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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세상은 변하고 있는가?

9 1,626 2006.03.2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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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세상은 변하고 있는가?




우리는 지난 수십 년, 해방공간과 동족상잔의 전쟁을 거치며
극히 왜곡된 정치권력의 탄생과 소멸을 지켜보아 왔다.
매 시기 민중들은 당당하고 정직한 정치권력과 신명나는 국가구조를 갈구하였으나
뿌리 깊은 친일의 후손들과 그에 결탁하고 있던 지역의 토호세력들에 의해
언제나 깊은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우리는 모두 불과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과서에조차
'애국, 애족'을 빙자한 친일 인사들의 글을 읽고 또 읽으며 점수따기에 혈안이 되었고,
어쨌든 눈치껏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과 처세를 익혀야
겨우 살아갈 수 있었던 게 뒤틀린 우리의 현대사가 아니었던가 싶다.
국립묘지엔 악질적인 친일파들이 민족의 영웅들 가운데 아직도 버젓이 누워있고
노회한 친일파의 후손들은 뻔뻔스럽게도 조상의 땅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일삼고 있다.
권력이 교체될 때마다 과거사에 대한 논쟁이 끊임없었음에도
친일행적이 뚜렷한 일당들과 그에 뿌리를 둔 지방 토호세력들은
논쟁의 반대편에서 여전히 역사 속의 민중을 뒤흔들고 있다.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반동적 기득권으로 자리 잡은 토호세력의 뿌리는 너무나 깊고 넓어
각 지역마다 하나의 굳건한 지방권력을 형성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보수와 진보, 혹은 토호세력과 민중진영을 가름하는
몇 가지의 사회적 인식과 가치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연일 육탄전을 벌이고 있지만
그간 우리가 조금씩 조금씩 성취해온 역사의 진보란 게
극히 다양해진 사상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작금의 한국사회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자유는 극대화되고 사회적 평등은 극소화된 사회.
동포애는 사라지고 개인의 입신출세가 유일한 대안이 되어버린 사회.
권력은 권력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8; 2, 혹은 9; 1로 철저하게 나뉘어버린 채
발전과 퇴보를 거듭하고 있는 사회가 최근의 우리 모습 아닌가?


영웅적 민족주의로부터 출발하여 결국은 보나파르트적 파시즘으로 나아간
시인 서정주의 시대와 문학은 이미 죽은 지 오래건만
지난 칠십여년간에 걸쳐 매 시기 친일. 매판정권과
군사정권을 미화하며 한국문학의 최고봉으로 대우받아온 지식인 서정주
그의 시집을 다시 읽으며, 자칫 서정적인 그만의 언어미학에 빠져
시대의 명제를 잊게 될 만큼의 절묘한 문학성을 느끼기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담시'와 '대설'이란 새로운 문학형식을 실험하며
저항적 민중주의의 정점에 있었던 김지하도
시대를 담아내는 데 역부족일 듯해 보이는 자연주의와 생태주의로 발길을 옮겨갔고
그 이후로 보여준 그의 사회적 행보들로 인해
내 뜨거운 심장 속에 깊이 켜두었던 존경의 불꽃이 사그라진 지 꽤나 오래된 상태이다.


혁명적 사회주의의 최전선에서
'노동해방'이란 거대한 담론을 안고 반체제 지하문학을 해왔던
'노동의 새벽'의 시인 박노해도 급기야
세계평화와 생태. 환경 중심의 인간주의로 발길을 옮겨갔고
더욱이 그에 대한 정치권의 유혹도 있다니 사뭇 비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들끓는 시대를 뜨거운 심장만으로 맞부딪혀야 했던 청년 시절
이들이 전해준 인식과 연대는 너무나 강렬했고
눈을 바닥에 깔고 세상을 바라보는 극히 인간적인 동포주의는
아직도 몸속 구석구석에 쌓여 시도 때도 없이 체제와의 싸움을 조장하고 있건만
당대 문학적 거장들의 새로운 좌표 찾기는 열렬한 독자였던 나로 하여금
가끔 말로 다 할 수 없는 허무에 사로잡히게도 한다.


잠시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이내 봄 내음이 지천에 넘치는 어느 날 밤
어두침침한 건물의 구석자리를 밝히고 앉아
'세상은 진정 변하고 있는가?' 자문자답하며
무엇인가 삶의 화두 하나쯤 품고 살려고 아무리 머릴 쥐어짜도
이게 도대체 감옥인지 현실의 삶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이탈리아의 시인 네그리는
삶을 의미 있는 무엇으로 만들지 않으면 삶은 즉시 감옥이라고 했는데
과연 감옥 안에서나 감옥 밖에서나 난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극히 파편적이고 개인적인 특징들을 공유하며 웃고 떠들다
금세 만들어지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인간적 연대는 또 얼마나 허구적이던가?
아, 그래서 사람도 변하고 세상도 변하는 것일까?
그저 바다를 좋아하고, 바다를 오가는 길 곳곳의 풍경을 좋아하는
한 자연인으로서의 낚시꾼인 내가 바라보는 바깥세계는
수없이 많은 각각의 감옥일 뿐이다.
아직도 야만의 세월은 여전하며
중앙집권적 정치권력을 선호하는 가부장적 사회체제는
비리와 밀약의 명수들이
각각의 현장에서 권력을 쥐고 흔들며 지천에서 암약하고 있으니
진정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나갈 한국사회는
근원적으로 개조되어야 할 사회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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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아 솔아 푸른 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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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허거참 06-03-27 02:51
에구..
댓글 수정하려고 일단 지우고 다시 고쳐서 붙이려 했더니..
아예 전체가 지워져버렸넹..ㅋ

글 잘 읽고 갑니다..
씁쓸한 세상..
거..참..
헐..

