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기쁨, 바다낚시를 위하여
이른 새벽 3시30분경, 우리 일행 여섯 명만을 태우고 거제도, 홍도로 떠나는 배의 엔진 소리는 경쾌하기 그지없었다. 달리는 배 위에서 맞는 바람은 시원함 그 자체다. 반달보다 작은 달님은 환하게 밤바다를 비추고 그 빛을 받은 바다는 은물결로 반짝인다. 포인트까지 이동하는 동안 선상에서의 취침은 꿀맛이다. 이 휴면은 먼 서울에서 목적지까지 오는 동안 운전 해온 사람이 지친 몸을 추스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원활한 낚시활동을 위한 적극적인 휴식 활동이다. “끼룩 끼룩” 낯익은 무수한 괭이 갈매기들 소리, “아! 홍도다.”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은 달빛에 비추인 홍도는 엷은 안개가 끼어 시커먼 바위섬으로 우뚝 선 장관 그 자체다. 무수한 갈매기들은 달빛을 가르고 이 곳 저 곳을 비행한다. 이른 새벽에 거제에서 홍도로 출발 하였는데도 이미 몇 척의 배가 홍도에 진을 치고 있었다.
물때는 13물, 선상 낚시를 하기에는 그지없이 좋은 물때다. 서둘러 채비를 내린 G아우님이 먼저 참돔 한 수를 멋지게 낚아 낸다. 그는 이어서 고등어와 대형 전갱어까지 연타로 히트를 친다. 조짐이 참 좋다.
내 채비는 무모피 2.5호 대릴 기계 다이와 지깅 9000번 릴 원줄 6호, 목줄 4호 자체 개발한 구멍 찌와 막대찌를 겸비한 찌 5b 전유동찌에 목줄 4m, 12호 참돔 바늘 위 50cm 쯤 4b 좁쌀 봉돌 하나 끼우면서 생각한다. 원줄이 약 500미터 이상 기계에 감겨 있기에 미터 급이 아니라 톤급 부시리라도 한 번 해 볼만 하다고.
채비를 마치고 섬 끝 바리 서쪽으로 찌를 흘리니 약 30미터까지 흘러 가다가 찌가 급하게 “쏙” 하고 물밑으로 내려간다. 아래로 묵직하게 처박는 것이 감성돔의 입질과 비슷하다. 참돔이라고 예상을 하면서 대를 바짝 세우고 무식하게 뽑아 올리니 제법 저항을 한다. 40cm이상의 사이즈는 됨직한 느낌을 주는 묵직한 손맛이다.
허옇게 얼굴을 드러낸 놈 역시 예상대로 바다의 미녀 참돔이다, 목줄을 믿고 “들어뽕”( 씨알 잔 대상어를 낚을 때 뜰채를 대지 않고 낚싯대와 목줄의 힘만으로 갯바위에 올리는 것을 말함.)을 하려니 어허, 그 놈 제법 저항을 하면서 물밑으로 처박는다. D형이 곁에서 보고 있다 줄을 잡아 고기를 올려 준다. 선상 낚시를 하면서 뜰채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고기가 물었을 때 옆 사람이 줄을 잡아 고기를 끌어 올려주는 도우미가 필요하다, 이는 낚싯대 톱 가이드의 손상을 막을 수 있는 절대적인 방법이다. 낚싯대만 믿고 무식하게 무거운 고기를 끌어 올리다가 톱 가이드가 부러지는 낭패를 당한 조사님들을 많이 보았다. 호랑이가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는 옛말이 있듯이 안전하게 뭍이나 선상으로 고기가 올라 올 때 까지는 조심조심 정성을 다 기울여야 한다.
채비를 내리고 약 30m지점까지 흘려주면 연이어 또 입질, 씨알도 고만고만한 40급 참돔이다. 대박의 조짐이 보인다. 선장이 시키는 대로 채비를 거두고 부시리 포인트로 이동하려 하니 포인트 싸움이 치열하다. 독자적으로 앙카(닻)를 내리고 부시리 포인트를 개발하려는 순간 앙카의 줄이 “뚝” 끊어져 물에 빠지고 말았다. 선장은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면서 앙카를 찾으려고 해도 망망한 바다의 대해에 빠진 것을 찾을 길이 없다. 하는 수 없이 시간을 한참 보낸 후 부시리 포인트에 자리 잡고 있는 배들 중 한 배를 골라 우리 배를 묶어 낚시를 하려고 하니 포인트에 선착한 배들이 말린다. 어쩔 수 없이 대체 비상용 앙카를 이용하여 참돔 포인트로 이동하여 낚시를 하니 그 곳은 역시 참돔 포인트인지 참돔만 잡힌다.
