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새롭고 새로우리라...

신상품 소개


회원 랭킹


공지사항


NaverBand
점주/선장 > 실시간 조황
b_hot_activegloat_200x80.gif b_hot_nios_200x80.gif

 

 

 

나날이 새롭고 새로우리라...

13 1,824 2005.12.18 13:03
punggyung87.jpg



나날이 새롭고 새로우리라...




세 시간이나 걸리는 출퇴근 시간이 아까워
회화테입을 들으며 몇 달을 오가다보니 이젠 제법 영어가 귀에 들어온다.
엊그제 오랜만에 외화를 한 편 보는데
전보다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것을 느꼈는데,
과연 이 짓거리가 역사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알 순 없는 일
그저 살려고 발버둥치며 하루하루 시계부랄처럼 보내다보니
초라하게 벽에 붙은 달력의 낱장은 휑뎅그레 하다.
흐르는 시간은 덧없기만 하고, 이왕 시작한 일이니 끝장은 봐야겠고,
저 몇 개의 테잎을 달달달 외울 때까지 끝없이 듣는 수 밖에 없겠지.


기온이 갑자기 떨어진 어두운 퇴근 길
넓은 도로를 놔두고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밤바다를 볼 수 있는 2차선 해안국도로 핸들을 꺾었다.
남창을 지나 진하로 접어드는 꼬불꼬불한 도로변
으슥한 모퉁이를 돌자 시커먼 그림자가 차를 태워달라고 손을 흔들었다.
빵모자를 쓴 젊은이었는데, 전조등에 비친 그를 얼핏 보기에
꽤나 불량스러운 외모였던 지라 순간 망설이다 획하고 지나쳤는데
백미러로 보니 등엔 큼직한 책가방이 달려있었다.


이 주변에 학교가 있었던가? 하고 생각해보니 아차 싶었다.
늦게까지 공부하고 돌아가는, 진하에 사는 학생이었던가 보다 생각하니
그냥 지나친 게 미안하였다.
차는 이미 모퉁이를 한참 돌았고, 아마도 그 아이는 가뭄에 콩 나듯 지나는 차를 세우려고
그 추운 날, 캄캄한 길을 서성이고 있었을 테지.


그래, 우리는 너무 쉽게 타인에 대해 선의나 악의를 품는 경향이 있지.
부대끼며 세상을 살다보면 과연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조금 덜 좋은 사람인지, 조금 덜 나쁜 사람인지 쉽게 잘 알 수 없으며
또 알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지 않으며 살아간다.
자신을 분명하게 드러내놓고 살지 않는 현대인의 습성 탓에
눈에 보이는 극히 단편적인 모습이나 말 몇 마디, 글 몇 자로 인간에 대한 판단을 하기 일쑤여서
그저 서로 적당히 드러내고 적당한 만큼만 교류하고 사는 게
삶의 지혜가 되어버린, 그런 인스턴트 시대가 되었다.


정신의 외피, 그 구석구석에 가느다란 실을 주렁주렁 매달고 살다가
여기저기 꼭 그 실만큼의 장력으로 당기고 늦추며 서로 집적이기만 하다
결국 돌아오면 늘 혼자 뿐인 허허로운 세계.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살을 비비며
아웅다웅 만들어가는 우리네 교우관계나 비지니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적 이상이나 사고하는 방식은 비슷하나
살아가는 방법과 일상이 너무나 달라 이질감을 느끼게 되는 사람도 있고
수구반동의, 극히 보수적인 세계관을 가진 이의 삶에서도
때론 범접할 수 없이 그윽한 향기를 맡게 되는 경우도 있다.


세상을 대하는 관점의 변화가 느껴질만큼
요즈음의 난 무던히도 사람을 자세히 보려 애쓰며
그 사람을 이끄는 여러 생각과 일상에 관심이 커졌다.
어떻게 세상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느냐가 아닐까.
겉으로 보기에 합리적 지성과 재능을 잘 갖춘 사람도 한 꺼풀 더 깊이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놀랄만큼의 방만함과 인간적인 허구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고
누구에게나 느껴질만큼의 부드러움과 친절함을 가진 이도
의외의 공간에 숨겨진 제멋대로의 폭력성과
그만의 지독한 이기를 뒤덮은 외피를 보기도 한다.


식탁에 앉아 같이 밥을 먹는 식구들은 제각기 어떤 생각을 갖고 살며
한 이불 속에서 잠 드는 사람끼리 얼마나 믿으며 또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가 만나는 주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지
그런 것들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노력없이는 사람에 대해 진실로 이해하기가 어려우리라.


인적 없는 차가운 밤, 얼핏 보이는 겉모습만으로 그냥 지나치고 말았던 한 학생을 생각하며
오히려 내 삶을 되새김질 해보는 시간.
도로의 구석구석을 훤히 외우는, 매일 달리는 지루한 길일지라도
매일 새로운 느낌으로 내달리듯, 이제 나의 삶도 나날이 새롭고 새로우리라.




