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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도의 우비 삼남매

2 3,173 2006.09.19 11:03
“남편이 해양 수산부 직원이세요?”

“엄마는 아름다운 어촌 찾아가기 홍보 대사야?”

얼마 전 내가 지인들이나 우리 아이들에게 많이 듣던 소리들이다.

“문항리 어촌체험”

아이들과 내겐 참 감동이었다. 그래서 올해도 꼭 참석하리라고 기대하며 기다려왔다.

도시라는 틀 속에 살다보니 삼면이 바다인 반도 국가임에도 바다에 대해 체험할 기회가 잘 없었기에, “아름다운 어촌 찾아가기” 행사는 체험과 여행을 겸비한 일석이조라고나 할까.

드디어 8월 26일 아침 8시 35분.

욕지도의 유동 마을을 향해 출항하는 어부의 심경처럼 부푼 희망과 기대를 갖고 출발했다.
첫 방문지는 통영 수산 과학관.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준 것은 통구밍이였다. 통영의 전통 어선으로, 생김새는 고무신 모양을 닮았지만 견고하면서도 곡선의 미가 돋보이는 목선(木船)이다. 이순신 장군의 군선도 이 배가 모태가 되었다고 하니 왠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일본을 호통하듯 위엄이 서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불끈 솟았다.

제1전시실 바다의 탄생부터 시작해 제6전시실 통영 수산업의 특성까지 한국 수산업의 현주소를 알아볼 수 있었다. 또한 요즘 우리 나라 날씨 변동의 원인인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도 배우고, 조타 체험실에선 타이타닉호 같은 호화선의 선장도 되어 보고 영상실 3D를 통해 바다 환경의 파수꾼도 꿈꾸어 보았다.

뭐니 뭐니 해도 통영 수산 과학관의 백미는 체험 학습관 이었다. 직접 여러 가지 해양 생물을 만져볼 수 있는 거대한 수족관이다. 공처럼 둥글어지는 복어, 통영에서만 생산된다는 대조개, 패류의 왕 키조개, 솜털 같은 아기 말미잘 등등.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작은 바다의 세계였다.

마지막 지방 특색실의 돔 형태의 천정은 하늘과 바다의 오묘한 만남을 볼 수 있었다. 지금도“우주에 물고기가 떴어!” 하는 아이들의 탄성이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통영의 바다는 크고 작은 섬들이 어우러진 아이들의 뛰노는 운동장 같았다. 올망졸망 모인 섬들이 마주보며 속닥속닥 수다 떨고 뛰어노는 모습처럼 정겨워진다. 탁 트이는 가슴으로 숨을 내쉬며 과거, 현재, 미래의 꿈을 그려본다.

카페리호를 타고 통영 삼덕항을 뒤로 한 채 아름다운 섬 욕지도로 향했다. 에메랄드빛 바다에 39개의 보석 같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니 설렘으로 가슴이 콩닥거린다. 이름만으로는 왠지 기품 있을 것 같지 않은 섬이지만, 알고자하는 열정이 가득한 섬이라는 해석을 듣고 나니 새로워진다. 옛날 한 고승이 ‘깨달음을 알고자’한다면 자신의 마음속을 살펴보라는 설법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하니 욕지도에서 내 마음의 묵은 때와 욕심을 모두 비워내야만 할 것 같다. 삼천포 듸젤, 합동 기름(석유)등. 내가 어릴 때 봤었던 허수룩하지만 반가운 간판들과 옛 추억을 이야기해 보며 욕지항에 도착했다.

마을 이장님과 어촌 계장님의 환영 속에 유동 마을로 들어서자 민박집 어르신들의 반가운 마중으로 두번째 여정이 시작되었다.

민박. 내심 불편할 것이라는 많은 걱정이 앞섰지만, 주인 할머니의 후덕함과 깔끔함에 나의 선입견은 곧 사라졌다.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뵙는 듯한 인자함과 환한 미소에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아직은 시골 인심이 많이 남아 있어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이곳 바다는 물이 맑고 따뜻하며 적당한 자갈과 모래가 섞여 해수욕의 최적지. 아이들과 한바탕 어우러져 물장구치고 고동도 잡으며 바다와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낚싯대를 메고 아빠를 따라 진군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냥 사랑스럽다.

깊고 푸른 바다에 낚싯대를 던져놓고 자연의 위대함을 배우며 바다의 넓은 포부를 가졌음하는 소망이 생긴다.

그런데 아뿔싸!

인간들은 왜 이렇게 이기적일까?

천혜의 비경 아래 아무렇게나 던져버려진 쓰레기들.

아무런 대가 없이 주기만 하는 자연에 너무나 미안했다.

