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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제비 개미라이또

6 3,525 2004.07.01 17:23
"서울내기들은 뭔가 다른게벼, 시상에 낚싯대도 싸릿대같은 걸로 휘파람을 불러대더니, 다싯물도 없이 맹물에다 오그라진 국시를 건져 묵네!"
다음 읍내 장날에는 저눔의 파마국수를 꼭 사 와야지 하며 만돌이 냄비에 걸친 초배기 국수에다 주전자 다싯물을 부었다.
방죽아래 호박구뎅이에 거름을 세 통이나 져나르고, 새참이 끝날 때가지도 빈 조래기라, 참 안됐다 싶어 청지랭이를 한 웅큼 집어다 주었더니 지렁이가 바늘을 타고 철봉을 했다.
"고급차를 타구설랑 공주까정 올라메 대관하셧겟시유. 맹년에는 공주군 유구면 물안주도 포장이 될난감? 선거 때만 되면 이눔저눔 이구동성인디...워쩍 허것시유. 속더라도 찍어야지유. 지 엄닌 말이유, 등때기에 손자가 울어사서 다섯 중 마지막 눔에겐 붓대롱을 못 눌렀다고 죙일 걱정을 하셨시유. 질이 나야 뻐스가 오쥬. 너무 해유, 지 엄닌 한 번도 표 안 찍은 적이 읎이유. 얼레! 지랭이가 바늘타고 서커스를 하네! 꽁지는 짤라야제, 그람, 그람. 슬슬 날도 저무니 인자 일나 봐야것네유. 재너머가 십 리 질인데...이 족제비 못은 지랭이가 낫더만유."
만돌이 막 일어서려는데 키작은 서울내기가 약봉지를 꺼냈다.
"객지에 오면 물이 안 맞지유. 그래도 이곳 물은 주안상 보약이라 동네 이름도 물안주지유. 엄청 우습쥬."
새참그릇 주섬주섬 챙겨 방죽의 지겟살에 보재기를 걸치던 만돌이 작별인사차 눈길을 보내다 휘둥거래졌다. 그새 북두칠성같은 새파란 불빛이 못물에 군데군데 떠있질 않는가! 흡사 족제비 눈깔같은 게 희한하게도 찌에 붙어 있더니, 그중 한 개가 쏵 쏫구치자 작은 서울내기가 채어내니, 여덟 치도 넘는 붕어가 대가리를 내밀었다.
'저게 약봉지가 아닌게비여! 얼씨구 또 쏫네! 고건 아홉 치가 넘는감?'
만돌이 붕어 씨알에 침을 삼키는 사이 큰 서울내기도 언제 약봉지를 헐었는지 금계산 밤족제비 눈깔을 어느새 띄워 놓았다.
만돌이 씨알재는 체하며 얼른 뜯긴 약봉지 하나 삼베봉창에 찔러 넣었다.
'고것 참...물건이제.'
그래도 백제가 도읍지로 삼은 이 땅의 공주군 유구면 물안주 출신 만돌이가 아닌가! 공산성 정기를 반 세기나 받아 마시고 수려한 금강에 땟물 씻기로 또 반 백 년인데, 더군다나 재너머 무녕왕이 떡 버티고 계신데 서울내기에 꿀려서야 말이 되남! 암, 그람! 아무렴!
은근이 한 술 놓았다.
"읍내 송가네 낚싯방도 올 봄부터 저 족제비 눈깔을 팔앗시유."
두 서울이 의아한 듯 쳐다보자 잰걸음의 만돌이 지게목발을 고쳐 잡았다.
'자전거로 한 시간이면 갔다 올쳐!'
마실로 내려 온 만돌이 헛간의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물안주 밤바람을 갈랐다.
금강다리를 건너 공산성을 가로질렀다. 바람 빵빵한 짐실이 자전거도 경쾌했다. 브레이크가 좀 문제가 있었는지, 앞 바퀴가 낚싯방 문지방을 넘었지만 퍼질고 앉아 바늘을 감던 송가 발등 앞에서 가까스로 멈추었다.
"바늘 사러 왔는감? 낮에 서울내기들이 몽땅 가져 가버렸네. 지둘러, 묶어 줌세."
"아녀, 송가야, 요 약봉지허구 꼭 같은 걸루 댓 개만 내놔."
"개미라이또 말인감? 지난 장날 새로 왔제, 인자 간데라불이 필요없자...꼭 같은 건 없고 닮은 건 있네 그랴."
"개미라이또라... 담 장날 줄쳐!"
"그람, 그람! 건디 가랭이 물이 덜 차남? 고긴 붕에탕이 딱 좋긴 허제!"
