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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사리열도 2

구룡 0 917 2014.02.27 15:27
칠흑같은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동쪽 수평선 끄트머리를 누르며

올라오는 검붉은 태양이 어지러이 널려있는 먹구름에 가려 빛을 잃고 힘

겹게 희미한 빛을 발했지만, 그래도 새벽은 성큼성큼 달려오고 있었다.

오늘 單板勝負(단판승부)에 釣林盟(조림맹)의 命運이 달려있다는 강박감

은 조림맹 전용선을 타고 있는 해성조황을 비롯한 사대천왕들의 얼굴에

강하게 묻어나고 있었다. 사실 구대문파 대표조사들의 역량은 시마노, 다

이와연맹의 조력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근래들어 왜국에서 새로

이 개발된 圓玉單(원옥단)조법의 위력도 조림맹의 몇몇 고수들은 경험해

보았었기에 그 위기감은 더욱 더 加重되었다. 원옥단조법은 옥처럼 매끄

러운 칠을 한 둥근 나무조각의 중앙에 구멍을 내어 그 사이로 줄을 통과

시켜 고기의 입질을 유도해내는 기법으로서 왜국의 내노라 하는 명인들

의 끊임없는 연구과 노력의 산물이었다. 이 기법은 미끼의 자연스런 演出

(연출)과 밑밥과의 同調(동조)를 重視(중시)하는 전투적인 낚시방법으로

기존의 수수깡찌나 갈대찌와 같은 막대찌의 기능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

다. 특히 시마노연맹의 나까무라 호사끼라는 존재는 해성조황의 가장 큰

難題(난제)였다.

나까무라 호사끼는 원옥단 조법의 정통 傳受人(전수인)으로서 그 기교

가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을 듣고 있는 명인 중의 명인으로 공

인 받고 있으며, 명실상부한 왜국 조림의 제 1인자이다. 그는 왜국 최고

의 권위를 자랑하는 천황배 대회를 3연패한 유일한 조사이며, 천황으로부

터 釣神이란 별호를 하사 받은 최초의 조사였다. 그리고 그가 창안한 새

로운 조법은 곧 왜국의 정통조법으로 공인될 정도로 왜국민들에게 그는

現存(현존)하는 최고의 傳說(전설)로 推仰(추앙)받고 있었다. 그의 원옥

단 조법은 이미 12성에 달했으며, 그의 내공 역시 3갑자를 넘었다는 것

이 정설이다. 참고로 조림에서 1甲子의 內攻(내공)이란 육자감성돔 100마

리 이상과 겨뤄 이겨야만 생성되는 절대경지의 수준을 말한다.

해성조황이 구대문파의 대표들이 下船(하선)한 포인트를 둘러보며 긴 탄

식의 한숨을 내쉬자 사대천왕 중 제일 맏형인 제 1천왕 혜성은 무거운 語

調(어조)로 말을 건넸다.


"맹주! 자리배정은 그런대로 잘 된 것 같습니다. 왜국의 조사들이 내린

포인트는 지금까지 한번도 우승자가 나온 적이 없는 곳입니다. 그리고 물

밑 지형이 비교적 밋밋하여 대형급들이 놀기에는 적합치가 않은 곳입니

다. 큰 걱정은 안하셔도 좋을 듯 하옵니다."


혜성은 해성조황의 불안한 심기를 달래고자 낚시자리에 대한 설명을 끄집

어냈다. 그러나 해성조황은 미간을 찌푸리며 길게 늘어뜨린 턱수염을 신

경질적으로 왼쪽 어깨쪽으로 재끼며 입을 열었다.


"혜성! 자네는 저 자리에서 네 조법을 펼쳐본 적이 있더냐?"


혜성은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예...몇 해전인가 내려본 적이 있사옵니다. 그때 제가 느끼기에는 그리

좋은 조건의 자리는 아닌 것으로 생각되었사옵니다. 그때도 중치급으로

몇 수 한 기억이 있사옵니다."

"그때 자네가 노린 곳은 아마 전방에 숨겨져 있는 수중여를 중심으로 조

법을 펼쳤겠지? 내 말이 틀렸나?"

"맞사옵니다. 어찌 그런 사실들을...?"

"이보게, 저 자리는 수중여 주변을 노려서는 대물과 만나기는 어려워. 주

변 수심이 너무 얕고 조류의 모양새가 너무 밋밋해서 대형급들이 놀기에

는 뭔가 부족하지. 낚시자리의 우측에 깎여져 있는 직벽을 노려보진 못했

겠지? 그곳이 대형감성돔을 걸 수 있는 유일한 곳이야. 물밑에 큰 구멍들

이 형성되어 수심이 일정치 않아 힘이 들지만, 직벽을 철저히 공략하면,

특히 날물이 시작될 즈음에는...반드시 대물이..."


해성조황의 입에는 신음에 가까운 소리만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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