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없는 여행

신상품 소개


회원 랭킹


공지사항


NaverBand
점주/선장 > 실시간 조황
b_hot_activegloat_200x80.gif b_hot_nios_200x80.gif

 

 

 

낚시없는 여행

12 1,810 2005.10.11 10:07
울돌목의 비장함은 물살보다 소리에 있었다.
처절한 각오에 서릿발이 서는데,
서슬에 잠이 깼다.

스물스물 졸린다.
아침도 먹기전에 더불어정이 왔다. 준수한 인동초님하고...
세상에, '시다바리'를 데리고 왔다며 소개를 시킨다.
무식하긴...
내가 볼 땐 머슴이 상전 행세를 하는 모양인데...
그래도 약속 하나는 잘 지킨다.
2주일 만이다.
'故 양은우' 묘소에 비문이 섰다.
사랑으로 살다 가셨다는...
'누님같은 국화'를 놓고 묵념을 하는 두 사람 어깨 너머로 학님을 보았다.
참아둔 사연 언저리로, 괜스레 방폐장 이야기랑 책 이야기로 빗나간 시선에 햇살마저 비켜 간다.
나는 아직 남도에 있다.

p18433800001.jpg

썰물은 새섬으로 빠져 나갔다.
백마를 탄 왕자의 성 같은 등대를 돌면서, 물살은 잠시 쉬었다.
誓海漁龍動 盟山草木知
그러나 추스릴 뿐이다.
1597년 구월 열엿새, 나의 영웅은 바다를 울리며 죽기로 각오했다. 그날부터 울돌목이 울었다.

JPEG023.jpg

다시 안정효의 '남근석주'가 생각났다.
정기를 받아 대지주가 된 딸라섬의 김노인은 그렇게 말했다. 장안의 거부가 정원석으로 놓겠다며 팔아라니...
저것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혈혈단신의 나를 살려냈는데, 조석으로 곧은 의지가 굳은 살점으로 다질 때까지 저것이 허기진 영감의 실낱같은 희망일 줄이야...
저것이 '절망'이란 계집의 치마를 벗기고 속살의 능욕을 가차없이 저지를 때도, 김노인이 거기에 있었다.
잡놈들, 저게 어떤 물건인데, 저걸 팔아라니!
남근의 기상을, 석주의 힘줄기를 지들이 알기나 하든가!
안정효는 자꾸만 썼다.
"저게 어떤 물건인데..."

그러나 여긴 진도 뱃길 방아섬이다.
딸라섬 김노인이 개코도 모르는 졸부들을 피해 옮겨 놓았다.

JPEG024.jpg

관매도,
매화나무는 어디고 후박나무는 어디로 갔는가.

JPEG026.jpg

문득 풍만하고 넉넉한 그 여자네 모시한복처럼 푸근한 바다가 누워있다. 꿈결같은 행복한 젖무덤이 저만치서 유혹을 숨긴다.
70년대 다방 마담처럼,
속초로 간 순이도 매화 수 항라 저고리였다.
내가 그날 소년이 되었듯 오늘도 가슴이 뛴다.
아득한 그리움이 들물이 된다.

JPEG027.jpg

눈아래 조도대교는 오작교였다.
나는 은하수 그늘에 숨어 백조를 겨누는 궁수를 달랜다.

JPEG029.jpg

풍란이 한없이 해송을 믿으며, 바람의 언덕을 받아치듯,
나는 사라짐도 믿는다.

jindo_093.jpg

저 병풍뒤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고자 하면 고통이다.
스님이 말했다.
사는 것이 고통이라고...
알고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jindo_118.jpg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이 모습을 알면서도

나는 그렇게 돌아왔다.
저잣거리에서,
더불어정이 두고 간 삼치 두 마리를,
쌈장을 얹어 김에 싸서 먹었다.

JPEG030.jpg

***경주월드/2005. 10. 10
0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시면 "추천(좋아요)"을 눌러주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12 댓글
옥포 05-10-11 11:20
두눈과
손을 쓰지 않아도 ...................

세치 혀도 필요없이

명인은 ,
낚시를 하시는군요!
경주월드 05-10-11 15:04
울돌목 다리가 두 개였습니다.
하중때문이라는데...
한 개일 때가 훨씬 좋았는데, 비대칭의 쇠줄이 치렁치렁 늘어져
푸닥거리 무당처럼, 제 아내의 속아지처럼,
복잡하기만 하더군요.

아닙니다. 옥포님,
어떤 분이 제게, 현학적 '대이리즘'^^이라 합디다.
제 탓이겠지요.

