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걸어보고 싶은 봉굴레산의 오솔길입니다. 예전에는 비포장이었는데 지금은 포장되어 미끄럽진 않습니다만 더 작은 길이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습니다. 길가에 있던 산딸기와 나리꽃이 새삼 아름다워 걷는 내내 시간가는 줄 모르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길에도 아픈 사연을 안고 머나먼 타향에서 이 세상과 등진 젊디 젊은 뱃사람들의 넋도 베어 있을거고 혹은 육지에서 신부감이나 신랑감을 데리고 와 고향의 부모님 묘소를 찾아 인사드리려던 설레임도 간진하고 있을 듯 합니다. 그러나 제게는 설레임 보다는 편안함과 부드러운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생각나는 곳으로 계속 남아 있기를 빌어봅니다.
멀리 뿌옇게 예초리가 보입니다. 이곳에서 사진을 담을 때 일행이 씩 웃으며 날려준 어쩌면 하나도 웃기지 않아야 할 말 한마디에 숨이 막힐 정도로 웃다 겨우 떨리는 손 진정하고 찍은 재미있는 미소가 있는 곳 입니다. 지금은 그 감정이 많이 사라졌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조금은 아픈 추억이 있는 마을입니다. 상처를 내는게 익숙한 우리에게 상처를 받는다는 건 내성이 부족한 생명체에 바이러스가 들어와 모든 것을 마비시킬 정도의 아픔인 것 같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사소한 말로 행동으로 그리고 거짓과 위선으로 상처를 주고 살아왔는지 가늠도 안됩니다만 저기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들풀처럼, 또 다시 고개드는 저 풀잎을 닮고 싶어집니다 .
여기는 가기도 힘들고 가는 도중에도 계속 자동차 길이 있을까 걱정하며 지난 곳입니다. 예전에는 이 근처까지만 길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진이에서 빠져나온 길이 반대편 예초리까지 연결되어져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바다를 보면 너무 아름답지만 그 반대로 망자들의 많은 무덤이 가까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무런 비석하나 없는 작은 무덤들이 자리하고 있어 다른 곳에 있는 검은 묘비에 화려한 꽃들이 놓여진 묘지에 비하여 초라하지만 그런 삶도 더 값진 것 같아 자주 찾던 곳입니다. 우리는 늘 화려함만을 쫓으며 남을 의식하는 삶을 살아 왔는지 모릅니다. 보이는 작은 갈대가 작은 나무가 새삼 소중해 보이기만 합니다. 저녁에 혼자 이 산을 혼자 오르고 내리며 오싹한 기분에 "진짜 사나이"하고 기억도 안나는 군가들을 부르던 기억이 새로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