙쏙 들어가 버린다. "저녁은요?"라고
묻는 아내의 말에 채 대답도 하기 전에 식탁에 밥상을 차리기 시작한다. 손발을 씻
고 첫 숟가락을 입에 넣으니 아내가 조용히 속삭인다. "민성이한테는 비밀이에요.
아빠하고 베드민턴 칠거라고 졸라사서 아빠 오늘 회사 일때문에 늦는다고 말했거
든요. 낚시갔다고 얘기하지 말아요." 입에 넣어던 밥때문에 대꾸할 엄두도 못하는
데 아내의 마지막 한 마디가 눈물을 핑 돌게 한다. "낚시간다고 미리 말했으면 도
시락이라도 준비해 드렸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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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댓글
영아아빠 05-07-11 14:17
ㅎㅎ 그날씨에 또갔나보네요...
비가 그쳐야 우찌 날라보던지 할텐데..
건강 조심하시고..조만간 함 보입시더..
푸른바다11 05-07-11 14:48
미녀 사냥꾼님 글 잘 읽었습니다. 어찌 낚시꾼들은 거짓말 하는 수법이 다 비슷하네요 ㅋㅋㅋ 우리 착카게 살죠 ㅎㅎㅎㅎ 어복 충만 하소서 //
섭이 05-07-11 15:07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뽈라구웬수 05-07-11 16:36
참으로 맘음이좋은 천사같은 부인 입니다.
낚시가기 위해 쑈는 옛날 작전 이고요. 그리고 지금 사모님 말고
혹시 복이없어 다른분과 결혼하였서면 그작전에 ..........
그래도 어렵고 힘들때 가족이 최고죠?
지금 힘든때 부인님 마음도 님보다 더....
천사같은 부인님과 꼬마 천사님을 위해 미인사냥님 ! 파 ~ 이 ~ 팅 !
요즘에 낚시꾼 부인님들중 낚시 간다면 도시락 챙겨 주는 부인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보내 주는것도 백번 절하고 가야지....
더욱더 행복한 가정이 되셨요!
** 신랑들은 하루에 세번은 맞아야지 정신 차려! (나도포함.)
석금 05-07-11 16:36
한번즘 낚시꾼이라면 똑같은수법이 비슷한가봅니다.ㅎㅎㅎ
아스라이 사모님모습이날듯날듯하네요 ㅎㅎ.
미녀님~~~~착하게삽시다 !!! ㅋㅋㅋㅋ
오미오 05-07-12 03:58
ㅎㅎㅎ
거~~옛날에 다 써먹었던 수법이여~
나같이 포기하게 만들어.....ㅋㅋ
그대신....
노름..뺑뺑이??겻눈질??샥시집??
안한다는거......믿음을 줘야지..
요즘에는 같이가자고 그런다니까......ㅎㅎ
참볼락 05-07-12 07:31
옛날에 낚시가 좋아서인지,아님 미쳐서인지 온갖 수단,방법 다 동원
하여 쓰던 수법은 세월이 지나도 어찌 한결같이 나하고 똑같을까?
요즈음 집사람과 늘 함께 다니며,낚시의 즐거움을 같이 하고 있읍니다.
세월이 지나면 미녀사냥꾼님도 함께 하시리라 생각 해 봅니다.
웃어요 05-07-13 16:12
서두에 웃는다고 의자가 한바퀴 뱅글 돌았는데
말미에는 너무 웃어워 아이고 인자 그만 로그아웃 하자
너무 우스워 안되겠다 했는데 사모님의 마지막 말 한마디
아무리 목석 같은 사내라도 감동을 먹을수 밖에 없는
천상의 목소리 입니다 ㅎㅎㅎ 그랑께 미안치예
화목한 가정의 모습이 눈에 그려 집니다
그럼 안즐낚 하십시요
중촌 05-07-20 12:41
다시는 안간다 /가을에 간다/낚시를 못가니 일이안된다/몸이안좋다=집식구들에게 바람이나쐬러 바다가자/그리고 낚시를 합니다.
결국은 알면서도 따라나서는 식구들 = 무지 고맙죠 사랑하구요...
늘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 되세요...
칼있어 마 05-07-22 23:35
자연을 사랑하는 님의 아름다운 마음이 역력하군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근데 사모님 속이지 말고 반찬거리 잡아온다고 하고 마음의 부담 없이 다녀오시길...,

어복충만 맨날행복하소서!
불법어로 바다황폐 뻥치기를 몰아내고
깨바즐낚 실천하는 인낚회원 좋아좋아 에나 좋아!
-국사모홍보대사 칼사마의 7월 인낚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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