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손맛과 꼬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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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손맛과 꼬맹이

6 2,746 2003.12.31 12:32

"너, 이기 뭐하는 짓이고?" 아침부터 형님의 고함소리가 조용한 어촌마을에 울려 퍼졌
다.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한테 낚시줄을 묶어서 끌어 당기면
강아지 다리가 성하겠나?" 그래도 조금전보단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다. 뒷 머리를 끄
적거리며 "미안해요, 장난 함 쳐 봐시유" 킥킥거리며 대답했다. "다 큰 어른이 장난칠
걸 장난쳐야지"하며 바닷가에 있는 공장으로 내려가신다.

형님집에서 아침을 먹고 마당으로 나와보니 전에 못보던 조그만 강아지가 돌아다니
길래 얼른 차에 가 연질 1호대를 가져와서는 원줄을 강아지 뒷다리에 몇 번 감아 묶고
생선 대가리를 멀찌감찌 던져주니 멋 모르는 강아지가 그걸 먹으려고 달려가고, 난 낚
시대로 그 강아지를 당기며 한참 손맛을 보다 형님한테 한소리 듣고 말았다. 좀체 동
생한테 화를 내지 않던 형이 고함을 지르는 걸 보니 톡톡히 화가 나신 모양이다.

아침 해가 떠오르고 따사한 햇볕이 아랫채를 비출때쯤 여섯 살짜리 둘째녀석이 내곁
에 오며 "아빠, 낚시하러 가요"한다. 그래서 살짝 귓속말로 "엄마한테 가서 얘기해봐"
했다. 그 녀석은 시킨대로 엄마한테 쪼르륵 달려가더니 "엄마,아빠랑 낚시가면 안돼?"
하고 말한다. 아랫채 마루에서 따스한 햇볕을 쬐고 있던 마누라가 구미호같은 눈으로
나를째리보며 아들한테 화풀이를 했다. "그 눔의 낚시대를 확 뿐질러 버렸으면 원이
없겠다" 그쯤되면 궁색한 나의 답변이 있어야 한다. "내가 가고 싶은 것이 아니고 애
가 가고 싶대잖아! 왜 화살을 내게 돌리고 그래. 그리고 자식한테 이기는 부모가 어딧
어?"했더니 마누라는 순간 대꾸할 말을 잊은 모양인지 눈만 흘기며 쳐다만 보고 있다.

'부스럼 긁어 좋을 일 없다"고 얼른 튀어나온 마누라 입에 처방전을 쓰야 했다. "모
처럼 형님집에 왔응께 형수님과 커피 한 잔 하며 좀 쉬어.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내가
애들하고 좀 놀아줄께"하며 은근히 위하는 척한 말로 다둑거림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멀리 안가고 요 밑에 방파제에 가서 바람이나 쐬고 올께. 응?" 말이 없는 것을 보니
긍정인가 보다. 여섯살짜리한테 만원짜리 낚시대 하나 사서 노래미 손맛 한 번 뵈 주
었더니만 이 녀석이 바다만 보이면 낚시가자 졸라대니 나의 작전은 백 이십프로 맞아
떨어진 셈이다. "안돼"라는 마누라의 부정어가 나오기 전에얼른 애 옷을 주섬주섬
입혀 한 손을 잡고 한달음에 방파제로 내려 갔다.

겨울낚시는 수심 10m이상 되고 수온이 안정된 곳에서 조과가 있다고들 하지만, 내
처지에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크릴 한 통에 낚시대 하나씩 잡고 방파제 나란
히 앉아있는 부자(父子). 그 그림같은 순간만이라도 이미 손맛을 넘어 자연과 하나된
듯한 포근한 기분이 들곤 한다. 나를 쏙 닮은 녀석이 조그만 낚시대를 잡고 앉아있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게 아니다란 생각도 든다.한참 옆모습을 바라
보고 있노라니 꼬맹이 녀석이 한 마디 한다. "아빠, 고기가 왜 안물어요?" "글쎄다,
조금 있으면 고기가 물거야" "아빠, 한 번 올려 볼까요? 혹시 새우가 없는 것 아니예
요?" "아냐, 조금 더 기다려 봐. 낚시란 느긋하게 기다림의 취미란다" "아빠, 취미가
뭐예요?" "으응, 시도때도없이 좋아하는 것을 취미라고 하는거야. 그리고 낚시할땐 조
용히 해야 고기가 무니까 이제 제발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마라. 알았지." "녜"겨우
그 녀석 입을 봉해놓고 생각해보니 " 사람 맘이 얼마나 간사한지 채 한 시간이 가기도
전에 귀엽던 녀석이 귀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빠,새우 다시 끼여주셔요." "그래
알았다" "오늘은 완존히 아들 놈 시다바리네."

"아빠, 고기 물었어요?""아직 아냐.""그럼 물랑말랑 해요?""뭐어, 물랑말랑?"
"하하하~" 물랑말랑? 참 재밋는 표현이다. 국어사전에도 없을듯한 단어를 저 녀석이
구사하다니 신통하기 그지없다. 고희를 넘어선 어머님도 어릴 적 저런 모습을 보면서
나를 키웠을까? 4남2녀중에 유독 저만 데리고 다니시던 아버님. 10리나 되는 먼길을
걸어가 땔감을 하고 다시 지게를 지고 10리를 걸어와도 늘 말씀이 없었셨던 아버님.
고단하고 힘든 삶 속에서도 나를 바라보시던 그 눈빛은 그윽하기 그지 없었다. 다만지
지금처럼 사랑표현이 서툴렀을뿐. 이런 진리를 깨닫기에는 40년의 세월이 필요했듯이
저 녀석도 다시 40년의 세월쯤 흘러야 부모들의 마음을 조금 알겠지.

