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낚시꾼(완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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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낚시꾼(완결편)

곤장돔 2 2,948 2012.11.19 15:36
어둠이 사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정체불명의 편지를 본 후, 나는 심한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져 낚시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고기는 꾸준히 입질을 하였고, 습관적으로 몇마리 더 추가하여 바구니에 담을 수가 있었다. 밤이 어떻게 가는 지도 모르고 새벽을 맞이하고 있었다.



눈이 심하게 충혈된 듯 눈 안이 따끔거렸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긴 호각소리가 들리고, 언제 와 있었는지 미영씨가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계측장소로 이동을 위해서 온 것이 아닐까?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나를 태우고 본부석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이미 시합에 참가한 사람들이 불안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이 보였다. 모두 눈이 충혈되어 있었으며, 얼굴에는 초조함이 진하게 묻어 있었다.

"자, 이제 다 오신 것 같으니 계측에 들어가겠습니다. 여러분이 잡은 고기 중 가장 큰 놈으로 한 마리씩 출품하시기 바랍니다."



도우미들이 고기를 바구니에서 내어놓자 몇몇 꾼들의 입에선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대충 보기에도 내가 잡은 고기가 그나마 제일 커 보였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메주콩으로 잡은 놈이 정확하게 36.9cm로 나왔다. 1등이었다. 나의 뒤에 서 있던 미영씨가 나의 허리

를 가볍게 흔들며 축하해주었지만, 그리 흥이 나거나, 기분이 좋지는 않

았다. 그러나 나의 건너편에 서 있는 한 중년의 낚시꾼은 고개를 푹 숙이며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얼굴이 사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잠시 후 심판관이 입을 떼었다.

"자, 여러분 수고 많았습니다. 이제 숙소로 가셔서 쉬시고, 다음 시합은 48시간 후에 개최됩니다. 충분한 휴식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숙소로 돌아와 따뜻한 물에 가벼운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지만 정신이 자꾸 맑아졌다. 이 곳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도저히 불가항력적이라는 결론만 나왔다.



어쩌다 낚시를 배워 이런 死地에 빠지게 되었는지 낚시를 배운 것을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던 나 자신이 괜히 미워졌다. 집에 아내와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전무가 안전한 곳으로 데려갔다는 말이 왠지 마음에 걸렸다. 인질로 잡아놓겠다는 말이 아닌가?



설령 여기서 도망친다고 하여도 결국 가족들 때문에 나의 발목이 붙잡힐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그녀가 들어왔다. 그녀는 아무런 말 없이 나에게 다가와 엎드려 있는 나의 어깨와 등을 부드럽게 주물러주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그녀의 가녀린 두 팔을 잡고 나의 가슴팍으로 그녀를 힘껏 끌어안고 그녀의 몸을 탐했다. 그녀의 몸은 나의 유일한 피신처가 되어버린 것이다.



첫 경기에서의 1위 이후, 다시 1위을 차지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두 번 째 시합에서는 5명중 3위, 세 번째 시합에서는 2위를 했다. 그녀는 나의 이런 모습에 조금씩 불안해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세 번째 시합이 끝 난 후, 나의 자켓 주머니 속에는 그녀의 쪽지가 들어 있었다.

'김사장님, 다음번 시합에서 1위를 다시 놓치게 되면 사장님은 교체될 것이 분명합니다.



부디 다음 시합에는 꼭 1위를 차지하시길 빕니다. 저는 사장님이 교체되어 나가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녀의 짤막한 편지에 나의 몸에는 서늘한 전율이 전해져 왔다. 내가 교체된다는 말은 곧 내 생명을 가져가겠다는 말 아닌가?



일 시합에서 나의 목숨을 담보로 낚시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나를 엄습했다.

오늘밤에는 그녀도 찾아오지 않았다. 낚시 때문에 나의 생을 마감한다는 사실이 현실로 받아들여지지가 않아서 밤새 뒤척이다 새벽을 맞이했다.

나는 시합이 있는 저수지에 도착했지만, 이미 나는 반은 자포자기 상태에 놓여 있었다. 낚시라는 것이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 날의 운이 따르지 않으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인데, 이렇게 무모한 도박을 벌인다는 것이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아 심한 분노와 자괴감으로 나의 마음은 가득 차 있었다.