아침 8시, 입질도 뚝 끊어지고 배도 고파 도시락을 꺼내고 잡은 고등어와 전갱어로 회를 친다. 고기 대가리 뚝 떼어 내어 바다로 던지니 괭이 갈매기들이 주위로 날아와 서로 먹으려고 난리다. 선상에서 잡은 고기로 회를 쳐서 술 한 잔을 걸치니 꿀맛이었지만 밤새워 달려 온 피로와 술기운이 겹쳐서인지 잠이 솔솔 왔다. 선실 안으로 하나 둘 옮겨 코를 드렁거리며 잠시 눈을 붙였다 싶었을까, 그때까지 잠도 안자고 혼자서 열심히 낚시하던 D형이 우리를 깨우며 다음을 기약하고 철수를 하잔다.
다들 아쉽지만 그래도 귀한 참돔의 손맛을 고르게 보았으니 미련 없이 철수하기로 하였다. 선장이 미안하였는지 멀리 제주도에서 자리돔을 잡으러 왔다는 배에 접근하여 자리돔을 한 망태 얻어서 준다.
자리돔은 제주도 사람들이 무척 좋아하는 생선이다. 이 자리돔으로 그들은 생선회는 물론 구이, 젓갈까지 아주 다양한 요리 방법을 개발하여 애용하고 있다. 제주도 사람들은 제주도의 자리돔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멀리 홍도, 여서도 등등 자리돔이 나오는 지역이라면 어디든 다 다니면서 자리돔을 잡고 있다. 문제는 자리돔은 먹이활동의 최 하층부에 있는 고기로서 참돔, 부시리(히라스), 방어 등의 먹이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자리돔 개체수가 줄어들면 자연적으로 우리가 잡으려는 부시리(히라스) 등의 고기들 개체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모임 운영위원인 K형의 주장이다.
일행은 귀한 참돔이라도 잡은 것에 만족하며 다음을 기약하였다. 거제도에 자리를 잡고 횟집을 운영하시는 K운영위원님 댁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우리들이 목표 대상어로 세우고 열심히 낚시를 하여도 잡지 못한 귀한 부시리를 즉석에서 배가 터지도록 제공 해 주신다. 각종 산해진미를 먹으며 일행들과 향후 계획을 의논한 결과 다들 바람이 터졌으니 출조는 포기하고 거제도 관광이나 하잔다. 그러나 D형만은 우리들의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 한다. 우리 일행들이 숙소에 가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도 낚시 가게에 남아 혹, 잠 때문에 출조를 하지 못할까봐 꼬박 밤을 세워 기다리다 결국 출조를 하였다. 역시 그는 철인이자 하고잽이었고 의지의 한국인이었다. 그러나 그도 부는 바람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다가 낚싯대 한번 제대로 세우지도 못하고 처참하게 꼬리를 내리고 아침 일찍 철수 하고야 말았다. “행님 우짭니까. 다음을 기약 하입시다.”
내가 바다낚시에 애정을 갖게 된 동기는 바다가 있는 조그마한 도시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장하여 자리 잡은 곳이 수도권이라 먼 남쪽바다에까지 가야만 어릴 때 잡았던 귀한 대상어종을 잡을 수 있다. 자연히 낚시 경비가 만만치 않게 들고 먼 길을 손수 운전을 하는 등의 수고를 감수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바다 갯바위 낚시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은 고기를 잡을 때의 짜릿한 희열과 광활 무변한 바다를 달리면서 잡다한 시름을 집어 던지고 자유인이 되는 기쁨 때문이리라. 또한 함께 낚시하면서 만나는 바다 낚시인들과 형제 이상의 우정을 쌓아가는 일도 빼 놓을 수 없는 소중한 일이다. 이번 거제 홍도 낚시 또한 사람들과의 협력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준 귀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