문득 풍수지탄(風水地嘆)이란 고사가 생각난다.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아니하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가 기다리지 않는다(樹欲靜而風不
止, 子欲養而親不待)"란 옛말을 떠올리며 새해 갑신년엔 홀로계신 어머님을 살아생
전 한번이라도 더 찾아뵈어야겠다.어느새 고사리손과 코끝이 빨갛게 물들어 제법
추울법도 하건만 말없이 묵묵히 앉아있는 미련 곰탱이같은 저 녀석. 하는 짓거리마
저 우째 그리 똑같노! "가자,민성아!따뜻한 봄이 오면 노래미 도다리 잡으러 또오
자." 가는 길에 잠시들러 어머님 손이라도 한번 잡고 가야겠다…..

얼굴은 몰라도 늘 함께하는 인낚회원님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새해에는 여기서 잠시 쉬어가는 인낚회원님들 모두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두손모아
빌어봅니다.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2003년 12월 31일미녀사냥꾼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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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진돗개사랑 04-01-01 17:29
사냥꾼님의 조행기를 읽으며 만감이 교차하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얼마전 아들녀석과 함께한 낚시가 새삼 그리워지군요
부모님의 사랑은 끝이 없나봅니다
따스한 봄이오면 아드님과 뽈래이 많이 낚으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더불어정 04-01-01 21:44
미녀사냥꾼님!
새해부터 부자지간의 정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글을
대하니 부끄러워 집니다.

무척 부럽기도 하구요.
저에게 아버지는
'호랑이'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까지
'원산폭격' 기압은 물론
해병대 기압이란 기압은
다 받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해병대에
입대해서도 기압받는
것에 대해 힘들다는 생각 없이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주는
기압에서 아버지의 정을
느낄 수 없었음은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내재돼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님의 글은 나에게
부모의 정을 다시 한번
되뇌이게 해 주었습니다.

새해에도 행복하세요!





미녀사냥꾼 04-01-02 09:15
진돗개 사랑님!
새해 갑신년엔 건강하시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십시요....
미녀사냥꾼 04-01-02 09:35
더불어 情님!
새해가 밝고 또 하루가 훌쩍 지나 갔습니다.
지난 일년은 뽈사모란 인터넷 모임에서 좋은분들 만나 즐겁게 보낸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언제부턴가 낚시 그 자체보다 자연과의 대화, 동료 낚시인들과의
재미난 일들을 글로 쓰기 시작하였고, 이젠 그 글들이 모아져 반권의 책이 될 듯
합니다. 그래서 대물욕심보단 낚시터에서 사색을 즐기고, 낚시여행중에
낚시인들의 삶을 보면서 글감을 찾는것이 더 재미가 되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시는 또랑낚시님은 저보고 어릴적 무척 개구장이로
자랐을것 같다고 하시네요. 맞는 말씀입니다.
개인적으로 새해엔 전라권으로 낚시여행을 다녀보고 싶습니다.
가거도, 거문도, 태도, 맹골도, 병풍도, 여서도, 만재도 등 아직
때묻지 않은 자연과 사람들을 만나 그 속에서 몇일 보내고 싶습니다.
제겐 낚시를 오가다 밀리는 고속도로마저 그 의미를 부여하고 싶고
길가에 피는 들꽃 하나에도 마음 아파 합니다. 왜냐구요? 나날이
현대화, 정보화 되어가는 사회속에서 이젠 시골에도 흙을 보기가
싶지않고, 시멘트 도로가에 핀 들꽃 하나에도 생명을 지키기위한
치열한 투쟁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정님!
아침부터 넋두리가 많았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늘 언제나 항상 건강하십시요 ...........
구름도사 04-01-02 18:29
재밋는글 잘 읽고잇읍니다.ㅎㅎ
우리나라말이 그렇지만 한가지 궁금한데 미녀사냥꾼이라함은 미녀사냥이 전문이라는건지 아니면
사냥꾼인데 미녀시라는건지 궁금하네요......ㅋ
미녀사냥꾼 04-01-02 19:19
구름도사님!
찌낚시를 배워 낚시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이후 여러 섬들을 다니다, 언젠가부터
원도권 섬들을 좋아하게 되었네요. 아무래도 원도권 섬들이다 보니 사람들 때가
덜타고 사람들의 흔적(쓰레기)이 조금 적다고 생각됩니다. 남해동부권의 원도권은
홍도, 안경섬, 구을비도, 국도, 좌사리도, 갈도같은 섬에 자주 가게 되었고
그 섬들에선 감성돔보다 참돔낚시가 더 많이 성행하는 곳입니다.
아시죠. 참돔을 '바다의 미녀'라 일컫는답니다. 해마다 3월이 오면 바다의 미녀를
잡는답시고 이런 섬들을 돌아 다닙니다. 조과은 형편없지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섬들을 구경하는셈 치고 다닙니다. 언제 여건되시면 미녀잡으러 안가실래요??
안전하고 즐낚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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