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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 나들이

9 1,651 2004.08.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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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 나들이


그저께가 증조모님 기일이라 요 며칠 많이 바빴습니다.
사실 청학동 나들이도 증조모님 기일을 앞두고 여서 마음이 영 편하질 않았지요.
처음 청학동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홀가분하게 다녀오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요,
막상 그날이 가까워오자 평소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할 때 가지는 그런 설레는
마음과는 달리 말 할 수 없이 부담스럽고 찜찜한 마음 때문에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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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다 잊어버리고 기분 좋게 다녀오자고 했지만 남자들은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여자들 심정을 모를 겁니다.
혼자서 장을 봐야하고, 혼자서 음식 준비를 해야 하는 여인네의 심정을
그저 다 차린 제사상 앞에서 절 몇 번 하면 그만인 남정네가 어찌 알겠어요.
이동네로 이사 오면서 물론 집도 시원해서였지만 매년 휴가 기간중에 들어
있는 제사 때문에 휴가다운 휴가 한 번 다녀오지 못했습니다.


보통 아이들이 크면서 온가족이 다 함께하는 여행이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마침 큰 아이의 보충수업도 끝나는 날이겠다, 미리 제수용품 몇 가지를 준비해
놨는데도 어디 대한민국의 며느리 노릇하기가 그리 쉬운 일이던가요.
그런 저런 가볍지만은 않은 마음을 뒤로 한 채 오전수업 마치고 온 아이와
네 식구 기분 좋게 룰루랄라 청학동으로 출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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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푸른 학이 서식하고 있어 청학동이라 불리었다는 그 곳,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여섯 시간을 넘게 달려 어둑해서야 도착한 지리산 자락 청학동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요.
반가운 해후를 하고 곧 어느 자리든 빠질 수 없는 술자리가 이어졌는데요,
화기애애하게 술잔을 나누는 모습들이 어찌나 밝고, 편안해 보이던지요.
약간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비슷한 시대에 태어나 낚시라는 취미 하나로 만난
사람들이니 더 말할 것 없지 않겠습니까.


집 옥상에다 금방 얼렁뚱땅 집 한 채를 짓고, 그 속에 누웠더니 글쎄, 낮 동안
뜨겁게 달궈진 뜨끈뜨끈한 열기에 쉬 잠이 올 것 같지 않았지요.
쉼 없이 목이 터져라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와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흐린 하늘
사이로 보이는 많지 않은 별을 보면서 금방 잠이 들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내
어린 날에 보았던 별이 쏟아질 것 만 같던 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자리와
내 어린 유년시절을 이야기해 주고 싶었는데 날씨가 도와주질 않던걸요.
아니 그나마 비가 내리지 않아 참으로 다행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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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어떤 사람이 산에서 나무를 하는데 사슴 한 마리가 보이더래요.
나무꾼이 사슴을 잡으려고 사슴의 뒤를 좇다가 그만 어떤 굴속으로 들어갔는데
그 곳은 캄캄한 굴이 아니라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지요.
나무꾼이 그 곳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옛날에 세상의 난을 피해 그곳에 들어와
살게 되었는데 그때까지 죽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대답하더라나요.
나무꾼이 푸짐하게 대접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는데요, 다시 그 곳을 찾으려
했지만 다시는 찾을 수 없었다는 설화가 있는 곳입니다.


작은 물고기의 움직임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던 비취색을 띈 계곡물과 신록 우거진
산자락이 전날 내린 비로 한껏 더 차분해보이고 온통 초록의 눈부심 그 자쳅니다.
전날 어둑해져서 도착한 그 밤부터 잠잘 때와 먹을 때만 빼고 물속에서 나오지
않은 작은 아이와 다른 가족들과 함께 온 아이들은 물놀이에 지칠 줄 모르고,
옆에서 보기에도 그만이던 견지낚시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플라이
낚시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 보이던걸요.
미끼의 거부감만 아니라면 배워 보고 싶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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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서둘러서 철수를 했습니다.
전날 여섯 시간을 넘게 길에 시달린 탓에 일찍 서둘렀더니 돌아 올 땐 거의
절반 밖에 걸리지 않았지요.
몇 해 전 어느 늦겨울, 산 위에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던 날, 지리산 삼신봉에
올랐던 적이 있었지요. 청학동을 시작으로 쌍계사로 하산하는 산행이었습니다.
그때 올랐던 그 삼신봉을 바로 눈앞에 두고도 산을 오르지 못해 너무 아쉬웠지만
그런데로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산이야 다음에 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요.