가을이 화려한 바늘털이를 합니다.
옥포 05-10-11 15:36
경주월드님.
님께서 설령 놓치신 가을 일지라도.............
님의 몪 인지라.............

겨울은 제가 낚아도
될는지요?
더불어정 05-10-12 15:20
학선생님의 묘소를 다녀 오면서
느낀 감정이 혼돈스러웠습니다.

형님은 제게 "늦게나마
꾼들을 만나 생활 하다 가신
보답을 받는 것 같다"고 말씀 하셨지만
저는 학선생님의 빈소가
"이렇게 초라하게 야산 구석에 남아 있는가?"라는
사실을 느끼며 평소 그를 알았던
님들의 무정함에 고개를 떨구고 싶었습니다.

대이리 형님!
현학적이든 디이리즘이든
남들의 사고에
너무 깊은 생각 마시고
편하고 아름답게 살다 가십시오.
아름다운 글이니 쓰시면서....
경주월드 05-10-12 18:40
정님아,
위의 술통같은 그림은 까스통일세.
상조도 어느 골목길인데,
창문 열고 켰다 잠궜다하는 아낙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이더라고...

그 위의 오른쪽 뿌연 절벽섬이 병풍도이네.
바로 위,
해송에 붙은 것이 풍란일세.
노랑등대 05-10-12 22:09
글 쓰시는 분들은 다 자기만의톡특한 개성과 색깔이있지요
그래서 읽는 분들 에게는 묘한 매력을느끼게합니다
대이리즘 아니 현학적 대일주의...님
진도 풍경과 함께 한 월드님에 기행문
댓글 도 참 따뜻하게 느껴짐니다...

혹...기회가 되면
베트미들러 에 the rose
들을수 있을는지요
경주월드 05-10-13 09:43
댓글에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입니다.^^
내용이 무엇인지 몰라 건너뛰면 한동안 소원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사나흘 출조 다녀오면 잊어버리게 되고...
무엇보다도, 아무리 세상 이야기지만 시시껄렁한 신변잡기마다 댓글 달 수는 없겠지요. 댓글에 자존심을 거는 분도 있습디다.
어떨 때는 '댓글 사양'을 표시하고 싶기도...^^

그러나 노란등대님처럼,
편안한 댓글을 만나면 제 글도 길어집디다.^^
경주월드 05-10-13 12:14
노랑등대님,
신청곡,
The Rose/ Bette_Midler 입니다.


초장만머꼬 05-10-13 23:54
제 보다도 제 아내가 경주월드님 글을 더 좋아 합니다.
아니 팬 입니다.
경주 월드님 글을 올리신 날은 제가 호강(?)을 합니다.
고맙습니다, 꾸~벅^^*


거제우연낚시 05-10-14 13:42
작은 아버님 두분이 진도의 부속섬 접도라는 곳에 살아 계십니다.
어린시절 일여년을 저도 살았던곳 이기도 하구요.
벗님들의 등뒤로 애잔하신 님의 눈동자가 제 시야를 겹칩니다.
잠시 하던일 게으름으로 제쳐두고 차한잔 하면서
엄마따라 외출하는 아이처럼 마냥 부풀음에
님의 여행길 뒤로 나서봅니다.
조심스레 님의 발자욱이 연해지지 않기를 빌면서...
경주월드 05-10-15 11:26
초장님,
저도 호강^^입니다.
속필(俗筆)일 뿐인데, 읽혀짐에 행복합니다.
넉넉한 부부의 아름다움이, 님의 글에 베어있군요.
은행나무 신작로 너머로 만추가 보입니다.

아지매,
제가 속해있는 단체가 진도와 자매결연을 맺었습니다.
행정선 지원으로 접도를 돌아 조도, 관매도, 병풍도 관문으로 가는 결연지 답사길이었습니다.
나들이에 부푼 아지매,
왜 사냐 건, 웃지요.^^
칼있어 마 05-10-21 01:56
경주월드님! 작은 욕심 하나 팽겨치고 담은 풍경인지라 더욱 아름다워 보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어복충만 맨날행복하소서!
왜색짙은 낚시용어 많이쓰면 낚시고수(?)
한글창제 숭고한뜻 고수들이 다 흐린다.
-국사모 홍보대사 칼있어마의 10월인낚캠페인-
 
 


인낚 최신글


인낚 최신댓글


온라인 문의 안내


월~금 : 9:00 ~ 18:00
토/일/공휴일 휴무
점심시간 : 12:00 ~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