"시방 그걸 논할 시간이 읎어!"
'마도로스 박'을 세 번 찾고 '울고 넘는 박달재'를 세 번 넘으니 복실이가 마중을 나왔다.
'삼백 원 더 땡기다가 조놈이 살아 남았는디 담 장엔 양보해야것네. 두 칸대 땜시...'
복실이 에미 팔아 챙긴 세 칸대를 차고, 족제비못 방죽에 오르니 서울내기들이 그새 구면이라 아는 체를 했다. 서울내기들은 연신 올라오는 푸득거림에 혼이 나가 있었다.
만돌이 비장의 포인트인 홈통에다 대나무 받침대를 찌르고 대를 걸쳤다. 약봉지를 뜯었다.
'얼레? 요걸 어찌 붙들어 매남?'
난감했다. 끼울 구멍이 없으니... 생각다못한 만돌이 닦나무 껍질을 찢어 꺽꽂이 하듯 야물게 치맸다.
회심의 미소로 청지랭이 한 마리 꿰며 '박달재'를 넘었다.
'모랭이 쪽 저눔들이 또 푸더득거리네! 달구새끼 잡아 보니 두 마리 뿐이라더니 족제비못이 온통 들썩거리네 그랴!'
괜시리 심술 한 번 퉁기던 만돌이 드디어 자세잡고 휘둘렀다. 휘이익-멋지게 돌아간 글라스대를 받침대에 걸치고는 찌쪽으로 눈을 돌렸다. 곧 저눔이 눈을 뜰 것이라는 환한 기대로 줄기차게 꼰아 보았다. '박달재' 넘는 마도로스 박을 이 절까지 불러도 감긴 눈깔은 뜰 줄을 몰랐다.
'얼레? 내 족제비는 봉산감? 허기사 요게 신제품이라 불량도 있을 겨. 딴 걸 달아보면 불이 오것제.'
다시 닦나무 껍데기로 정성스레 기브스한 걸 날렸다. 마도로스 박이 박달재를 넘기를 무려 다섯 번.
공주군 유구면 물안주에선 만돌이가 그래도 지역유지로 통하는데 족제비못에서 서울내기에 남사를 당하다니!
"니미!"
다섯 모종 꺽꽂이를 끝내고선 모두 약봉지에 줏어 담았다.
"왕창 불량이네! 요러니 경제개발 오개 년 계획이 아즉도 멀었제..."
바짝 부아가 치민 만돌이, 한 개를 이빨로 물어 뜯어 봤다. 새파란 게 줄줄 흘러 나왔다. 새그럽고 신 맛이라 입을 훔쳐 뱉고서는,
"지이미, 눈깔이 터졌뿌렷네! 요렇게 약하게 맹글어 놓으니 경재개발이 늦어지제. 금강다리 도강하긴 열두 점이라, 어디 서울 껄 한 개 얻어 볼까남?"
모랭이 쪽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한꺼번에 걸었는지 온 못이 푸당당거렸다. 가까이 가서 헛기침을 해도 몰랐다. 두 마리를 챙긴 후에야 제법 한가해졌다.
그믐밤이라 한적한 족제비못에 노루울음이 언짢게 들리더니 요란하던 입질이 뚝 끊겼다. 모랭이 뒤 쪽에서 내려 온 족제비가 부시럭거리더니 노루와 눈싸움을 시작했다. 산마루를 휘돌던 바람 한줄기가 쏴하니 내리 쳤다. 비가 올 모양이었다.
갑자기 찾아온 캄캄한 적막속에서 나즈막히 낯 선 숨소리가 들렸다.
서울내기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 보았다.
"개미라이또 한 개 얻으러 왔시유. 퉤!"
만돌이 파란 불을 뱉어 날리며 불쑥 일어서자, 뒤돌아 보던 서울내기들이 사시나무가 되더니, 큰 내기는 비실비실 그자리에 털석 주저앉았고 작은 내기는 방죽으로 내달았다.
파란 불의 만돌이가 큰내기를 부축하려 다가섰다. 갑자기 큰내기가 박수무당 푸닥거리 하듯, 두 손을 싹싹 비벼댔다. 그러다 고개를 모로 눕히더니만 이내 잠잠해졌다.
"주기 싫음 그만이지 웬 발광들이여, 서울인심이 요렇게도 숭악현겨?"
만돌이 주섬주섬 채비를 거둬 방죽을 내려서며 잔뜩 뒤틀린 심사로 주절댔다.
"공주군 개미라이또만 불량이제, 지방개발이 안즉도 멀었지라..."
호박거름 구뎅이에 작은내기가 머리를 쳐박을 즈음, 주둥이에 불 켠 짐승을 첨 본 노루도, 족제비도 오늘 밤은 슬금슬금 피해 갔다.