아, 초록 들판을 화사하게 물들이던 하양, 분홍, 보라빛의 백일홍 꽃길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백일홍이 화사하게 피어 있던 그 꽃길을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 드라이브하면 아주 그만일텐데...
즐거운 하루님 덕분에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팀원 여러분 만나서 반가웠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2004.8.22... 권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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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즐거운하루 04-08-22 21:21
좋은 음악 잘듣고 갑니다 ^^
매듭없는 매끄러게 써내려간 글속에
모든 사람들이 가보지 않고도 가본곳처럼 느끼게 느껴 질것 같습니다

미흡한곳에서 즐거운 추억 남기시고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다니
정말 마음 뿌듯 합니다

미흡한곳이지만 즐거움이 함게 할수 있다면 저로썬 아주 행복합니다
남편 울바 칭구랑 산만한 아이둘 둘이랑 오손 도손 정답고 포근한 가정이
되소서

깨가 쏟아져 나오는 그런 가정 되세요 적어도 깨랑 참기름은 집에서 짜서 드세요 하하
좋은 시간 되세요

향기 04-08-22 22:23
이 모든게 다 즐거운 하루님이 초대를 해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다음부터 혼자서만 다니시지 마시고 가족들과 함께
하시고 편안한 밤 보내세요
釜山감시 04-08-23 12:29
캬!~~~정말 대단한 문장실력입니다...
프로는 아니지만 심사를 해 본다면 ...으~음.....
보는 이로 하여금 청학동 비취계곡에 들어와 있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들면서.....주변 정경과 함께 살아온 인생사와
앞으로 걸어가야할 한국여인의 길이 그대로 숨어있으며,

아이들과 어우러진 가정행복 또한 삶에 지쳐있는 우리네
남정네들에게 다시한번 가족의 소중함을 일게어주고 있으며

마무리의 별장주인에 대한 고마움까지.....정말 대단한 어필
이었습니다....하여....전 이 글을 낚시잡지에 화보와 함께
송부하여 세계동포와 전 국민이 느낄수 있도록 하였으면 하는데...
향기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ㅎㅎ...
부군에게 허락을 받아야 됩니까?....ㅎㅎ...

정말 잘 읽었고요....그날 부군와 함께 즐거운 시간되어 참으로
좋은 추억이 되었답니다......
끝으로 가족 모두의 건강을 기원드립니다.....
바다에흐르는달 04-08-23 12:41
이제사 들려 봅니다...
귀경길이 조금이나마 오실떼처럼 불편치 않아
다행 스럽게 생각이 드네요...
참...
올겨울에는 제가 무주 스키장에서 team if 스키학교를 2박3일 일정으로
계획하고 있어요...
물론 아이들 방학중에 열계획이니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스키도 타고 눈싸움도 한바탕..또한 설화도 찍을수있구..
참고로...
물론 스키강사는 저하고 저희 공주님이 할것입니다..
향기 04-08-23 12:43
ㅎㅎㅎㅎ
부산감시님 왜 그러십니까
그날 즐거웠던 그날 오래도록 잊지 못할겁니다
낚시보다도 사람이 좋아 거기 간 사람인데
역시나 이번에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이라
더 즐겁고 소중한 날이 되었지요.
모두 즐거워 하시는 모습을 보는 저 역시 행복했습니다.
향기 04-08-23 12:45
바다에흐르는달님
벌써 기대가 되는데요
.
.
.
.
근데 겨울은 아직 멀었잖아요 ^^
釜山감시 04-08-23 13:01
바흐야!~~정말 좋은생각이네.....팀이프 스키학교...
야!~~좋다...건데 노래를 못하면 음치, 춤을 잘 목추면 춤치.
그럼 스키를 잘 못타면 스치냐?....ㅎㅎ..난...스치여....ㅋㅋ

향기님, 정말 좋은글 잘 읽었어요 .........
더불어정 04-08-31 17:20
향기님!
아름다운 글남큼이나 아름다운
여행으로 여름 한 때를 보내셨군요.

에세이를 어떻게 쓰는 것인지를 좀
배워 볼려고 에세이 코너를 들렸다
향기님의 글을 대하곤 무척 반가웠습니다.

마치 바다 낚시꾼들을 모두 계곡으로
붏러 모아 견지낚시를 가르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흐르는 강물 처럼>의 영화 속에
빠져들어 보게도 하고요.

향기님!
어디있어도
아름다운 향기로 많은 사람들을
낚으시는 낚시법,배우고 싶습니다.
테무진 04-09-01 00:27
조용한이시각 잔잔한음악...
배경도 좋구..흠 .감상이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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