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낚시꾼4
곤장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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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3 13:04
이 여자의 목소리는 아까 방에서 보았던 그 여자에 비하면 아주 상냥하
고 친절했다. 이목구비가 또렷한 서구형 미인이었다. 170cm정도의 키와
호리호리한 몸매에서 풍기는 그녀의 느낌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녀는
나의 그런 시선을 의식해선지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 저희 survival fishing 제국에서는 사장님이 가장 편히 낚시에 전념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소홀함 없이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사장님이 가
지고 오신 낚싯대는 사장님이 타실 전기차에 실려있으며 미끼는 언제든
저에게 말씀하시면 어떤 종류의 미끼라도 제공해 드립니다. 사장님은 내
일부터 3일에 한번은 반드시 시합에 참가하셔야 하며, 시합시간은 24시간
입니다. 그리고 시합이 없는 날은 사장님의 자유의사에 따라 생활하시면
됩니다. 다만, 주의하셔야 할 점은 아까 지배인께서 주의를 주셨겠지만,
개인간의 대화는 철저히 금지되오며, 숲의 가장자리에 있는 철조망 근처
는 절대 접근하시면 안됩니다."
나는 가만히 듣고 있다 그녀의 말을 끊고 질문을 던졌다.
"시합이라는 건 어떤 시합을 말하는거요? 낚시시합?"
"예, 맞습니다. 낚시시합입니다."
"그럼, 시합의 타이틀은 뭡니까? 시합을 하는 목적이 있을거 아닙니까?"
"그것은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다만 사장님은 세계그룹의 대표로 시합
에 참가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시합방식은 어떻게 ...."
"예, 낚시대는 들낚시만 사용하셔야 하며, 대의 수와 미끼는 제한이 없습
니다. 24시간동안 최대어 한 마리의 길이로 승부를 가리게 됩니다."
그녀의 최대어 한 마리라는 말에 그때 놓친 그 놈을 떠올리며 나의 마음
속에는 승부욕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나는 이동용 전기차를 타고 그녀의 안내를 받으며 몇군데의 저수지를 둘
러보기로 했다.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한눈에 봐도 그들
이 낚시꾼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노련하게 대를 다루었다.
표정을 봐서는 시합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낚
시를 해도 되냐고 묻자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잠시
기다리란 말과 함께 숙소건물 쪽으로 전기차를 몰고 가더니 잠시 후 돌아
와서는 나에게 떡밥을 한 봉지 건넸다. 내가 고맙다는 말과 함께 다른
볼 일을 보라고 하자, 그녀는 숙소 쪽으로 사라져갔다. 나는 그녀가 내려
다 준 낚시가방에서 두 칸대 두 대를 꺼내어 떡밥채비를 한 후, 대를 드
리웠다. 몇 번의 헛챔질을 한 후, 본격적으로 낚시에 돌입하자 예신과 함
께 점잖은 본신이 이어졌다. 챔질을 하자 제법 힘을 쓰는 놈이 올라왔
다. 8-9치는 족히 될 것 같다. 그 이후 해질 무렵까지 꾸준하게 비슷한
씨알의 붕어가 올라왔다. 땅거미가 지고 어두워지자 그녀가 언제 왔는지
뒤에서 약한 헛기침을 했다. 그녀는 도시락과 캐미라이트를 가지고 온 것
이었다. 나는 그녀의 배려가 너무 고마웠지만, 말을 건네지는 않았다. 그
녀는 조용히 미소 띈 얼굴로 잠시 뒤에서 나의 낚시모습을 바라보다 다
시 소리없이 건물로 돌아갔다. 나는 고기를 잡아도 가져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제법 많은 시간이 흐른 후였다. 나는 살림망에 든 고
기를 풀어주면서, 내 자신의 처지가 살림망에 든 붕어와 어쩐지 처지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는 대를 접고, 착찹한 심정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낯선 곳에서 밤을 맞이한다는 것
도 별로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방문을 열자 그녀가 얌전히 앉아 마치
나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나를 올려다봤다. 그녀의 옷차림은 유니폼이 아
니라 하얀 까운을 입고 있었다. 나는 뜻밖의 상황에 조금 당황했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그녀에 말을 건넬 수 있었다.
"미영씨, 이 시간에 여기서 뭐하시는겁니까? 오늘은 더 이상 나를 도울
일이 없는데...오늘...수고 많으셨습니다. 숙소로 가셔서 쉬셔야지요?"
"사장님....저의 숙소는 여기입니다. 저희는 손님을 맞으면 손님과 함께
생활하게 되어 있습니다. 사장님이 저를 여기서 내보내시면 저는 이곳에
서 더 이상 생활할 수가 없습니다. 사장님이 계시는 동안에는 저는 사장
님의 여자입니다...."
그녀의 눈에는 어느새 이슬이 맺혀 있었다. 그만큼 그녀에게는 절실하다
는 표현일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나의 허락을 기다렸다는 듯 나의 손을 잡고 화장실 쪽으로 이끌었
다.
"사장님, 샤워 하셔야죠? 더운물을 받아 놓겠습니다. 5분 후에 들어오세
요. "
5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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