Natasha dance
0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시면 "추천(좋아요)"을 눌러주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13 댓글
nonanda 05-12-19 14:56
*여기서 님을 오랜만에 보니 참으로 반갑습니다!
여전히 진솔하신 글을 올려주심에 감사합니다
아래지방에서는 처음 맞는것 같은
참으로 추운날씹니다
건강에 유의하십시요!
반가웠습니다
구름도사 05-12-19 16:17
반갑습니다......
김일석님의 글을 읽는중 많은 생각들이
정돈없이 지나갑니다..
막상 먼가 쓸려구하니 너무 평범한 애기라
그냥 인사만 드립니다.....ㅎ
자기만의 철학과 사색의 시간을 가질수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남이 만들어 놓은 종교는 필요치 않을거란 생각도
스쳐지납니다.....
김일석 05-12-20 00:57
정말 추운 날입니다.
부산날씨가 영하 10도로 떨어지니
도무지 올 겨울은 어디 냉대지방의 한가운데서 사는 느낌입니다.
삶이 시린 사람들은
아마도 올 겨울 견뎌내기가 더없이 힘들 것 같습니다.
노난다님, 구름도사님
겨울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섬원주민 05-12-21 15:19
반갑습니다.
추운데 그녀석을 좀 태워주지 못한 그 마음 알고 있습니다.
건강하세요...님!
김일석 05-12-22 01:37
오랜만입니다, 원주민님...
계신 곳은 지금쯤 거의 영하 15도쯤 내려가지 않았나요?
조금 전, 이곳 부산의 수은주가 영하 6~7도를 오르내립니다.
봄이 파릇파릇 고개를 내밀 때
오곡도 비탈을 오르내리며 낚시도 하고 술도 한 잔 했으면 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생크릴 05-12-22 11:34
김일석님 날도 추운데 어떻게 지내십니까?

올해는 한번 같이...하면서

또 한해가 마무리 되어 가는군요..ㅠㅠ

윗글의 좋은님들과 언제쯤 한번 같이뵈올수 있을까요

그날을 학수고대하며 새해엔 더욱 강건하세요...꾸벅!

김일석 05-12-22 12:50
생크릴님, 반갑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겠지요?
아마도 곧 만나뵙게 될 것 같군요~
만나면 반가운 인사 나누도록 합시다~
감기 조심하세요~!
煥鶴 05-12-22 14:01
글은 다,읽고 있습니데이..^^
거제우연낚시 05-12-23 22:38
멀리 서울에서 한통의 편지가 날아왔습니다^^
날씨는 춥지만 보내준 김장으로 따스하게 겨울 나겠다고..
누군가 찾아 주지 않으면 그 한통의 편지를 가슴에 안고 내 손에 닿아지길 기도할 친구를 생각하면 아리지만 함께 나눌수 있음이 조금이라도 줄수 있음이 행복합니다.
음악과 함께 차한잔의 여유를 부려 보면서...
미소가 부신 그분의 안부를 조용히 물어 봅니다.
103자갈밭선장 05-12-24 18:41
김교수님 안녕하신지요?
추운날씨에 울산까지 출퇴근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시겠네요
몸건강 하십시요
며칠전에 여기서도 눈구경을 실껏 했습니다
올 겨울은 유난히도 춥네요 항상 건강한 모습으로 뵈길 바랍니다
김일석 05-12-25 01:35
환학님, 반갑습니다.
토요일 행사 마치고 신암마을에 놀러갈까 했는데 너무 피곤하여 그러질 못했습니다.
다음에 시간 되시면 함께 바람 쐬러 가보았으면 합니다만....

우연낚시님, 반갑습니다.
이 추운 날, 섬 귀퉁이의 바람이 무척 차가웠겠군요~
눈이 맑은 아이들은 추워도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겠지요?
정들기도 전에 훌쩍 떠나면 그뿐인 세태가 싫으니
저부터 정성으로 노력하여 다시 만나기를 원합니다.
우연낚시님, 보고싶네요~
아내는 요즘 건강이 많이 안좋습니다만 열심히 노력하여
봄이 올 때쯤 아내의 손을 잡고 꼭 찾아뵙겠습니다.
내외분, 아이들, 이 겨울 동안 아프지 마시고 잘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선장님, 반갑습니다~
호남지역에 눈피해가 막심하더군요~
예년에 없이 날 추운데 가난한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눈이 싫습니다.
고물차를 타고 울산 오가느라 무척 힘들었지만 많은 걸 얻고 배웁니다.
늘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선장님, 오랜 세월 한결같은 얼굴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의 만남이 한 살 더 먹는 새 해...
말이 필요없을, 선장님과의 오랜 우정을 생각합니다.
봄방학할 때쯤 가벼운 행장으로 놀러가겠습니다.
사모님이랑 추운 날, 감기 조심해요~!!

칼있어 마 05-12-30 13:17
오랫만에 들어와 대하는 글!
일상의 이야기에 나름의 사회적 무게를 싫어주는 글 들을 대할 때마다 저 자신을 돌아보게 하지만,
낚시라는 주제를 통해서는 그져 바다와 고기만을 생각하게 됩니다.
거제에는 한번 안 오시는지요?
이제 내일이면 주로 사천에 진을 치고 있을것 같습니다.
년말 잘 보내시고 병술년에는 사모님께서 완전한 건강을 찾으시고 가정에 두루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김일석 05-12-31 22:41
칼있으마님, 반갑습니다.
거제로 가겠다던 계획이 바뀌어
고성에 한 번 다녀오곤 부산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깥 일도 만만찮았지만 눈 앞의 여러 일들에서 그간 바쁘기 그지 없었군요~
새 해엔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 하나 붙들고 씨름해야할 듯합니다.
만나면 나눌 얘기도 많을 듯한데 매사에 마음만 앞설 뿐입니다.
조만간 칼있으마님과 소주 한 잔 나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새 해, 더욱 건강하시고 화목한 가정 잘 꾸려가시길 바랍니다.
 
포토 제목
 


인낚 최신글


인낚 최신댓글


온라인 문의 안내


월~금 : 9:00 ~ 18:00
토/일/공휴일 휴무
점심시간 : 12:00 ~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