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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부와 겸상

7 1,469 2006.01.31 13:38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한 40년도 더 된 시절이었지만 인낚에세이에 올라 있는 할머니, 아버지의 추억을 올리신 분들의 글을 보다 옛일이 생각나서 재미없는 글이나마 몇자 적어 봅니다.

내 어린 시절 우리집은 대가족이었습니다.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나의 부모님, 우리 6남매, 결혼하고 함께 사는 삼촌이 1명 (식솔 4명), 결혼 안한 삼촌이 2명이나 있었습니다. 들락날락 하지만 대충 15-17명은 항상 북적대고 살았지요.참고로 우리 아버님은 10남매의 장남으로 아래로 결혼해서 출가한 삼촌이 4명,출가한 고모와 6.25때 전사하신 삼촌 2명입니다.

그때는 참으로 살기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6.25 피난갔다가 올라와서 농사 조금 짓고 살았으니 오죽했겠습니까?모두가 살기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특히 우리 어머니 대가족의 맞며느리로 17명의 식사를 주관하는 식당 메니져였습니다.요즘 같으면 명절에도 이렇게 많은 가족이 모이는 집이 많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설날이 되면 주변 10촌이내 모든 친척들이 종가집으로 집합하는데 내 기억으로 60명이 넘었을 같습니다.떡국 1말 (경상도는 대두1말이라고 하여 16키로임)이 설날 아침에 모자랄 지경이었으니까요.

그 당시 우리 어머님의 가장 큰 고민은 반찬거리였습니다.
특히 90세 노인인 증조할아버지 진지상은 항상 신경이 쓰였지요.
저는 여름이면 언제나 학교갔다 와서 동네 꼬마친구들과 함께 도랑에서 고기를 잡아서 집으로 가지고 왔는데 고사리 손으로 한줌씩 나누어 가진 붕어새끼가 몇마리나 되었겟습니까?허지만 조그만 붕알냄비에 끓이면 증조할아버지 밥상에만 올라가는 진수성찬이였지요.왜 제가 열심히 고기를 잡았느냐 하면 물론 고기잡는 재미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가 있었지요.그때는 여름이면 잘 사는 집도 쌀을 구경하기 힘들었습니다.크다란 가마솥에 보리밥을 하는 구석에 쌀을 한줌 얹어서 증조할아버지 진지를 떠고 주변에 쌀이 조금 섞인 밥은 할아버지 몫입니다.
막네 증손자인 저는 고기 잡아온 공로를 인정받아 증조할아버지 밥상에 같이 앉을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되었는데 한 밥상에서 제 밥이 너무 험하면 증조할아버지 보시기에 안쓰러우실까봐 어머님께서 제 밥그릇에는 주변의 쌀이 몇개 섞인 밥을 떠서 주셨지요.한 여름에 쌀이 몇톨 섞인 밥을 먹을 수 있는 특권!!! 그래서 저는 매일 고기를 잡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삼촌들, 숙모님들 다 돌아가시고 막네삼촌 내외와 어머니 혼자 남으셨습니다.올해 아흔 하고도 셋되십니다.큰 누님까지 먼저 보내고 가슴속에 묻은 체 백발에 90도로 휜 허리로 막네 아들이 보고 싶다고 기다리십니다.

귀가 들리지 않아 더욱 외롭다고 하십니다.보청기도 소용이 없습니다.이번 설에는 너무 복잡해서 다음 주말에 갈려고 작정을 하고 있는데 어머님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그뭄날 올거지? 기다리마" 하시고는 들을 수가 없으니 일방적으로 끊으십니다. 할 수 없이 귀성전투에 참여를 했습니다.

아직도 정신이 또렸하시어 제 생일날이면 미역국 먹었느냐고 먼저 전화를 하시고 70에 노인 취급도 못받는 형님과 함께 사시면서 그 옛날 내가 했던 것 처럼 증손주와 함께 겸상을 하고 식사를 하십니다.그러나 어머님의 증손주는 아직 어려서 고기를 잡아 오지를 못하는군요. 허기야 이제는 주변에 고기잡을 도랑도 없습니다.

내년 설에도 세배를 드릴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신기하게도 어머님 백발 아래에서 검은 머리가 새로 나고 있습니다.
백세 이상 건강하게 사시기를 바라는게 자식된 자의 지나친 욕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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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댓글
경주월드 06-01-31 15:49
송설님,
어려운 시절, 대가족의 푸근함이 눈에 선합니다.
어머니와 아들의 사랑이 자귀마다 흘러 넘칩니다.

조부님의 쌀밥을 축내는 방법을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을 쯤에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비벼 잡수시면, "애비야, 짭다."하시면서 쌀밥을 아버지 밥그릇에 들어 주셨습니다.
빙그레 웃으시던 아버지, 제가 비비기도 전에 한 숟갈 얹어 주셨지요.

아름다운 글, 감명깊게 읽습니다.
난정 06-01-31 20:51
글 잘읽었읍니다.송설님..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계속 쭉~ 세배 드릴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건강 하세요.(- -)(_ _)

경주월드님 안녕 하신지요.?
올해도 건강하시고 좋은글 많이 주세요.(- -)(_ _)
煥鶴 06-01-31 22:13
나이랄것도 없는 주제에 죄송스럽습니다만.
저도 명절이면 객지나간 애들을 기다리는게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쉽습니다.
송설님의 모친도 건강하시여 백수를 누리시기를 빕니다..
옛추억에 잠시 잠겨봅니다..^^

월드님 새해 인사 드립니다.
난정님도 잘지네시지요..^^
지발물어라 06-02-01 00:51
아름다운 글이네요
생크릴 06-02-01 10:54
어르신의 100수는 당연하신 말씀입죠...

건강하시길 같이 빌어 드리겠습니다.
송설 06-02-01 15:44
경주월드님, 주옥같은 글들 올려 주셔서 애독하고 있는 독자입니다.
따뜻한 격려의 말씀 감사드리고요.
난정님, 환작님, 지발물어라님, 생크릴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어머님께서 더욱 건강하실 것 같군요.
낚시는즐거워 06-02-07 12:14
만수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꾸벅..
정이 듬뿍 느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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