***(2004.7.1/경주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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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뽈라구 04-07-01 18:07
요즘...몇날의 세상살이 갑갑증이 오늘 저녁은 월드님의 글로 인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미소를 보내며......글 고맙게.... 잘 접하고 갑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경주월드 04-07-01 23:34
케미라이트 보급이 시원치 않던 70년대 중후반, '개미라이또'는 실로 밤낚시의 혁명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천승세님의 호박초롱 답사'에서 썼둣이 제랍(삼나무대로 초가지붕 이엉밑에 보온 및 완충제로 사용)찌에 개똥벌레를 잘라 붙혔습니다. 우직한 만돌이를 내세워 제 처가동네를 배경으로 해봤습니다.
감칠맛 나게 서도 방언을 구사하셨던 천승세님이나 이문구님이 이 잡문을 보신다면 같잖아 하실 겁니다.
서도, 특히 충청 서부지역의 방언은 간결한 어휘에도 '한갓진'맛이 제대로 풍겨나지요. 타지역 사람들은 그 박자에 어색하지만 연속으로 읊어보면 설명 안 되는 방언의 '특이한 정감'에 푸근함을 만납니다.

세상살이 양념이 될 수 있다니, 오히려 제가 고맙고 신이 납니다.
창조 04-07-02 11:01
형님 안녕하시죠~~~~
재넘어 방죽(일제시대때 사금 채취로 생긴 저수지)에서 친구들이랑 간드레불 밝히며 낚시하던 시절이 갑자기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정말 예전에는 낚시만 들이워도 시원한 입질을 볼 수 있었는데.........
형님! 제가 태어나 자란곳이 여기 충청도인데 형님께서 쓰신 충청도 방언이 참 구수하다는 느낌을 받네요.
물론 지역마다 있는 방언 그자체가 정겨움을 느끼게 하지만.... 여기 쓰여진 방언들은 가끔 들었던 방언이라 그런지 더욱 살갑게 들려옵니다. 어쩌면 이자체 모두가 형님의 생활 일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한걸음 더 바짝 다가서 지는지도 모릅니다. 항상 좋은글 다시한번 감사드리고 장마철 건강에 유의 하시길 바랍니다.
경주월드 04-07-02 21:24
솔직히, 당시에는 사용방법을 모르고 얻어서 써 본 사람들은 만돌이처럼 헷갈렸지요.
사용설명이 없었습니다. 그림만 꺽어 놓은 게 설명을 대신했는데, 그걸 꺽지말라는 주의 표시인 줄 알았지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귀한 걸, 돈주고 산 걸 더군다나 꺽을 수는 없었지요.^^

사투리, 영 개갈 안 나구먼유.^^
먹등대 04-07-05 20:41
한번 일어버곤 참맛을 모르겍디만요 두어번 더 일거보니...

이제사 알것네요^^*

케미를 입으루 깨물다 터트려 그 쒜한 맛을 보게됏고 그 띱디리한 쉐한맛이 한참을 가는데 혼난적이 잇엇죠,,,

잘보고 또 새론 글 기달려 봅니다...
연육교이쁜감시 04-07-12 02:25
예전에 다쓴케미를 냉동실에 얼려서 줄보기용으로 쓰던게 생각납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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