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닥토닥 나리는 가을비 덕에 한가로운 오늘
초등 막내와 연이은 중2인 둘째의 학예회 발표
조그만 시골마을 초등학교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운동장 넘어 사이좋은 오누이처럼 나란히 붙어 있고..
배고프던 시절
남편역시 이곳에서 꿈과 희망을 품으며 내 아이들처럼 뛰고 뒹굴었으리.
몇 년 전 중학교 학예회 이름을 느티나무 축제라 개명 했는데
어느 분이 지으신 건지 근사한 멋스러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아빠가 뛰고 구르던 자리에 체육관이 들어서고
40여년이 다되어 가는 그곳에선 그의 아이들이
셋째는 난타와 독도는 우리 땅 이라는 공연과
둘째는 방과 후 배운 기타로 합주를 합니다.
마치 천년의 역사를 지닌 느티나무가 들려주는 자잘한 이야기처럼..

느티나무..
간혹 지나치며 볼 때 마다 저 나무아래 서서 귀 기울이면
수많은 잎사귀 마다 우수수 쏟아 질것 같은 사연들을 헤아리며
언제쯤 그 아름드리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시골 학교 운동장이나 마을 곳곳에
늠름한 수호신처럼 한자리 버티어
꽃말처럼 운명을 잎사귀 마다 대롱대롱 매달아
장대한 소년의 꿈도 아롱아롱 소녀의 눈물도 낱낱이 담고 쓸어
가만히 다독이며 보듬어 주었을 테고
누군가에겐 사랑의 서약으로 또 누군가에겐 추억으로 깊은 뿌리를 내렸으리라
더런 아픈 상처도 더런 시린 슬픔도 다 껴안은 체
떠오름으로 휴식이 되는 나무
도심에서 나고 자랐다면 정녕 모르고 지나쳤을 고마운 나무입니다.

글을 쓰다 보니 불현듯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관례도 좋고 풍습도 좋지만 햇살 좋은 봄여름 가을날
값비싼 웨딩드레스가 아니더라도
운명의 나무아래
세상에서 가장 작은 족쇄라고 하는
반지하나를 서로 건넨들 문제 될 건 없다고 ..

무얼 먹어 배부르냐. 보다는
누구랑 먹었는지가 의미로 기억 되듯
겉모습에 너무들 의식하고 치우치는 건 아닌지..
호화로운 혼수와 비용 그 것을 건사하려다
결혼식 끝나고 얼마 안 되어 이혼까지 하는 사례가 종종 일어납니다.
모든 게 불협화음처럼 급해지는 세상의 변화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빠르게만 적응을 강요할게 아니라
마음속에 작은 느티나무 한 그루 심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이 만든 아우 인형과 부설이 가미된 영상
글과 그림 속을 한참을 헤집어 보았습니다.
우리 어릴 때 보다는 색감의 기술과 가난함은 탈피했지만
맑고 순수한 모습은 그대로 닿아 소녀처럼 설렘에 콩닥 이였습니다.
정성어린 아이들의 작품을 읽고 보고 몇 장의 사진에 담으며
어른들의 때 묻음에 쉬이 오염되지 말고
지금처럼 이렇게 밝고 예쁘게 자라라..

-둘째 가희가 한땀 한땀 만든 아우인형 -
어렵게 낳은 첫 아이가 생애 최고의 선물로 안기는 날
둘째를 가지려면 당신 목숨을 내 놓으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함께 들어야만 했던 우연인지라
둘째는 98년 가을에 생애 최고의 기쁨으로 안았습니다.
더 이상은 무리라 복강 수술을 권하는 선생님 앞에서
남편이 수술 동의서에 싸인을 했다는데
셋째를 가질 수 있을 거란 희망도 생각도 못한 일이 벌어져
막내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처음엔 셋째를 가진 줄도 몰랐습니다.
둘째까진 용기가 하늘을 찔렀는데
낳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수 없이 망설였던 건
잘못 될까에 두려움이 아니라 남겨진 가족의 모습 때문 이였습니다.
어쩌려고 그러냐며 큰 소리 치던 남편도
날마다 눈이 부은 아내가 가여웠는지 낳고 싶으면 낳아라.
그렇게
2000년6월25일 막내는 생애 최고의 감사로 안았습니다.

산부인과 과장님께서
축하하오. 이제 그만 하실꺼지요.
아무튼 보통 여자분들 보다 간은 몇 배 커서 무섭기도 하지만 존경도 하오.
엊그제 그 소릴 들은 것처럼 또렷한데
아이들 커가는 모습만큼 우리네가 늙는다면 정말 볼품없으리란 생각과
아빠가 졸업한 학교를 세 아이가 고스란히 뒤를 잇는 구나 싶으니
20여년 넘게 아옹다옹하며 살아온 시간들이
새삼스런 감회에 젖게 합니다.

며칠 전 친정 모친께 편지를 쓰는데
펜 끝이 떨리는 자신을 발견하곤
편안함에 길들여진 댓가구나 홀로 부끄러웠던 일을 돌아보며
부모님께서 당신들의 피와 살을 저에게 먹이며 좋고 나쁜 것들을 가르치셨듯
저 역시 세 아이에게 청춘을 부어
삶의 살을 찌우겠습니다.
햇살과 바람에 더욱 풍성 해지는 느티나무와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2012년 10월 27일 우연 일상 중에서..

사실은 둘째가 친구들과 협주한 진주 조개잡이 기타곡과
제자의 기타 협주에 부르시는 교장 선생님 밤배 동영상이
보기 좋아 올리고 싶었으나
우연이 아직 컴에 미흡한지라 동영상 올리는 법을 몰라서..^^
대신 우연 좋아하는 기타리스트 곡 중 한곡을 올리니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 나마 차 한 잔의 여유와
10월 26일 저녁에 열린 느티나무 축제 중학교 아이들의 작품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느티나무 꽃말 - 운명
기타곡Daveed/Tango