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사람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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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가끔 “나는 행복한가?”라고 스스로 반문해 보곤 한다. 물론 주관적인 사항이지만 지금의 내 생활에 만족을 하고 있으니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어찌 보면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삶이지만 나름대로 감사해야 할 일들도 많고 하고 싶은 일들도 많으니 분명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먼저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어서 행복하다. 지금도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지만 젊은 시절인 70년대에도 직장에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나는 젊은 시절에, 그것도 평소 소망해 왔던 직장에 들어와서 오십 중반이 넘도록 지금까지 무탈하게 다니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서 내가 정년이 가까워지자 이번에는 딸 미림이가 교원임용시험에 바로 합격하였다. 그래서 실업자가 넘치는 요즈음 우리 집에는 나와 집사람과 딸까지 직장에 나가는 사람이 세 사람이나 된다. 요즘에는 그야말로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정도다.
다음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비록 부모님은 돌아가셨지만 바로 곁에는 평생을 함께할 집사람이 있고 사랑하는 아들과 딸이 있다. 여기에 피를 나눈 형제들 모두가 가까운 곳에 살고 있으니 참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서 살다보니 내 주변에는 사촌들과 외삼촌과 이모님 등 가까운 친인척들이 많아서 좋다. 이 밖에 언제 보아도 마음이 통하는 어릴 적 동무들도 있고 동네 집안 아저씨와 형님들과 동생들과 선후배 지인들이 많아서 좋다. 마음 내키면 언제든지 형제들과 친척들 그리고 어릴 적 친구들을 모두 만나 볼 수 있으니 그저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그 다음은 좋아하는 취미가 있어 행복하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수 없다는 말이 있다. 살면서 무언가 자신을 몰입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다행히 나에게는 그런 신명나는 취미가 몇 가지가 있다. 젊은 시절에는 바둑과 동양화공부를 좋아했었다. 이후 나이가 들어서는 집사람과 함께 가까운 산으로 등산도 다니고 바다에 다니며 조개와 고등도 즐겨 잡았다. 지금은 아침 달리기에 푹 빠져 있는데 최근에는 낚시하는 재미에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있다. 주말마다 시간 나는 대로 낚시를 즐기고 있는데 낚시를 가는 날이면 어릴 적 소풍을 가는 그런 기분이랄까? 낚시를 가는 전날에는 소풍가는 아이들처럼 가슴이 설레어 잠도 오지 않는다. 이른 새벽 조용한 바다에 나가서 낚시를 하고 있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세상사 근심걱정 모두 잊고 느긋하게 앉아서 언제 올지 모를 입질을 기다리는 그 행복감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그리고 낚시를 다녀온 후에는 낚시앨범도 만들고 인터넷에 조행기를 올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쩌다 고기를 잡으면 가까운 친인척들에게 나누어주고 그리고 갓 잡은 싱싱한 자연산 회에 술 한 잔하면 이 세상 누구도 부럽지가 않다. 그야말로 삼정승이 부럽지 않다.
이밖에 소일거리가 몇 가지 더 있다. 요즘에는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 하다. 낚시 시즌이 끝나면 늦가을부터 봄까지 집에서 틈나는 대로 두런두런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있다. 젊었을 때는 주로 무협지나 소설 등을 읽었는데 나이가 들어서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수필과 산문 등을 즐겨 읽고 있다. 그리고 주말이면 집사람과 함께 가까운 곳에 있는 산을 오르는 것도 좋다. 주말이나 일요일 등 휴일 날이면 집사람과 운동 삼아 작은 배낭하나 둘러메고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이 몇 있다. 여기에 고향 앞 바다로 조개며 고동을 잡으러 갈수도 있고 자하도 잡으러 갈 수가 있다. 거실에다가 난도 키우고 싶고 서예도 한번 배워보고 싶다. 내가 욕심이 많은지 꿈이 많은지 아무튼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아서 목하 고민 중이다.
마지막으로 마음 내키면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어 행복하다.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을 살다보면 갑자기 삶이 고달퍼지거나 외로워질 때가 있다. 문득 삶이 힘들어 질 때 그리운 고향에 들르면 그동안 퍽퍽해진 마음을 달랠 수가 있어 좋다. 그래서 머지않아 정년을 하면 시골 고향에 내려가 농사를 지으면서 노후를 보낼까 생각 중이다. 고향에 있는 논을 메워서 집을 짓고, 집 옆에는 조그만 텃밭을 만들어 채소도 가꾸며 꽃과 나무도 심고, 밭 옆에는 아담한 정자를 짓고 정자 옆에는 작은 연못도 하나 만들어서 물고기를 키우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돌이켜보면 나는 지난 세월동안 큰 어려움 없이 평범하고 무난한 삶을 살아왔다. 어렵던 시절, 논밭하나 없는 가난한 농촌집안에 태어나서 그래도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제대 후에는 바로 직장에 취직을 하고 결혼하여 아들딸 낳고 그야말로 어려움 없이 편안한 삶을 살아왔다. 작지만 집도 하나 있고 자동차도 있고 논과 산도 있고 여기에 풍족하지는 않지만 내가 절약하면 노후까지 지낼 수 있는 약간의 돈도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