^^

[저 자빠져 주무시는 노인네..몇 년 후의 내 꼬라지 싶지 시푼데 ㅇ.. 허..]
고븐인연 06-03-27 09:39
안녕하세요...반갑습니다...^^

세상 구석 구석 모순속에서 살아 가는 한 사람 으로써 ...
많은 부분을 공감을 느낍니다.

정직한 자연은 어김없이 꽃소식을 알려 줍니다.
봄 나들이는 한번 다녀 오셨는지요?...

가족모두 아름다운 봄 나들이 계획도 준비하셔서 아름다운 발걸음에 아름다운 봄을 만끽 하는 좋은 나날들 되십시오...^^

아주 오랫만에 리플로써 안부의 흔적을 남깁니다.

가족모두 건강 하십시오...^^
통영여명낚시 06-03-27 15:16
진정 내가 배운것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를 몰라,
허탈해 하고,
지금 자라나는 자식들에게 무슨 말을 해 줄 수가 없어 애태우던 기억이 떠오르는 군요..
내가 바라본다고, 제대로 보이지 않는 세상..
탓하기보다, 그저 받아들이기에는 우리네 가슴이 아직 뜨거운 것을......
참볼락 06-03-27 18:47
일제잔재,군부독재정권에 휘말린후에 민주항쟁은 지속되었건만,
대다수의 우리 민중은 또 다시 탄생한 군부의 발길에 무참히 휘둘러
주검과 탄압속에 그 존재의 가치마저도 잃어버린지 오래되었고,
살아 남은자 언론의 혹독한 고초로 번민의 시간마저 접고,가난을
떨치기 위해 오로지 안위와 영달을 위해 민주가 아닌 또 다른 세력으로
태어나, 진정한 정의는 힘의 논리 위에서 존재 한다는 걸 역설하고,
정치는 중상모략과 유언비어 만이 존재하는 아비규환의 장으로 만든
그들이 추구하는 건 진리를 외면한 기나긴 침묵과 복종이 아닐까?
칼있어 마 06-03-28 00:55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국어시간에 교과서에 나오는 시와 시인 중 존경하는 시인과 시를 발표하라는데, 김영랑의 "모란이피기까지는"을 읊고 칭찬을 들었던 일이 나중에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알았을때....,
90년 제주역사기행에서 생존하는 한 노인의 말씀이 아직도 우리는 숨죽이며 사는데 당시 친일했던 놈들은 빌딩 가지고 지역의 유지로 행세하며 다닌다는 말에 얼마나 분하든지 그날밤 엄청 퍼 마셨죠. "한라산의 노을"을 읽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주 곳곳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며 생생한 장면들을 떠올리던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이였는데...,
지금은 자본에 굴복하여 자신의 안일에 빠진 저의 모습이 한심하기도 합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맨날맨날 행복하소서!
여가람 06-03-28 20:49
이상적 현실주의 와 현실적 이상주의 이분법적 논란속에
유신 때 와 달리 마치 카지노 경제의 소수의 승자만 존재하고
다수의 패자는 존재할수 없는 사회적 양극화 현상으로
극도로 치닿고 있고.
배 부르면 더 이상 사냥을 하지않는 밀림의 맹수와는달리
오직 승자 독식의 권력자들이 탐욕만 끝이 없어 보인다.
어느 누가 힘들어 지쳐있는 서민에게 위안의 말 한마디 하던가.
정의가 무엇이고. 진실은 무엇인가?
양심과 도덕은 또 뭐란 말인가?
오직 진실한건 겨울이지나면 봄이 온다는것뿐.
믿을것은 자연의 섭리요.자연의순리일뿐....


일석님. 건강하시죠.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거제우연낚시 06-03-29 00:09
가슴가득 시림도 뜨거움도 공유하는 밤입니다.
세상 어떤것도 변하지 않는게 없다지만
소중함으로 지켜져야 하는것들이
넘 쉬이 변하고 잊혀 지는것은 아닌지...

건강은 어떠하신지요?.
참으로 고우신 미소를 지니신 분...
안부도 함께 여쭙니다.
김일석 06-03-29 03:13
댓글 주신 분들께 반가움의 인사를 올립니다.
컴 앞에 앉을 시간이 없어 답이 늦었군요~
죄송합니다.
황사가 세상을 뿌우옇게 흐려놓지만
결국 터질 꽃망울은 터지고, 필 꽃은 피는군요~
보일 듯 말 듯, 조금씩 조금씩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희망이 헛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따뜻하면서, 때론 뜨겁게~!
인간적인 마음과 마음을 진솔하게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날이 갑자기 차가워졌습니다.
환절기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들새 06-03-29 22:47


인간사 정답은 없는가봅니다
때문은 흑백사진속에 많은 답이 있는것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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