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태풍 민들레의 영향으로 한 두 방울 떨어지던 비가
포항에 도착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포항에서 행사장이 있는 신항만을 찾아가는 처음 가는 그 길이 그리
어렵지 않았던 건 동쪽 끝까지 달려가면 그 끝에 바다가 나오겠지
하면서 달려 간 그 길이 바로 신항만 가는 길이었지요.
아, 신항만을 찾아가는데 온통 주황색 능소화로 덮인 동네가 있었지요.
예전에 양반꽃이라 불리기도 했던 그 능소화가 작은 마을의 담장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주황색 꽃송이가 어찌나 탐스럽고 예쁘던지요.
옛날 어느 궁궐에 '소화'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아리따운 궁녀가 살았는데
그 '소화'가 어느 날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랑을 받고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능소화에 얽힌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지요.
집에서 좀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한참이나 늦어서야 도착한 행사장
곧 모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행운권 추첨시간이 왔습니다.
그런데요, 아니 이럴 수가 추첨을 시작하자마자 맨 먼저 제 번호가
불렸는데 이런, 행운권 추첨 시는 보통 맨 뒤에 불리는 번호가 좋은데ㅋㅋ
그래도 양심이란 건 있어서 늦게 도착해 행운상까지 받다니 받는 두
손이 어찌나 부끄럽던지요.
행운권 추첨이 끝나자마자 모두들 철수하는 것도 못보고 다시 빗속을
달렸습니다.
맛있는 저녁을 사시겠다며 먼저 앞장서신 더불어정님 차를 따라 그다음엔
우리가, 우리 뒤로 두 대가 더, 자동차 네 대가 나란히 빗속을 달렸지요.
앞장서신 더불어정님은 뒤차들을 놓칠까 연신 손 전화기로 길 안내까지
하시고 비 내려 한층 차분해진 거리를 사진기에 담느라 마냥 행복했지요.
차창을 때리는 시원스런 빗줄기
또르르 유리창을 타고 흘러 내리는 빗방울
한참을 내린 장대비로 자연스레 명경이 되어버린 차분한 거리
그 비를 맞으며 길 위 공사장에서 일사천리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비 내리는 날 달리는 차안에서 낯선 풍경을 내다보는 재미 또한 그만입니다.
네다섯 시간동안 운전하는 남편에겐 한없이 미안했지만.
시원스레 내리는 빗소리와
흐느적 거리는 느릿느릿한 음악과
비에 젖은 촉촉한 마음과 마음
아, 비 내리던 그 저녁
내 그토록 좋아하는 비를
실컷, 원 없이, 엄청 많이 맞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