나는 포인트를 정하고 가능한 한 많은 낚시대를 펴고 밑밥작업을 해놓았다. 그러나 낮낚시에는 계측 대상어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그 동안의 경험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으므로 별다른 기대 없이 의자에 몸을 의지해 있었다. 그녀가 먹을거리를 가져오는 것 외에는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앉아서 죽느니 차라리 도망이라도 가볼까?'

나는 이런저런 잡념에 사로잡혀 낮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해가 떨어지고 본격적인 밤낚시에 돌입하면서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오늘 제대로 된 놈을 딱 한 수만 잡는다면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나의 목숨을 걸기로 했다. 12개의 캐미라이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머리 속 잡념들을 지워내려 최선을 다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입질이 간간이 이어졌지만 씨알이 보잘것없었다. 확실하게 믿음이 갈만한 씨알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두 번째, 세 번째 시합에서처럼 간발의 차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던 터 라 조바심이 났다.



지금까지의 조황은 8치급으로 4마리정도가 다였다. 시간은 자꾸 흘러 이제 새벽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조황을 알 수만 있어도 이렇게 불안하지는 않을 것인데.... 입술이 바싹 타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시침이 이미 5시를 지나 6시를 향하고 있었다. 이제 40여분 남짓 남은 시간 내에 확실한 고기를 잡지 못하면 나의 생을 마감해야 한다는 조바심은 정도를 더해지고 있었다.



긴장한 탓인지 어깨가 욱신거리며 아파 왔고, 팔이 저려왔다. 나의 시선은 자꾸 시계를 향하고 있었다. 여명이 밝아오는 것이 보였다. 오늘 솟아오르는 저 태양이 살아서 볼 수 있는 마지막 태양이라는 생각을 하자 나의 입에는 쓴웃음이 배여 나왔다. 이제 10여분만 지나면 시합이 끝날 것이다.

낚시 때문에 가족들을 외면하고 미친 듯이 내달렸던 나의 지난 조행들을 생각하니, 아내와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다음 생에서는 내 다시는 낚시를 배우지 않으리라....



그때였다.

3.5칸대의 찌가 아주 천천히 하늘을 향해 솟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대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찌 올림이 좋았다. 찌가 몸통을 드러낼 때를 기다려 강하게 챔질을 하자, 엄청난 힘이 대를 타고 전해져 왔다.



느낌으로 봐서 적어도 5짜는 될 것 같았다. 놈은 몸을 수초대에 숨기려고 필사의 힘을 다해 저항했다.

나는 지난번 놓친 그 놈을 위해 5호 원줄을 셋팅해 놓았다는 사실에 내심 안심하며 그놈을 제압해 나갔다.



그때였다. 수초대로 쳐 박던 그놈이 갑자기 수면위로 점프를 했다.

나는 순간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놈은 내가 지난번에 놓쳤던 바로 그 놈이었다. 그 놈의 점프에 놀란 나머지 놈이 수중에 떨어지면서 쓰는 힘에 대를 놓쳐버린 것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대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으나 이미 대는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앞뒤를 가리지 않고 필사적으로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어..허어헉....."

꿈이었다.

낚시터에서 이렇게 깊이 잠들다니...그것도 의자에 앉아서.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나는 짐을 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너무도 꿈이 생생했다.

미영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는 연애시절 아내의 얼굴이란 것을 그제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나의 영원한 사랑, 나의 아내의 분신이었다.

어제 친정에 간다고 했던 아내와 아이들이 생각났다. 오늘은 장인어른이 좋아하시는 토종닭을 한 마리 사 가지고 가야겠다. 그리고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꼭 건네리라.



그동안 감사합니다. 민물낚시를 배경으로 한 소설 "이상한 나라의 낚시꾼"을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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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지랄공주 12-11-19 17:07 0  
너무나 잼있게 보고갑니다 그동안수고하셨습니다^^*
보헤미안 12-11-22 15:32 0  
햐~~
아~~
너무 재미 있게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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