저녁 식사 후 캠파이어와 수산물 시식이 시작될 무렵 쏟아지는 소나기에 모두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러나 모든 게 마음먹기라 하더니 정말 그랬다.

번갯불 조명과 소나기 분수와 바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콘서트를 우리는 즐겼다. 비구름의 퇴장과 함께 맛있는 고등어, 전갱이 구이에 우리 모두 흠뻑 빠져들었다. 마을 분들과 해양수산부 직원들께 감사에 감사를 드리며 첫날의 일정을 마무리 했다.

다음날 새벽에 있을 정치망 조업을 기대했건만, 늦잠이라는 녀석이 내 발목을 잡아 참석 못한 것이 내내 아쉽다.

어촌 체험의 핵심일 수도 있었을 텐데......,

욕지도 유동 마을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고등어 양성장이 있었다. 대형 자전거 바퀴처럼 생긴 그물망 속에 갓 잡은 고등어를 넣는다고 한다. 성질 급한 고등어를 잡아 한 풀 성질을 꺾는 작업이라고 할까? 고등어 한 마리가 죽으면 천원이지만 살아서 서울까지 가면 만원이라고 하니 정말 놀라웠다. 미식가들에겐 고등어회의 진미를 어촌에 계신 분들께는 고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매스컴에서 귀농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는 가끔 소개되지만 왜 귀어(歸漁)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을까?

바다가 삶의 현장이 되면 힘들겠지만 꿈을 가꾸어 가시는 귀어 이야기가 들려왔으면 좋겠다. 특히 욕지도 주위의 바다는 수심, 온도, 염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플랑크톤이 풍부하여 산란지로서도 적지라고 하니 도전해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을까?

현재 어촌 현실은 가구수 인구감소 뿐만 아니라 노령화가 더 시급한 문제 같았다. 유동 마을 역시 두 분을 제외한 마을 분들이 60~80대라 하니 우리 어촌의 앞날이 걱정된다.

문득 낚시를 좋아하는 남편의 꿈이 생각난다. 애들 대학 보내면 섬에 가서 고기 잡으며 살고 싶다고. 그럼 난 어부의 아내가 되는 건가?

마지막 식량의 보고인 바다.

해양 국가의 긍지를 갖기 위해서도 지켜지고 보존해야 할 바다.

모두가 관심을 갖는다면 길이 있으리라 믿는다.

계속 오락가락하는 빗줄기와 줄다리기하며 어선을 타고 해상 관광을 했다.

쏟아지는 비가 원망스럽기는 갈매기도 매한가지인지 등대에 모여 앉은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다음은 버스를 타고 섬 일주를 하며 해돋이의 명소와 삼여도 전망대 영화 촬영지 등도 돌아보았다.

아름다운 어촌 욕지도!

여기에 제2의 고향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비 때문에 욕지도 특산품인 고구마 돌미역 등을 구입하지 못한 것도 아쉬움의 하나다.

아이들과 장터를 누비며 특산품 구경도 하고 어민들과 흥정도 하며 수다스럽게 보내고 싶었건만. 나름대로 비 오는 섬 여행의 즐거움과 매력도 좋았다.

우비 삼남매가 된 우리 아이들과의 행복한 어촌체험.

바다가 보여준 넓은 아량을 평생 가슴에 품으며 미래 해양 발전에 기여할 일꾼이 될 수도 있을까.

추억만 한 아름 채워 집으로 돌아온 지금 욕지도 장관이 영사기에 감겨진 필름이 풀리듯 새록새록 떠오른다.

남편이 새까맣게 탄 피부를 쳐다보며

“내년 휴가는 우리 어디로 가지?”

“당연히 아름다운 어촌 찾아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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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칼있어 마 06-09-26 13:28
유동 이장님도 만났다구요. 저도 여름에 잠깐 같이 농어 낚시 했었는데...,
유동 앞에 고등어 양식망 주위의 그물에 고기 엄청 많이 잡힌다더군요.
즐거운 가족 나들이 좋지요! 좋은 아빠 되겠습니다.
맨날맨날 행복하소서! ^_^

여름햇살이 따가울수록 과육은 단단히 여물고
온라인 글귀는 부드러울수록 인격이 단단히 여문다.
-칼있어마의 9월 인낚캠페인-
수윤 06-09-28 00:26
칼있어 마 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아빠 될께요..
조만간 우리집 장남의 부시리 낚시 릴링하는 모습을 올릴께요...
아빠가 보는 TV를 같이 보면서 랜딩율, 릴링 이란 용어를 저보다 더 정확히 구사하는
아들인데.
작년에는 자주 데리고 다녔는데..
아직 간절곳 부시리 소식이 뜸하네요..
간절곳 부시리가 찐할때 우리집 장남 릴링하는 모습을 올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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