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최고의 명절이라는 쌍십절(음력10월10일)....
아마도 "중국추석"쯤 되는가 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추석이라는 명절이 따로 있으니 이날이 별스러운 날도 아닙니다만,
우리집에서는 1년중 제일 중요한 날입니다.
결혼기념일..... (저와 집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면서 이야기 합니다.
'우리는 이날을 뼈저리게 기억해야 하고,
다음엔 절대 이런 잘못된 선택을 해서는 안된다' 고.... ㅋㅋㅋ)
전 양력으로 10월10일이 가까워오면 은근히 긴장이 되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결혼후 이놈의 쌍십절을 편히 보낸적이 없기 때문이죠...
집사람은무슨 이벤트 같은걸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고,
전 몸과 시간이 따라주지 못하여 항상 돈($)으로 우찌 한번 때워볼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결혼기념일 당일이 되면 집안에 회오리 광풍이 몰아칩니다. ㅎㅎㅎ
올해가 결혼 만 6년째 되는 해인데,
지난 5년동안 매번 결혼기념일만 되면 토라지고, 삐끼고 싸웁니다....
물론 맨 나중에는 제가 항복을 합니다. "내가 잘몬해따.. 담부터 잘하께.."
휴우..... 쩝.....
올해도 10월초가 되니 제 메일 박스에 메세지가 가득합니다.
"박현우 회원님~ 결혼기념일을 축하드려요~~
올해 선물은 **카드에서 제공하는 우짜고 지짜고...
이번 결혼 기념일은 ##은행에서 추천하는 우짜고 지짜고...."
요새는 기념일 챙겨주는 곳이 많아서 잊어버릴 걱정은 안해도 되겠더군요.
아~ 무서운 결혼기념일은 다가오고.....근데 간만에 낚시는 함 가야겠고.....
일단 선물은 미리 준비를 했더랬습니다. 요새 TV에 나오는 예쁜 디카로... 일단 만족해하더군요.
이제 무슨 조그만 행사를 마련해야겠는데......
결혼기념일날 혼자 낚시갔다오겠다고 했다가는 아마 살아남기 힘들것 같았습니다.
그리하야 얼떨결에 남들의 출조길을 가족나들이 분위기로 확~ 바꿔놓게 된 것입니다. ㅎㅎㅎ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제 예상 시나리오는 이랬습니다.
' 가는 차안에서 자리가 불편하다고 궁시렁궁시렁거린다.--> 새벽에 갯바위에 같이 내린다-->
춥다고 둘이서 나를 못살게 군다. 나는 낚시복을 덮어주며 달랜다. -->
해뜰때 낚시를 시작하면 넙데기가 낚싯대를 달라고 조른다. 자기도 해본다고...
그래서 황금물때를 놓친다. (이 내용은 이미 한번 경험이 있습니다. 꺽지 잡으러 갔다가....
옆에서 "낚시대 내놔!! 낚시대 가져와!!" 울면서 소리소리 지르더군요..
그래서 그때 낚시못했슴다 -,.- ) --> 해가뜨면 지네들끼리 고동줍고, 게잡는다고 물가를 왔다리갔다리한다.
그래서 나는 조마조마해서 낚시를 제대로 못한다.--> 12시쯤되면 집에가자고 둘이서 난리를 친다.
'낚시배 불러줘!!!' '차사장님 오라그래!!!' '배고프다, 아빠 집에가자~~' -->
낚시를 마치고 집에와서 재미없었다고~ 고생만 시켰다고~ 대판 싸우고 나를 괴롭힌다. -->
맨 나중에는 내가 항복을 한다.. "내가 잘몬해따.. 담부터 잘하께.." '--> "
앞으로 3달간 낚시금지야!!!"
뭐 이런 정도의 시나리오를 예상했는데...흐흐흐
출발때부터 차안의 DVD를 보고는 아주 만족해하고,
새벽에도 사장님의 세심한 배려가 있어서 집사람과 넙데기는 갯바위에서 떨지않아도 되었었고,
또 해뜬후에 갯바위에 들어와서는 둘이서 우찌나 잘 노는지......
딸래미는 제옆에서 밑밥주걱으로 고기밥을 주고나서 발앞에 복어새끼들이 모이는걸보고는
눈이 동그래가지고 하루종일 갯바위를 왔다리갔다리하면서 호들갑을 떨고...
제가 잡아놓은 갈치,복어,숭어를 갖고 사진을 찍고 장난을 치고,
고동을 주워서 코펠에 삶아서 둘이 앉아서 배부르도록 먹고.... 흐뭇..
,또 나중에 철수해서
선창에서 명호씨가 즉석에서 장만한 전어회를 집사람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만 보다가,
나중에 한입 먹어보고는 눈동자가 커지면서 자세를 고쳐앉는걸 보고는 속으로 정말 고마웠습니다.
거기다가 강선장네 총각이 줄기째 꺽어다준 깻잎과 풋고추에는 완전히 뻑~가는 눈치였습니다.
어쨌든
별로 즐거움을 주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했던 여러부분에서
집사람과 애기가 너무 신기해하고 즐거워하고 만족해하는걸 보고는
제가 좀 미안한 생각이 들더군요.. ^^;
집사람도 자기가 걱정했던 (고생만 하고 재미는 없는) 출조길과는 정반대였었던 모양입니다.
줄곧 기분이 좋아보이더군요.(사실 집사람이 내심 걱정했던 부분이
혹시 사람들사이에서 많이 부대껴야 하지 않는가? 혹시 사람들이 무례하지 않을까?
등등 뭐 그런거였거든요.. 근데 전부 젊잖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으니.. ㅋㅋ)
어제 저녁에 딸래미한테 물어봤습니다.
"넙덱아...아빠랑 낚시가니까 재미없지? 이제 다시는 안따라 갈꺼지?
" " 아~니~ 쟀밌던데? 담에 또 따라갈꼬야.. 난 물고기 밥주는게 젤 재밌어"
"상하 혼자서는 못따라가는데?상하가 갈려면 엄마랑같이 가야되는데?"
"응..내가 엄마 데려갈게.."
옆에서 집사람은 웃고만 있더군요.ㅎㅎㅎ
너무 추워지기 전에 집사람이랑 큰딸래미 델꼬 다시 한번 더 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집은 말만 꺼내면 바로 따라나설 분위기입니다요. 만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